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박슬기양, 11월 19일,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뵙겠습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다니며 DIMF 등 전국대회 수상영예 대구시비로 브로드웨이 연수도…

박근영 기자 / 2019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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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일 저녁 탑골공원, 공원 한쪽 정자를 중심으로 5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드라마 명성왕후 주제곡 ‘나가거든’의 애틋한 전주가 ‘뉴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어 가냘픈 듯한 가수의 엷은 음색이 공원 전체를 잦아들며 담장 밖으로 날아올랐다. 엷게 시작한 노래는 중반부를 지나면서 격정에 휩싸이며 놀라운 음폭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종반부에서는 처연함과 격렬함이 맞부딪치는가 싶더니 비장한 다짐으로 치달았다. 간절한 감정으로 명성황후에 빙의된 듯 노래를 마친 가수는 아직도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다소 힘겨운 걸음으로 무대인 정자각을 내려와 관객의 함성과 박수 뒤로 사라졌다. 11월 19일 오후 7시 경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릴 본지 창간 30주년 기념 뉴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에서 협연할 뮤지컬 가수 박슬기양의 무대였다.

박슬기(21)양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3학년생이다. 그러나 학생이라고 해서 아마추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연예계, 특히 유명대학 연극영화과 학생들 대부분이 그렇듯 대학생활과 프로무대 생활이 자연스럽게 병행되는 관례상 이미 다양한 공연에 출연하며 프로무대를 밟았기 때문이다.

박슬기양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언제나 노래 속에서 살았지만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노래 잘하는 평범한 여중생에 불과했다. 그러다 서울방송고로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혼신을 다한 노래 공부를 통해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단에서 주최하는 전국 뮤지컬 대회 ‘꿈이 나에게로 왔다’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뮤지컬 분야 예비스타로 주목받은 박슬기 양은 2016년에 치러진 대학입시에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합격하며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에 들어섰다.

“그때 제 별명이 ‘뮤또’였는데 풀어서 쓰면 ‘뮤지컬 또라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뮤지컬에 미쳐서 공연을 보고 악보와 가사를 외우는 것이 무엇보다 재미있었고 그것을 충분할 만큼 즐기고 있었습니다”

뮤지컬 대본이라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고 비틀즈를 비롯한 70년대 팝송부터 월트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원어 가사와 뮤지컬 대본 수 천 편을 익히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영어실력까지 늘었다는 박슬기양, 심지어 뮤지컬에 관한 한 국적을 떠나 감독과 출연진, 작곡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보를 자신 속에 갈무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박슬기양은 대학1학년 때 서경대가 주최한 전국학생뮤지컬대회에서 2등상을 받았고 한국뮤지컬 협회 경기도 지회에서 전국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용인뮤지컬 대회에서 은상을 받으며 또 다시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았다. 2학년인 2017년에는 교내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뮤지컬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했고 그해 6월부터 7월 사이에 치러진 제 11회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DIMF)에서 대학생 부분 여자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수상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당시 팀은 대상을 받지 못한 채 박슬기양만 수상영예를 안았기 때문. 그만큼 박슬기양의 노래와 연기가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증거다.

↑↑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음악회에서 열창하는 박슬기양

-‘뮤지컬 광화문 연가’ 등 프로무대 체험 후 복학, 후배들 위한 책 쓰며 작곡과 극본, 연출공부도 병행

박슬기양의 꿈은 이 수상으로 인해 한층 높고 넓어졌다. 특히 DIMF 수상 특전으로 전액 대구시비로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로 뮤지컬 연수를 다녀온 후부터는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 보이겠다는 꿈을 꾸었다. 재미교포인 유명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의 콘서트 ‘SO FAR 2 GO’에서 보컬 코러스를 맡은 것도 박슬기양의 꿈을 북돋웠다.

이듬해인 2018년 학교를 휴학하고 프로 뮤지컬 무대에 뛰어든 것도 그런 이유였다. 박슬기양은 뮤지컬 전용관 샤롯데시어트에서 공연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하며 본격 데뷔했다. 2018년 하반기에는 국내 최대극영화기획사인 CJ엔터테인먼트 주관으로 다큐브 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광화문 연가’에 출연하며 국내 창작 뮤지컬의 진수를 체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무대를 경험하며 박슬기양은 뮤지컬 산업 내면의 현실을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인식하는 계기를 맞았고 상당한 실망감도 느꼈다고 고백했다. 자유롭고 창의적이어야 할 연예계가 관행을 빙자한 서열문화와 군기잡기, 몰아대기와 따돌림이 만연한 것이 박슬기양을 실망시킨 것. 그런 와중에 박슬기양은 또 다른 공부가 필요함을 느끼고 학교로 돌아갔다.

“극본에 각별한 흥미를 느꼈고 저만의 노래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기왕 연예계로 진출할 바에는 공연 전체를 기획하고 지휘하는 연출공부도 해보고 싶어졌고요”

박슬기양은 이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자를 완성단계까지 썼다고 소개한다. 이 책을 쓴 이유는 자신처럼 연극영화과로 진학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나름의 길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고. 그러나 후배들에게 거창한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준다는 식의 섣부른 오만은 자신부터 사양하고 싶다고 단언한다.

“아직은, 아니 앞으로도 오랜 기간 저도 함께 배우고 깨달아 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저는 다만 아주 조금 제가 미리 알았으면 더 좋았을 작은 내용들을 전달함으로써 제가 무턱대고 꿈꾸었던 기대와 환상이 후배들에게는 적절히 조절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것이 또 다른 선배가 되고 있는 자신이 후배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한편 박슬기양은 자신의 노래를 증폭시킬 방법으로 성악공부를 새로 시작하기도 했다.

“뮤지컬과 성악은 발성법 자체가 다르지만 오래 노래하고 길게 노래하기 위해서는 성악 발성을 익힐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스스로 언제나 미완의 상태임을 알고 정진해나가지만 최근 들어서 노래에 대해 또 다른 자신감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는 박슬기양, 앞으로 예정된 경주예술의 전당 공연에 어떤 모습으로 설지 자못 기대된다.

“아. 경주요? 아버지께서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도시예요. 할아버지·할머니를 비롯해 많은 친척들이 어릴 때부터 제 노래를 들어 주셨는데···, 이번 기회에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최부자댁이 있는 교촌이 아버지의 고향마을이어서 반월성과 남천을 비롯 근처의 자연과 유적지들이 유난히 친숙하다는 박슬기양. 아버지가 활동하는 경주중고서울동창회 송년회에서도 초등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 노래한 경험이 있다며 지금까지 받은 격려와 고마움을 이번 공연에서 유감없이 펼침으로써 보답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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