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정취와 수양버들

경주신문 기자 / 2018년 03월 22일
공유 / URL복사
↑↑ 최재영 교수 경주대 조경도시개발학과
ⓒ (주)경주신문사
봄이 시작되는 3월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봄이 주는 의미는 무었일까. 일반적으로 봄이라고 하면 무언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겨우내 추위에 움츠렸던 만물이 따스한 봄의 기운을 갈망하며 모든 것의 시작과 희망이라는 벅찬 감동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얼어붙은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오는 위대한 생명력이나 죽은 듯한 가지에 잎이 달리고 꽃망울이 부풀어 아름다운 꽃이 피는 것은 경이로울 뿐이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기온 차가 많이 나고 있지만 벌써 봄은 저만치 가고 있는 중이다. 산과 들에 들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화목류도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꽃 필 준비를 하고 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봄의 주제로 대화를 하면 가장 많은 내용이 고향의 추억 이야기라고 한다. 보리밭 골 사이로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하늘 높이 노고지리 지저귀고 하천 도랑가에 수양버들 늘어져 휘날리는 고향의 봄을 연상할 것이다. 수양버들 가지를 꺾어 버들피리를 불며 쫓아 다녔던 둑길은 없어지고, 정비된 하천에는 수양버들을 볼 수 없고 삭막하기 그지없다.

수양버들은 나무들 중에서 가장 봄의 정취를 잘 나타내 주는 나무이다. 약간의 찬 느낌이 드는 봄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아련한 봄날에 고향의 봄을 느끼게 하는 향수의 나무이다.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가 그린 옛날 풍속화에 개울가의 여인네들과 함께 잘 그려지는 나무이다. 실낱같은 가지가 휘휘낙락 늘어진 수양버들의 아름다운 자태는 많은 묵객과 시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우리 땅에 수천년을 같이 살아 왔으므로 우리의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수양버들은 한자로 수양(垂楊) 또는 수류(垂柳)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을 다 같이 부르고 있는데, 특별나게 구분한다면 봄에 새가지가 나올 때 적갈색인 것은 수양버들, 황록색인 것은 능수버들이다.

일반적으로 두 나무는 너무 비슷하여 구분이 어렵다. 어느 쪽인지 정확한 판별은 전문가의 몫이고, 우리는 늘어지는 버들을 수양버들 또는 능수버들로 불러도 크게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중국 수나라 양제가 북경에서 항주까지 대운하를 파고 그 양변에 운치도 있고 물가에서 잘 자라는 수양버들을 심도록 하였는데, 용선에 삼천궁녀를 태우고 양편에 버들이 늘어진 운하위에 유유히 떠가면서 양제가 신하들에게 그 나무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을 못하자 “이 아름다운 나무가 이름이 없어서야 되나! 당장 이름을 지어 올려라” 하니 신하들이 ‘수나라 양제’를 따서 수양버들이라 지어 올린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예전에 경주의 월지(안압지)에도 오랫동안 수양버들이 연못가에 심겨져 안압지의 운치를 살려 주었으나 모두 베어져서 아쉬운 바가 크다.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왕버들, 갯버들, 수양버들, 미류나무, … 등의 나무들은 암나무와 숫나무가 따로 자라는 나무이다.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은 봄에 하얀 솜털이 많이 날리는데 이것은 암나무의 종자에 붙은 솜털이다. 종족보존의 본능으로 바람에 잘 날려 멀리까지 후손을 퍼뜨리기 위해 고안된 솜털에 싸여있는 종자(씨앗)인 것이다. 이러한 솜털씨앗을 꽃가루로 잘못 알고 건강을 해친다고 전국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도시근교에 수양버들이나 왕버들 등의 버드나무 종류는 모두가 벌채되는 수난을 당하였다.

버드나무의 종류는 물과 궁합이 맞는 나무이며, 특히 수양버들은 호수나 하천의 물가에 어울리며 강변도로의 가로수로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버드나무의 뿌리는 물을 정화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옛날부터 홍수 때 하천둑을 보호하기 위해 심은 나무이기도 하다.

버들이 많다고 이름 지어진 경주의 옛 마을 숲인 유림(柳林)은 강변도로 개설로 인하여 숲은 사라지고 노거수 몇 그루만 도로녹지대에 이식되어 있다. 유림의 명맥을 잇기 위하여 주변에 버드나무 심기를 권장하고 싶다. 이렇게 도시화의 영향과 수명을 다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나무들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경주박물관 교차로에서 화랑초등학교 구간의 도로에도 수양버들 가로수가 일품이었는데 사라진 지가 오래다.

최근에 와서 도시하천을 생태하천으로 정비하면서 하천경관에 어울리고 수질정화 기능이 있는 수양버들을 권장해 보지만 반영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생태관광의 비중이 높아져 가는 시점에서 하천변의 잘 가꾸어진 수양버들 숲은 살아있는 생태관광자원이다. 경북 청송 주산지의 물 속에 잠겨 자라는 왕버들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호수나 하천변에 수양버들을 대대적으로 심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경주도 3개 하천변을 따라 수양버들을 심어서 벚꽃과 함께 봄의 관광상품으로 등장시키고 생태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를 만들어 고향의 봄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