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있는 아파트의 일상

가족 소일과 이웃 간 나눔과 효과, 만족도 최고

박근영 기자 / 2020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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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성된 서울 근교 신도시들은 도시 기능 자체를 조성해 주민들의 일상생활 만족도를 크게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 세워진 아파트들은 건설사들의 아이디어 각축장처럼 입주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선보인다.

미사신도시, P건설이 시공한 한 10단지 아파트는 입주 때부터 텃밭이 있어 주민들에게 단연 인기다. 800여세대가 들어선 이 아파트에는 입주민들을 위해 조성한 텃밭이 아파트 전체에 120여개소 분포한다. 동의 배치에 따라 전체 5개 지역의 여유공간을 확보해 여기에 길이 2미터 폭 1m의 텃밭 120여 개를 만들어 이를 아파트 주민들의 소일거리로 제공한 것.

아파트 자치회는 이 텃밭을 추첨방식으로 운영, 해마다 연초에 신청자 접수를 받고 신청자들에 한 해 추첨을 시행해 텃밭을 분양한다. 분양조건은 한 해에 보증금 1만원과 물 사용료 1만원이 전부다. 보증금은 텃밭에 사용한 목재 등을 망가뜨렸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지만 문제가 없으면 분양기간이 끝나면서 돌려준다. 그 해 텃밭을 사용한 주민은 공정한 사용을 위해 이듬해는 무조건 사용할 수 없다.

비록 반 평 밖에 안 되는 텃밭이지만 효용성은 대단하다. 올해 텃밭에 당첨된 주민 P씨는 텃밭에 종류별 상추 3종과 부추, 케일과 시금치, 들깨 등을 심었는데 4월초에 모종과 씨 1만2000원 어치와 거름 5000원 어치를 뿌려 텃밭을 꾸몄다. 5월 들면서 야채들이 계속 자라 며칠이라도 따먹지 않으면 금방 우거질 지경이 되어 아파트 이웃들과 나누어 먹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한다. 대체적으로 쌈 채소와 고추, 방울 토마토, 가지 등을 가꾸지만 어떤 주민은 꽃을 가꾸기도 하고 딸기나 참외, 수박을 가꾸기도 한다. 직접 무농약, 무비료로 재배한 싱싱한 야채들로 식탁이 풍성해진다. 꼭 먹기 위해서라기보다 가족들과 소일하고 아이들에게 텃밭을 통해 생명의 성장을 가르치겠다는 주민도 많다. 주말농장처럼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바로 지척에서 안전하게 일구는 텃밭이니 작지만 소담스럽다.

텃밭에는 이전 주민들이 사용한 기구들이 보관된 작은 창고가 있어 경작하는 주민들은 굳이 농기구나 물뿌리개를 살 필요도 없다. 자연스런 나눔이 되는 것. 텃밭을 돌보다 서로 없는 작물끼리 나누는 주민들도 흔하고 그로써 친해진 이웃들도 다수다. 삭막한 도시가 텃밭으로 인해 풍요롭고 따듯해지는 셈이다.

이 아파트 텃밭은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아파트에 텃밭이 있다는 자체도 신기하지만 아파트를 통해 새로운 공동체 의식이 싹트는 것은 더 신기한 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지으면서 거창한 조경과 비싼 조명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유휴 공간을 텃밭으로 바꿔 주민들에게 제공한 발상은 아파트 주님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는 차원에서 매우 기발하다. 아파트 건설사들과 자치회의 참고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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