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책방’

사람과 사람의 어울림부터, 사람과 자연의 어울림까지

엄태권 기자 / 2022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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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화 씨.

정부는 2018년부터 생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상 업종은 카페,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로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가 지난 1일부터 규제가 시작됐다.

이러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사회 전반에 걸친 움직임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경주와 인접한 울산의 경우 다회용 공유컵 사용문화확산을 위한 ‘다회용 공유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소비자가 다회용 공유컵 사용 참여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시에 공유컵인 ‘도돌이컵’을 주문하면서 보증금 3000원을 지불하고 사용 후 참여 카페 어디든 반납하면 현금이나 계좌로 3000원을 돌려받는 시스템이다.

또한 공유컵인 ‘도돌이컵’에 새겨진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인식하면 주변 참여 카페 위치를 손쉽게 찾을 수 있고 반납된 공유컵은 카페에서 깨끗이 세척해 다시 손님에게 제공된다.

울산시는 지난 2월부터 참여자를 모집하고 사업설명회를 거쳐 총 33곳의 카페를 선정하고 다회용 공유컵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주에는 아직 이런 정책이 없지만 울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회용컵 프로젝트와 유사한 방식을 홀로 진행하고 있는 ‘카페’가 있다. 지난 호(제1533호)에 소개됐던 ‘느림보 상점·숲을’의 1층에 위치한 ‘오늘은 책방’이 그곳이다.

‘오늘은 책방’은 서점인 동시에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준화(33)·원지윤(31) 씨 부부는 책을 매개로 한 사람 간의 어울림을 목표로 서점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준화 씨는 사람 사이의 어울림이 가능하듯 자연과의 어울림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카페를 방문한 손님이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일회용 컵이 아닌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등 자연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아늑한 분위기의 ‘오늘은 책방’은 사람이 어울리는 공간이자 자연과 어울림을 추구하는 곳이다.

■책을 매개로한 사람들의 공간, ‘오늘은 책방’
이준화·원지윤 씨 부부가 운영하는 ‘오늘은 책방’은 아늑하면서 사람들이 모여 책에 대해 얘기하고 소통하는 ‘동네서점’을 표방하고 있다.

보통 서점이라고 하면 손님들이 책을 읽어보고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곳은 거기에 더해 책을 매개체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인 2021년 여름 황오동에서 이곳 동천동으로 자리를 옮긴 ‘책방’은 이준화 씨의 손길이 구석구석 묻어있다. ‘책방’을 열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 시 전기나 수도 같은 전문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그의 손을 거쳤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책을 볼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길 원했던 준화 씨는 윌체어와 유아차의 드나듦이 자유롭게 하기 위해 문턱을 없애고 계단이 아닌 오르막길을 선택했다. 또한 성인부터 유아까지 앉을 수 있게 높이가 각각 다른 책상들을 배치하기도 했으며, 책장 높은 곳에 꽂힌 책은 아래쪽에서도 볼 수 있게끔 전시돼 있다.

“오늘은 책방은 남녀노소가 모두 쉽게 찾을 수 있게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빌릴 수도, 구입할 수도 있죠. 나이를 떠나 누구나 책을 매개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이준화 씨가 필요한 손님을 위해 모아둔 종이백.

■사람의 어울림에서 자연과 어울림으로
이준화 씨는 자연환경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과 결이 약간 다르다고 말했다. 이곳 ‘오늘은 책방’을 사람 간의 어울림을 목적으로 운영하던 중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만큼 사람과 자연이 어울릴 수 있겠다는 판단에 환경을 생각하게 됐다는 것.

그는 지금의 ‘책방’을 리모델링하며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 시키고 재사용 가능한 것들을 손봐서 활용했다.

“제 경우에는 제로 웨이스트와 약간은 다른 감이 있습니다. ‘오늘은 책방’이 사람 간의 어울림, 자연과의 어울림을 목적으로 하기에 그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게 된 것이죠. ‘책방’을 리모델링할 때 폐기물을 재사용한 것도 비용 절감의 측면과 환경을 위한 측면 모두 좋았기에 가능했던 거죠”

이준화 씨는 ‘제로 웨이스트’라는 부담스러운 수식어보다 편하게 자연을 생각한 활동이라고도 표현했다.

‘오늘은 책방’에서는 기본적으로 테이크아웃을 지양했었다. 음료를 파는 목적이 공간에서의 어울림을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의 요청이 많아지며 테이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단, 일회용 컵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손님들이 가져온 다회용 컵에 담아주거나 컵이 없는 손님에게는 기증받은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것.

다회용 컵은 기증을 받았기에 보증금도 없다. 이런 ‘책방’의 다회용 컵 사용이 어느 정도 알려지면서 다회용 컵을 빌려갔던 손님들이 집에서 쓰지 않는 것들을 기증하기도 한다고 이준희 씨는 전했다.

“처음에는 일회용 컵을 사용한 테이크아웃이 안 된다는 점에 일부 손님들이 황당함을 표하기도 했었죠. 이제는 익숙한 분위기입니다. 다회용 컵이 다 소진되면 SNS에 기부를 받는다고 알립니다. 그럴 때면 경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다회용 컵을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이준화 씨는 이런 다회용 컵 사용 외에도 소소하게 자연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서점의 특성상 책을 구입할 때 택배상자에 있는 충격 방지를 위한 에어캡을 모은다.

“에어캡을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웠죠. 깨끗한 책을 포장을 했기에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인근에 위치한 동천우체국에 모아서 드리니 흔쾌히 받아 주셨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에어캡을 모아서 가져다 드리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준화 씨는 손님이 물건을 담을 것이 필요할 경우 기증 받은 종이백을 제공하기도 한다.
“‘오늘은 책방’을 운영하며 실천하는 자연을 위한 행동들이 제로 웨이스트라고 보기에는 다소 부족합니다. 다만 사람이 사람과 어울릴 수 있듯이 자연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자연을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회용 컵 사용, 종이백 재사용 등 ‘책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실천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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