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뮤지엄에 모인 뜻밖의 다방면 전문가들-소장품들 가치에 비해 좁은 박물관

각계 전문가들 발전 위한 다양한 의견 피력

박근영 기자 / 2019년 10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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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오후 7시 경, 보문회 입구 ‘콜로세움 건물’에 자리 잡은 키덜트 뮤지엄 3층 쉼터에는 때 아닌 각 방면의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날 김동일 관장이 경주 각계의 전문가들을 초대해 ‘토크쇼’를 연다는 계획이 알려져 있었다. 모인 사람들은 관광학계 전문가와 경주의 신개념 관장지 대표들, 각종 문화 관련 인사들과 지역신문 기자들, 키덜트 뮤지엄 관계자 등 30여 명이었다. 오후 7시 30분경에는 주낙영 경주시장과 경주시 미래사업추진단 박옥순 팀장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은 예고된 김 관장의 토크쇼가 아니라 각종 문화단체 전문가들이 김동일 관장에게 이 뮤지엄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자리였다. 굳이 토크쇼라는 명칭에 끼워 맞추자면 정해진 형식의 토론이 아닌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거리낌 없는 자리였다는 점. 김 관장은 이 행사를 위해 초대장을 보냈는데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어떤 말씀이건 자유롭게 해 달라 당부하며 마이크를 넘겼다.

‘키덜트(Kidult)’는 Kids(아이) + Adult(어른)의 합성어다. 다시 말해 키덜트 뮤지엄은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이다. 본지가 지난 5월 30일 1392호에서 소개한 바 있는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키덜트라는 말이 오히려 무색할 만큼 김 관장이 40년 동안 세계각국을 돌며 수집한 온갖 종류의 소장품 5만점이 전시돼 있다. 영사기, 축음기, 각종 골동품, 인형, 만화 캐릭터, LP판, 손수 제작한 텔레비전 브라운관 모형의 전시물 등이 전시돼 있다. 그 다양함과 기발함은 5~60대 어른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상력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관광객들에게 어필, 네이버 경주 인기지역 2~3위에 꾸준히 랭크되고 지난 8월에는 유료 관객 3만 명을 돌파하는 등 새로운 경주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키덜트 뮤지엄에 전시된 전시물들이 이 박물관 건물 1층과 3층 대략 300여평 공간에 마치 창고처럼 쌓여 있어 제대로 빛을 못 보고 있다는 점.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전시물은 김 관장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소장품의 20%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나머지 80%의 소장품은 컨테이너 박스에 방치돼 있다시피 하다는 염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김 관장은 지자체들에 대한 장기임대나 조건부 기부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본지에 밝힌 바 있고 기왕이면 자신의 소장품이 가장 제 대접 받고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경주에서 전시되기 바란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날 토크 쇼 역시 이러한 김 관장의 바람과 고충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


-참석자들, 키덜트 소장품들 더 넓은 공간에 전시돼야

김 관장의 기대에 부응하듯 참석한 인사들은 전체적으로 키덜트 뮤지엄의 소장품이 세대를 초월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 키덜트 뮤지엄의 소장품들이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전시되어 있어 그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기 힘들다는 점. 키덜트 뮤지엄이 앞으로 경주의 새로운 관광요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특히 협소한 전시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시골 빈집들을 이용하자거나 폐교를 이용하자는 의견, 앞으로 폐철될 경주 역사를 이용하자는 등의 의견들이 나왔고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 소장품의 도난 문제 등 어려움과 현실적으로 학교는 교육부 소관이고 경주역사는 철도청 부지라는 점 등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이날 참석한 주낙영 시장은 김 관장의 안내로 박물관을 둘러 본 후 김 관장을 치하 하고 “우리 어린 시절을 장난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인공적 놀이기구라 아니라 돌맹이 사금파리 같은 것들을 가지고 비석치기, 연날리기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며 박물관 소장품들에 대해 놀라움을 표한 후 “경주가 볼거리 외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구석구석 재미난 박물관 전시관이 있다. 시 입장에서는 경주의 동궁원 등과 제휴해 티켓 하나로 여러 군데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곤 했는데 박물관 관계자들의 협조가 다소 소극적이었다”며 거꾸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주 시장은 또 개인 소장품들을 가진 분들이 기부체납식의 형태를 통해 시의 협조를 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상 일일이 지원하기 어려운 고충이 있다고 피력한 후 이런 형편을 고려해 사정이 어렵더라도 소장가들이 자구책 마련에 더 만전을 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관장을 비롯한 이날 참석자들은 키덜트 뮤지엄을 위해 각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참석자 각자가 향후 키덜트 뮤지엄을 알리는 전위그룹이 되겠다며 약속했다. 토크 콘서트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관광지를 두고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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