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왕경 복원·정비 사업 공정률 35.9% ‘신라 왕경특별법 제정’ 더욱 절실

천년고도 부활 ‘아픔의 역사’ 반복, 발굴·고증 거치며 추진속도는 더뎌

이상욱 기자 / 2019년 08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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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하 신라왕경특별법)이 7월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신라왕경 복원·정비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신라왕경 복원과 천년고도 부활을 위한 그간의 노력들은 많은 아픔이 따랐다.

가장 먼저 추진했던 것은 1970년대 초. 고 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경주를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라 연차적으로 경주지역 사적지 정비와 대규모 숙박단지, 보문관광단지 건립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1979년 10월 서거 후 사업은 바로 중단됐다. 이후 2007년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 기본계획과 2011년 경주고도보존계획 수립 등에 따라 신라왕경에 대한 발굴과 정비가 이뤄졌지만 큰 진전을 이루진 못했다.

신라왕경 복원사업이 재조명된 것은 지난 2012년부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방공약사업으로 ‘경주역사·문화 창조도시 조성’을 채택했고, 2014년부터 2025년까지 9450억원을 투입해 추진한다는 사업계획을 세웠다. 이후 월성과 황룡사 등 8대 핵심유적에 대한 발굴과 정비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사업 추진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신라왕경 핵심유적 정비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법적인 뒷받침과 재원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이 같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라왕경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지난 19대 국회에서 신라왕경복원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당시 정치권 분열로 회기 내 처리되지 못해 폐기됐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신라왕경특별법이 이번에 국회 문체위를 통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목전에 두고 있어 시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신라왕경 복원사업 추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돼 사업이 안정적으로 꾸준히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신라왕경 조감도.

-8개 핵심유적 복원사업 어디까지 왔나?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근간인 역사를 바로 세우는 사업이다. 경주지역에 국한된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뿌리를 되살려 새로운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가는 국가사업이다.

일반적인 문화재 복원과는 달리 천년이 훨씬 넘은 신라문화를 부활하는 사업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복원과정 또한 만만찮다.  발굴과 철저한 고증, 자문 등을 통해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하고 있는 8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공정률은 지난 6월 현재 평균 35.9%에 그친다.  월정교 복원·정비 사업이 지난해 9월 완료된 것을 제외하고는 경주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모두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 월성발굴 현장.

◆월성 신라왕궁 복원 정비

월성 복원·정비 사업의 공정률은 24%. 신라왕궁 복원을 통한 천년고도 경주의 정체성 확립과 유적의 체계적 정비로 고도의 진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으로 2025년까지 사업비 270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 2014년 12월 월성 발굴조사를 본격 착수해 중심 건물터와 서문지 등 성벽 일부에 대한 발굴이 진행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월성 해자 1~3호에 대한 보완 발굴조사를 완료하고, 해자 정비 실시설계 등을 거쳐 지난 3월 20일 월성 해자 정비·재현 착공식을 가졌다. 월성 외곽의 방어용 시설인 해자는 월성에서 이뤄지는 첫 복원 사업이다.  오는 연말 착공 예정으로 담수 석축해자로 정비·재현되며, 주변에 탐방로를 개설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황남동 407번지 일원에는 월성발굴조사 운영시설을 건립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발굴조사 중이다. 월성 운영시설은 전시실, 영상실, 세미나실, 수장공간, 연구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월성 운영시설이 건립되면 출토유물의 효율적인 보관·관리 및 연구를 수행하고, 전시 및 강연을 통해 발굴성과 등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 월정교.

◆월정교 복원

월정교 복원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 중 가장 먼저 완료됐다. 2008년 첫 삽을 뜬 이후 10여년 만인 지난 2018년 9월 완공됐다.  월정교는 신라왕궁인 월성과 남산을 잇는 대표적 다리로 신라왕경의 규모와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고대 교량 건축기술의 백미로 교각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한다. 야경 또한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새로운 야간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첨성대에서부터 계림, 교촌마을을 지나 남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어 경주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연중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이 경주 관광산업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 동궁과월지 복원 조감도.

◆동궁과 월지 경역 확대 ‘주춤’

630억원 투입하는 동궁과 월지 복원·정비 사업은 현재 17%의 공정률을 나타내고 있다. 신라왕궁 별궁터인 동궁과 월지는 경역 확대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경주시는 서편지 동궁 복원을 추진키로 하고 2017년 10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로부터 세계유산센터와의 협의절차 이행을 조건부로 승인 받았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3차에 걸쳐 세계문화유산의 진정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해 작년 연말 재현공사 입찰공고를 취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세계유산센터에서 권고하는 유산영향평가 및 보고서 작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 중에 있다. 용역 결과에 따라 향후 세계유산센터와 협의를 거쳐 서편지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초 경주시는 동궁과 월지의 복원 1단계로 정전 건물터의 보완 발굴 작업과 함께 지난 2018년 하반기 복원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 황룡사 복원 조감도

◆황룡사 복원 정비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사찰로 알려진 황룡사 복원정비 사업은 공정률이 13%에 그치고 있다. 사업비 2900억원으로 8개 사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5년부터 본격 시작된 사업은 그동안 황룡사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수많은 인력들이 연구에 매달려왔다. 2016년 11월 그간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지속적인 복원정비 사업의 연구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황룡사 역사문화관이 문을 열었다. 현재 담장, 회랑, 남문지, 중문지에 대한 발굴을 완료했으며, 중문 복원을 위한 기본설계도 마무리된 상태다.

◆신라방 복원 정비
620억원이 투입되는 신라왕경 중심방(坊) 복원·정비은 40%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통일신라 왕경의 1360방 가운데 일부 도시 유적지를 복원하는 사업이다. 신라 방리제(도시계획) 연구와 관련 유적 발굴·정비, 신라방 조성을 통해 신라의 주거형태 및 생활상을 복원할 계획이다. 현재 토지보상이 진행 중이며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오는 9월 문화재현상변경허가 및 발굴조사 허가를 얻어 본격 발굴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향후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술연구용역과 신라방 구역 내 유적정비 및 편의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 대릉원 전경.

◆대형고분군 재발굴 및 전시

공정률 11%인 대형고분군 재발굴 전시 사업은 2014년부터 착수했다. 사업비 273억원을 투입한다.
2015년 금관총 발굴조사가 완료됐고, 이듬해 12월 대형고분 발굴 및 활용 기본계획이 마련돼 금관총 복원 공사 설계공모지침 수립 용역을 통해 설계공모를 마쳤다. 문화재위원회의 검토와 조건부 승인을 얻어 지난해 연말 사업부지 전체에 대한 발굴조사를 완료했다. 내년 6월 금관총 보존전시공간을 건립하고, 12월엔 고분정보센터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보존전시공간은 금관총 유구 재현 및 전시, 고분정보센터는 노서동, 노동동 일원의 고분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 첨성대

◆첨성대 주변 발굴·정비

첨성대 주변 발굴·정비 사업은 2012년부터 시작했다. 공정률은 10%. 사업비 272억원을 들여 주변 사유지 매입과 발굴조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석교 복원 및 주변 수로의 복원정비가 이뤄질 예정이다.

◆쪽샘지구 발굴 및 정비
쪽샘지구 발굴 및 정비 사업은 1545억원을 투입해 신라고분군을 발굴·정비하는 사업이다. 공정률은 72%. 현재까지도 토지매입과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16년 발굴조사대상 전체 면적 15만6000㎡ 중 발굴완료지역 4만8000㎡에 고분 복원 11기, 기저부 7기 등 총 18기를 복원·정비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은 발굴과 고증을 거쳐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 진행하는 것으로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돼 사업의 법적 근거와 안정적인 재정 마련이 필수”라며 “문화재 특성상 복원·정비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종합계획을 통해 주변 정비, 편의시설 설치, 발굴현장 공개 등을 병행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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