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례로 보는 경주 관광발전 방안[2]

경주 관광·산업 성장엔 ‘위기 대응 전략’ 수립이 필수
일본 생존전략 사례를 통해 사회적 문제 대응방안 제언

이상욱 기자 / 2019년 0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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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일본 간사이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경주서 ‘일본 관광정책 현황과 지역 활성화 사례’를 주제로 특강했다. 이 교수는 특강에서 일본의 관광정책과 현황, 그리고 초고령사회 등 사회적 문제에 대처해나가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한국, 경주의 관광정책 수립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본지는 이 교수의 특강을 토대로 접목 가능한 경주관광산업 발전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편집자주

최근 일본 관광산업이 급성장한 것은 일본정부의 강력한 관광진흥정책에 있다. 일본정부는 초고령사회 등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해결책을 관광산업의 부흥으로 보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숙 간사이국제대학 경영학과 교수<인물사진>는 이번 특강을 통해 일본의 사회적 문제를 언급하고,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우리나라, 특히 경주가 참고할만한 일본의 실제 정책과 사례 등을 소개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17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27.4%로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14%로 고령화사회에 들어갔지만, 고령화 속도는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무수한 관광자원을 지닌 경주는 지난해 연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4%로 이미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등 사회적 문제에 있어 일본과 닮은꼴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용숙 교수가 강연을 통해 일본의 관광, 농업, 산업 등 분야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정책과 사례들은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 일본 토쿠시마현 카미카츠쵸에서 잎새 비즈니스로 기적을 만든 이로도리사의 홈페이지.

-초고령시대 극복한 ‘잎새 비즈니스 기적’ 주목

이 교수는 일본 내 초고령사회를 극복한 성공사례로 도쿠시마현 카미카츠쵸의 ‘잎새 비즈니스’ 기적을 들었다. 노인인구가 절반이 넘는 산골마을에서 잎새 판매를 통해 연간 매출 30억원을 올리고 있어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카미카츠쵸는 도시 면적의 86%가 산림인 산촌마을로, 주민 2200여명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53%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산골 마을에서 200여 농가가 연매출 30억원을 올리고 있는 비결은 일본요리 장식에 쓰이는 쯔마모노(나뭇잎 등)를 판매하는 ‘이로도리’ 회사 설립·운영에 있다.

농협 영농지도자 요코이시 씨가 출장 중에 여성들이 음식 위에 장식된 잎사귀가 예쁘다며 갖고 나가는 모습에서 착안해 1979년 설립한 회사다.

단풍잎과 같이 모양이 예쁜 나뭇잎, 꽃, 산나물 등 일본요리 장식에 쓰이는 식물을 재배,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 일본 내 쯔마모노 시장의 80% 점유하고 있다. 요코이시 씨는 잎사귀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2년간 고급 요리점을 찾아다니며 고객 선호도를 분석했고, 또 마을 내 고령자들의 생산의욕을 일깨우며 기적을 만들었다.

특히 당초 고령자들을 위해 고안한 사업으로 노인들이 쉽게 수확할 수 있도록 나무 등의 높이도 낮췄다. 또 노인들이 디지털기기로 현장에서 주문을 받고 수확하는 등 IT기술을 접목했다.

이 같은 작업환경 속에서 고령자들이 일을 하자 노인을 수용하는 양로원은 정원미달로 문을 닫았고, 몸이 아픈 고령자도 줄어 도쿠시마현에서 지원하는 사회보험료가 감소하는 효과도 봤다.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이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모여들며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 같은 성공사례는 지난 2012년 이 마을을 주제로 한 ‘인생, 이로도리’라는 영화로 제작됐고, 최근에는 ‘잎새의 기적’이라는 도서가 한국어로 출판되기도 했다.

이용숙 교수는 “초고령시대인 일본은 지방으로 갈수록 노인들만 넘쳐나고 있어 생산이 급감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별로 지방재생전략을 수립했다”면서 “시골 농협의 공무원 한 사람이 지역을 모두 바꿔놓은 카미카츠쵸의 사례처럼 맞춤형 전략사업을 모색해 지방의 고령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성장시대엔 ‘고품질 저가격’ 전략
이용숙 교수는 성장이 멈춘 저성장시대는 ‘고품질 저가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이 멈춰 있는 시대에는 품질은 좋고 가격은 저렴해야 하고, 확실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저성장시대 일본 내 성장하고 있는 기업으로 의류판매회사인 유니클로, 잡화 할인매장인 돈키호테, 다이소 등을 들었다.

이중 돈키호테는 1989년 창업 이래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는 기업으로 성장이 멈춘 시기에도 일본 내에서 매장을 확대해 나갔다. 현재 매장 421개소로, 내년까지 5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돈키호테는 현재 일본 내 소매업계 가운데 7위, 연매출 10조원으로 저성장시대 고품질 저가격 전략의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최근 일본 기차역에서 판매하고 있는 도시락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8000원~1만원대의 도시락은 맛과 함께 시각적으로도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구매도 점점 늘면서 수익이 급증하고 있어 저성장 시대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품질 고급화로 한 알에 최고 1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딸기.

-FTA 대응 ‘프리미엄 고객 창출 전략’은 필수

FTA(자유무역협정) 시대 농업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본 농촌의 사례도 관심을 끌었다. 이 교수는 다자간 자유무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농촌은 ‘프리미엄 고객 창출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첫 사례로 한 알에 최고 1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딸기를 소개했다. 미야기현 남부에 위치한 야마모토초에서 생산되는 딸기는 당도가 표준 딸기의 1.5배에서 2배 이상 되는 고품질 딸기다. 딸기 재배 장인기술과 IT기술을 융합시킨 새로운 재배법을 개발해 생산되고 있다. 일본의 명절에는 백화점에서 한 알에 1000엔에 진열하면 품절되는 등 고급화 전략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5개 포장에 2만7000원인 군고구마도 등장했다. 유통기한이 3개월인 군고구마는 산속 동굴에서 2개월간 숙성 후 원적외선으로 구워 다시 냉동해 출하한다. 주문생산 시스템으로 구입하려면 1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외에도 비타민 등 영양가가 탁월한 토마토는 1만4000원, 3.3㎡당 2마리의 닭을 사육하며 생산되는 ‘황제달걀’은 6개들이 1통 6만5000원이지만 일본 내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숙 교수는 “초고령사회인 일본 가정에는 노부부 2명만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아 농산품 등은 양보다 영양을 높인 품질 고급화가 성공하고 있다”면서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농촌은 생존하기 위해 프리미엄 고객창출 전략으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화시대, IT·AI시대 대비해야
이 교수는 정보화시대, IT·AI시대를 맞아 향후 로봇과 경쟁해야 할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40대의 로봇이 손님을 맞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헨나 호텔(이상한 호텔)’, USB에 담긴 사진이 커피에 그려지는 커피숍, 로봇이 스시를 만들고 테이블까지 배달하는 식당 등 일본 내 IT·AI 활용 산업들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이 향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임금, 경쟁력 부족 등 이에 따른 문제점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편의점인 로손과 우체국, 빨래방 등이 결합하는 기업과 기업 간 공생 전략도 지방을 중심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폐선활용 관광열차 등 인기···경주도 고려해봐야
일본의 저성장시대 떠오르는 관광 상품으로 이 교수는 일본 곳곳에서 운행되고 있는 관광열차를 언급했다.  고속열차 신간센 개통 후 폐선된 철로를 활용한 구마모토현의 오렌지열차. 시속 35km로 느리게 달리는 관광열차로, 일본의 아름다운 해안가와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디자인을 개조해 만든 관광열차 내에는 다양한 이벤트, 라이브 콘서트, 결혼식까지도 가능하다. 식사와 음료 등을 즐기며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이 열차관광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규슈와 오사카에서 운행하고 있는 칠성열차는 고가이지만 3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칠성열차는 숙박칸, 거실칸, 식당칸, 목욕탕칸 등을 갖춘 최고급 열차로 1박2일부터 4박5일 코스로 운영된다. 이용요금은 코스별로 600만원에서 1000만원에 이르지만 예약이 줄을 서는 등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이 교수는 경주도 앞으로 폐선될 예정인 철도노선을 활용해 관광열차를 운영하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다며 이의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용숙 교수는 “초고령시대, 저성장시대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행착오로 올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것을 흡수하면서 다가올 위기에 대처한다면 경주가 관광, 경제 등 분야에서 선진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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