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식당 이석진 사장, 양동마을 가꾸며 최고 보양식 ‘연잎밥’ 전도

양동마을 촌장, 전통 마상무예가, 귀농귀촌의 전형
연잎과 연잎밥으로 수익 올리는 보람된 일인다역

박근영 기자 / 2020년 0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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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상무예를 시범 보이는 이석진 사장.

지난 8월 초, 양동마을 지키며 마을 안에서 연잎밥으로 유명한 ‘초원식당’을 경영하는 양동마을 이석진 촌장<인물사진>의 페이스 북에 재미있는 알림이 떴다. 8월 13일 오전 KBS 제 2 텔레비전 시사교양 프로그램 ‘굿모닝 대한민국’에 양동마을 연잎밥이 소개 된다는 것이었다. 스마트 폰으로 ‘본방사수’하면서 든 생각이 요즘은 잘 차려진 밥상이 마을을 소개하는 힘이 되고 유명한 식당이 도시로 사람을 모으는 뜻밖의 마케팅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단순히 양동마을의 연밭과 연잎밥만 소개하며 양동마을의 분위기나 초원식당 간판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추가적인 궁금증을 자아내 양동마을로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라 여겨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왕이면 방송 카메라가 간 걸음에 양동마을 풍경이 조금이라도 더 담겨지지 않았던 것은 아쉬웠다. 이석진 사장이 말을 타고 멋지게 등장하며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펼쳤지만 이석진 사장의 면면이나 초원식당을 이렇게 어물쩍 넘기는 것도 아쉬웠다.

이 사장은 성실하고 기발한 양동마을 지킴이다. 성실하다고 하는 것은 양동마을의 이모저모를 일일이 챙기는 촌장으로 오랜 기간 봉사하고 있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양동마을에는 지금도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 선생의 후손들인 여강이씨 가문 후예들이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다. 더불어 지난 2010년 안동의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우리나라 유학의 본고장으로 알려지며 국내외 많은 인문학 관련 방문객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닿는 곳이다.

그런 만큼 촌장으로 활동하는 이 사장의 노고가 마을 구석구석에 어린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더구나 양동마을 역시 국내 대부분의 향리가 그렇듯 노령화가 이미 진행된 곳이라 예순을 훌쩍 넘긴 이 사장이 오히려 가장 젊은 청년 그룹에 속하니 마을 안팎의 온갖 잡무가 그를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한다. 크고 작은 마을 관련 민원처리나 중요한 마을 잡무들이 온통 이석진 사장이 돌봐야 하는 일손들. 이 사장의 페이스 북은 그래서 언제나 양동마을 알리기로 가득 차 있고 최근에도 양동마을에서 생산되는 복숭아 홍보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이 사장이 기발하다고 하는 것은 그가 말타기, 활쏘기, 마상무예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기막힌 무예를 익힌 ‘숨은 고수’라는 사실 때문이다. 조선 선비들은 육례를 알아야 선비대접 받들 수 있었는데 그 육례 중 두 가지가 말타기와 활쏘기다. 선비가 되고 싶어도 말과 활이 없어 못 되는 현대에 이석진 사장은 시대를 거꾸로 초월한 가장 근접한 현대판 선비인 셈이다. 특히 그의 이런 무예는 일부러 배운 것이 아니고 스스로 익힌 것이라 더 놀랍다.

“어쩌다 말이 있어서 독학으로 20여년쯤 타는 연습을 했는데 오래 타다 보니 익숙해졌습니다. 활쏘기도 누구에게 배운 것이 아니고 집 근처에 사대 만들어 놓고 쏘는 연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었던 것이고요. 마상무예도 말 타고 활 쏘는 우리 조상님들의 무예를 흉내 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익숙해진 것입니다”

그의 이런 무예는 지난 2019년 신라문화제 때 빛을 발하기 충분했다. 바로 신라장수로 분장해 가장행렬의 선두를 차지한 것. 당시 본지는 ‘SNS는 즐거워’란을 이석진 사장에게 할애해 신라문화제를 알리는 한편 이석진 사장의 멋진 모습을 경주 안팎에 알린 바 있다. 그런 이 사장이 최근에는 손자를 말에 태워 스스로 구종노릇을 하며 또 다른 재미에 빠진 모습은 자식에게는 엄격해도 손주들에게는 자상하기 이를 데 없었던 우리 선비들의 노년의 모습과 닮아서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 초원식당의 상차림 예.

-직접 기른 연밭에서 따서 만든 연잎밥 최고의 보양식. 연잎 순, 연잎 장아찌, 초원식당만의 탁월한 연잎밥 메뉴가 특징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사장은 연잎밥으로 유명한 초원식당 사장으로서의 풍모가 제일 잘 어울린다. 부인 ‘이청남 여사’의 야무진 손맛에서 시작하는 초원식당의 연잎밥은 맛도 맛이지만 최고의 보양식으로 손색없다. 무엇보다 초원식당의 연잎밥은 다른 시내의 연잎밥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 딴 가장 싱싱한 연잎으로 짓기에 맛과 향에서 탁월한 품격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양동마을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축구장 크기만 한 연잎밭이 바로 이 사장이 15년 전 낙향해서 양동마을에 정착해 손수 가꾸기 시작한 연밭이다. 서울의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도시의 번잡함보다 시골에서의 느긋함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온 이석진 사장은 연밭을 일구면서 동시에 새로운 삶을 일군 대표적인 귀농귀촌의 전형인 인물이다.

“고향에 돌아와 느낀 마음의 평화와 흙냄새와 땀방울이 주는 건강은 제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여기에 연(蓮)에서 얻는 여러 가지 수확의 기쁨과 경제적 도움도 도시에서의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보람이었지요”

이쯤에서 이 사장은 연에 대한 자랑을 쉼 없이 쏟아낸다. 연은 뿌리부터 대궁, 잎은 물론 씨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보약이라는 점. 가장 먼저 연근은 예로부터 약재와 보양식의 재료로 각광 받았다. 코에 특히 좋은 것으로 알려진 연근은 전통한과인 정과(正果)의 재료로도 최고로 친다. 연 줄기와 잎에는 ‘뮤신’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소화를 돕고 속쓰림을 막아 위를 편하게 해준다. 연잎은 연잎밥의 재료로도 쓰이고 연잎차로도 인기 있다. 연자(蓮子)는 쪄서도 먹고 한약재로도 쓰인다. 연잎밥이 얼마나 보양효과가 좋았으면 중국에서도 황제가 먹는 보양식으로 쓰였을 정도다.

초원식당 연잎밥은 이 사장이 손수 기른 연잎으로 역시 손수 딴 연자와 보양효과가 있는 10여종의 씨앗들을 찹쌀과 쌀, 흑미를 섞어 만든 찹쌀밥과 함께 싼 다음 한 시간가량 쪄서 만든다. 이렇게 만든 연잎밥에 쌈용 어린 연잎과 찍어먹기 용 연잎 순. 줄기로 만든 연잎 장아찌, 기타 10여가지 초원식당표 밑반찬과 함께 제공된다. 연잎밥 한 그룻 먹었을 뿐인데 보약 한 첩을 먹은 것 같은 뿌듯함을 초원식당 연잎밥에서 느낄 수 있다.

“시골에서의 삶이란 것이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지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유서 깊은 고향 마을을 지키는 데 아주 작으나마 역할하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이 사장은 마지막으로 고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것을 신문에서 제대로 강조해 달라고 부탁한다.

“양동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마을 전체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자부심 높은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공간입니다. 따라서 마을을 둘러볼 때 동물원 구경하듯 하지 말고 주민들의 삶을 우선적으로 존중하여 최대한 예절을 갖추어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마을의 건물들도 500년 넘게 보존되어 온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건물들이니 공부하고 답사하는 마음으로 경건히 방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양동마을을 가꾸고 지켜가는 후손이자 촌장으로서, 전통무예를 익히고 경주시 행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무예를 선보이는 무예가로서, 연잎밭을 일구는 농군으로서, 연에서 나오는 모든 것으로 연잎밥을 만들어 고객들의 건강을 돌보는 연잎밥 전도사로서 이석진 사장의 일인다역은 참으로 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라도 더욱 양동마을을 갈 때면 이석진 사장의 초원식당에 발길이 가게 마련이다. 연의 보양기운과 함께 멋진 사람의 좋은 기운이 물씬 느껴지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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