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나누는 작은 음악회

아마추어 연주라도 마음 나누는 자체가 중요

박근영 기자 / 2019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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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6시 경 일단의 어린이들이 악기를 들고 강남 세브란스 병원 1층 원무과 라운지 앞으로 모여든다. 바로 직전까지 안내 데스크 뒤 벽쪽에서 악기 조율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바로 이들이 내는 소리였던 것이다. 25명 남짓, 열을 맞추어 선 어린이들이 지휘자의 리드에 맞추어 바이올린을 켜고 플루트를 분다. 어린이들 뒤쪽으로는 ‘환우 및 보호자를 위한 작은 음악회’라는 작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공연은 강남구에 자리 잡은 한 음악학원이 만든 어린이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였다. 관계자는 학원생들에게 실전을 겸한 공연무대를 경험하게 해주고 환자들에게는 연주를 통해 위안과 기쁨을 준다는 취지에서 정기적으로 이 공연을 해온다고 설명한다. 벌써 20년째 이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관계자는 흐뭇한 눈길로 공연단을 바라본다.

강남 세브란스뿐만 아니라 서울의 대학병원 라운지에는 매주 이런 작은 공연들이 정기적으로 일어난다. 공연 참가자들은 이날처럼 어린이 챔버 오케스트라이기도 하고 아마추어 남성합창단이 되기도 하고 간단한 마술공연이 되기도 한다. 프로처럼 완숙하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잠시나마 안식의 시간을 준다는 것으로 공연단은 큰 만족감을 얻는다. 환자들 역시 다소 어눌해 보이는 공연이라도 이 시간을 통해 잠시나마 고통과 괴로움을 잊을 수 있다며 반긴다.

마침 경주 동국대 병원 조희군 원무팀장과 통화하면서 경주 동국대 병원에서도 이런 행사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조팀장은 동국대학교에도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작년까지 몇 차례 이런 공연을 했고 시인인 자신이 주도되어 시낭송회도 했다고 알려주었다. 나아가 이런 공연들은 공연 당사자나 환자, 보호자들 모두에게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 병원을 밝고 편안하게 해준다며 앞으로 동국대 병원에서도 최대한 시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동국대 병원에서 공연해줄 마음 따듯한 연주자나 예능 방면에 소질이 있고 함께 나눌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동국대 원무과와 협의하면 뜻밖의 놀라운 하모니가 만들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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