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관련 설명회 ‘파행’

경주시민대책위 개최 반대하며 설명회 ‘저지’
지역실행기구 시내권 주민 설명회 종료 선언

이상욱 기자 / 2020년 0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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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회가 파행을 겪자 이윤석 재검토위원회 대변인이 회의 진행여부를 참석자들에게 묻고 있다.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가 28일 양남면과 시내권 주민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려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맥스터) 증설 관련 주민설명회가 무산됐다.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이날 오전 10시 양남면복지회관, 오후 3시 서라벌문화회관에서 각각 맥스터 확충여부에 대한 월성원전소재 지역의견수렴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었다.
지난 4일과 6일 열린 사전설명회에 이은 본 설명회 자리였다.
이에 앞서 26일엔 양북면과 감포읍 등 2개 읍면에서는 설명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었다.

하지만 양남면 설명회는 개최여부를 두고 주민들 간 의견차이로 인해 2주 뒤에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양남면은 지난 6일 사전설명회도 같은 이유로 진행하지 못했다.

특히 오후 3시부터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시내권 주민 대상 설명회는 파행을 겪었다.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1시간 20여분 동안 주최 측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종료 선언된 것.

이날 김남용 실행기구 위원장이 인사말을 시작하자,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17개 단체로 구성된 ‘월성원전 핵 쓰레기장 추가건설 반대 경주시민대책위’는 설명회 개최를 저지했다.
이들은 “주민설명회를 하면서도 그 어떤 자료조차 내놓지 않고 형식적인 설명회를 열고 상부에 보고하려는 요식행위를 진행한다”면서 “사업자인 한수원이 맥스터 증설을 홍보하는 불공정한 설명회는 절대 개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경주시민대책위의 반대가 이어이자 참석한 일부 시민들은 “맥스터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설명회 개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실행기구 측과 경주시민대책위, 그리고 주민들 간 고성과 몸싸움이 일면서 설명회는 파행을 빚었다.

결국 4시 18분경 설명회에 참석한 지역실행기구 위원들이 그 자리에서 회의를 갖고 설명회 종료를 선언했다.
사회를 맡은 이동협 경주시의회 원전특위 위원장은 “오늘 설명회가 질서는 없었지만 의견을 들었다, 설명회는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설명회를 연기한 양남면과 달리 종료선언을 한 것으로 재차 설명회를 열지 않기로 한 것.

이를 두고 경주시민대책위는 발끈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은 산업통상자원부 김대자 원전산업정책국장을 향해 “설명회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것은 안된다”며 “우리가 요구한 자료를 다시 갖춰 추후 개최할 것을 약속해달라”고 촉구하며 김 국장의 승용차를 가로막았다.
김대자 국장은 “설명회 개최 여부에 대한 권한은 지역실행기구에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 김대자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장이 승용차로 이동하려고 하자 경주시민대책위와 경찰 간의 몸싸움도 일었다.

이 과정에서 김 국장은 20여분간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승용차에 머물다 출동한 경찰의 보호 속에 겨우 빠져나갔다.

지역실행기구 관계자는 “설명회는 맥스터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찬반에 관한 소통을 하는 자리일 뿐”이라며 “맥스터 증설 찬반을 결정하는 자리라 아닌데도 설명회 자체가 무산돼 안타갑다”고 말했다.

한편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맥스터 증설 찬반을 결정할 시민참여단 150명을 선정하는 대면 설문조사를 29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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