기획-선택과 집중으로 소나무 지켜내야

재선충, 선택과 집중으로 소중한 산림 지켜야

이필혁 기자 / 2017년 06월 08일
공유 / URL복사
↑↑ 소나무 재선충병 발생으로 일본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수령 450년된 천연기념물이 고사된 모습.
ⓒ (주)경주신문사

↑↑ 소나무 재선충병 발생으로 일본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수령 450년된 천연기념물이 고사된 모습.
ⓒ (주)경주신문사


-재선충, 선택과 집중으로 중요 소나무 지켜내야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은 매년 그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재선충병으로 소나무 9000여 본이 잘려나갔으며 2013년에는 1만9736본으로 2014년에는 7만8270본으로 피해목이 크게 증가했다.

2015년에는 9만8195본 지난해에는 9만2032본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피해를 입는 등 재선충병의 위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해지면서 방제를 위한 비용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74억 가까운 예산이 쓰였으며 지난해에는 고사목 방제와 예방나무주사, 지상살포에 90억 가까운 예산을 사용했다. 올해도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예산으로 1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 (주)경주신문사


-문제는 잠재감염목
이처럼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눈에 띄는 방제 효과가 없는 것은 방제 매뉴얼 때문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사)소나무지킴이 시민연대 조용기 이사장은 매년 수십억원의 소나무재선충 방제 비용을 퍼붓고 있지만 소나무재선충이 잦아들기는커녕 매년 그 기세가 확산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그 이유를 잠재감염목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는 “현재 방제는 잠재감염목을 내버려 두고 보이는 고사목만을 방제하고 있기 때문에 재선충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선충병은 솔잎이 시들기 전에 전조 증상이 있다. 소나무 송진이 마르는 것이다. 이는 재선충 등으로 소나무 속물관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진이 마른 소나무도 베내야 하는데 지금은 산림청의 지침에 이것이 빠져 있다. 지침을 고쳐야한다. 지침이 바뀌지 않으면 일선에서 일하는 경주시 공무원은 어쩔수 없이 하던 방법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경주의 산림 피해는 이미 초기 단계를 지나 심각단계라며 중요한 산림이라도 선택과 집중으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지켜야하는 산림은 집중방제하고 주변 송림과 일반 송림을 어떻게 방제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경주는 세계문화유산이 산재한 국립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모든 송림을 다 지키려다 중요한 송림마저 잃어버린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감염목만 제거하는 현행 방제 방식으로는 모든 소나무를 지켜내지 못하며 불국사 주변이나 국립공원 등 문화재 주변 소나무 등은 일반 야산의 소나무 보다 우선적으로 집중 방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재선충 방제를 위한 선택과 집중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본은 재선충병이 번지지 않게 하도록 인근 소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는 방재대 구축으로 방재에 집중하고 있다.
ⓒ (주)경주신문사


-일본의 선택과 집중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했던 일본은 1979년 750만본의 소나무 피해가 있은 후 점차 피해 본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소나무재선충병에 피해를 입은 소나무는 200만본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던 1979년 대비 피해본수가 1/3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 같이 재선충병 피해가 줄어든 것은 일본은 소나무재선충병의 완전 제거가 아닌 선택과 집중 방제로 피해를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10년 동안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로 북부를 제외한 전국이 피해를 입었다.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제거하지 않고 약제살포, 수간주사 등의 방법으로는 피해를 줄일 수 없다고 생각한 일본 정부는 소나무재선충이 더 이상 북으로 퍼지지 않도록 감시대와 방제대를 설치해 재선충의 북상을 막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 (주)경주신문사


-소나무 제거로 소나무재선충병을 막다
일본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에 맹위를 떨치던 소나무재선충병은 1997년 청정지역이던 북부 지역까지 번지게 된다. 일본 혼슈지방 북동부에 위치한 이와테현에서 1997년 첫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하게 된다. 재선충병이 북부까지 퍼지게 되자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재선충병이 북상하지 못하게 저지선을 설정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감시대다.

1997년 이와테현에 첫 설치된 감시대는 위생 간벌과 집중예찰, 약제살포, 수간주입 등 발생지역에서 폭 2~7km로, 길이 60km까지 설정해 집중 방제하는 구역을 설치한다. 이후 350km까지 늘어난 감시대를 통해 소나무재선충의 북상을 늦추는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2006년 감시대 설치 경계면 부근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은 재선충병 완전방제에는 한계가 있었음을 확인한 것으로 소나무를 그대로 둔 채 재선충병을 방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이에 일본은 재선충병 발생 인근 지역 소나무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제대를 설치하게 이른다.

방제대는 폭 1km에서 2km 지역에 소나무를 모두 제거해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체가 이동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방제대 설치 후 이 지역에서 소규모 재선충병이 발생했지만 즉시 제거됐으며 현재 재선충병의 북상 방지와 청정지역 유지 방제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후 일본은 소나무를 제거가 재선충병 이동을 막는 것이 방제 효과가 탁월하는 것을 인지하고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폭 2km에 길이 14km로 방제대를 확대 설정하고 있다.

↑↑ 조용기 (사)소나무지킴이 시민연대 이사장은 재선충병 확산방지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주)경주신문사


-한일 비교
한국 1988년에 소나무재선충병이 첫 발생해 지금까지 1000만본 가량의 소나무가 피해를 입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1905년 소나무재선충병이 첫 발병해 지금까지 2억만본 가까운 소나무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산림청은 추정하고 있다.

일본은 1979년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최대 피해를 입은 이후 점차 그 피해 정도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년 피해 정도가 늘어나고 있어 언제가 최대 피해인지 가늠할 수 없는 입장이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