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레스토랑 ‘주스트 윤’, 윤정보 쉐프 “창업, 심각한 고민 필요”

창업까지 부단한 노력 있어야, 자신만 차별화, 운영방식 중요

엄태권 기자 / 2022년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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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보 셰프는 요리는 물론, 와인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다.
사진은 와인을 따르는 윤정보 셰프.

경주에서 창업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식업.
관광도시 특성상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음식점들이 오픈을 한다.
모던 레스토랑 ‘주스트 윤(juste une)’의 윤정보(39) 셰프도 지난 2020년 3월 경주읍성 뒤편에서 창업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에 가게를 오픈한 윤 셰프는 코로나라는 심각한 변수와 첫 창업이라는 위험 부담을 떠안고 경험을 쌓았다.

창업 3년차에 접어든 윤정보 셰프의 ‘주스트 윤’은 핫한 음식점들처럼 많은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윤 셰프만의 운영 방식으로 경주는 물론 타 지역에서 찾아올 만큼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주스트 윤’을 개업하고 나서도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윤정보 셰프는 창업을 하기 위해선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윤 셰프의 경우 10여년의 배움과 노력 끝에 창업에 이르렀기 때문.
특히나 그는 단순히 직장을 다니기 싫다는 생각, 자신만의 사업장을 가지면 편할 거란 생각으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며, 창업을 쉽게 보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모던 레스토랑 윤정보 셰프를 만나 ‘주스트 윤’의 오픈까지, 그리고 창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경주시 중부동, 경주읍성 뒤편에 위치한 모던 레스토랑 ‘주스트 윤’,

■창업을 위해 택한 프랑스행
윤정보 셰프는 ‘주스트 윤’을 오픈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는 윤 셰프는 고등학생 때에도 요리학원을 다녔을 정도. 그리고 대학에서 호텔외식조리과를 졸업하긴 했지만 본인이 판단하기에 당시에는 음식을 썩 잘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윤 셰프가 선택한 것이 프랑스행.

“호텔외식조리 전공이지만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졸업하고 서울에서 일 하기는 했지만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끼고 택했던 곳이 프랑스였죠. 프랑스를 가기 위해 서울에서 일하며 고등학생 때보다 더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하기에는 한계가 많아 차라리 영어가 낫겠다는 판단을 했죠”

그렇게 젊은 시절 프랑스행을 택한 윤정보 셰프는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파리에서 여행과 취업을 겸하게 됐다고.

“프랑스는 자국인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국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능력이 있더라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급여를 적게 주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능력 있는 외국인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죠. 프랑스 파리 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프랑스어도 틈틈이 배우고, ‘언제 또 프랑스에 오겠냐’는 생각에 여행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1년의 기간이 정해져있는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프랑스어도 제대로 배우고 요리도 더 배우기 위해 윤 셰프는 다시 프랑스행을 택했다고 한다.

“학생 비자를 다시 발급받아 어학원을 다니며 일을 했습니다. 어학원에서 수업하는 시간 외에는 현지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요리를 배운 것이죠. 그때 프랑스에서 배운 것과 경험들이 지금 ‘주스트 윤’에서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요리의 기초가 됐습니다”

↑↑ 짚불향의 램과 원추리.

■창업, 심각하고 신중하게
윤정보 셰프는 창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자립 기반이 필요한 청년들의 경우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 생활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

특히 단순히 회사 생활이 싫다거나, 자영업을 하면 무언가 편해 보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 내가 생각하는 아이템이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등은 절대 경계해야한다고 말한다.

“주변에 청년들이나 퇴직한 분들이 창업을 한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자리를 잡고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더욱이 청년들의 경우 젊음이 무기이긴 하지만 경험 부족이 큰 약점으로 작용해 실패의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안정적이고 꾸준한 직장 생활이 나을 수도 있단 거죠. 한 지인은 카페를 오픈했는데 관광 경기를 많이 타는 경주의 특성상 매출이 들쑥날쑥해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것에 대해 후회한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창업하는 젊은 사람 중에 가게를 운영하면 생활이 편할 거라 착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절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며 매출 관리에, 판매전략, 직원이 있다면 직원관리 등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나날들이죠. 물론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 아르베퀴나 올리브 오일이 함유된 두릅.

■자신만의 차별화 전략 필요
창업을 위한 좋은 아이템과 배움 등 모든 준비를 갖추고 창업을 시작했다면 하루하루 배우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윤정보 셰프는 조언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손님들이 있어 가게 운영이 되며, 예약이 없는 시간대에는 여유를 가지고 메뉴 개발이나 한층 맛있는 음식을 위해 연구 한다지만 오픈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생각한 음식과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이 달라 고생도 많이 했으며, 적자로 인해 힘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결국 ‘주스트 윤’이 손님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여유로움이라고 윤 셰프는 말했다.

“개업 초기에는 단품 판매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렇지만 위치상 황리단길과 같이 불특정한 손님이 많이 찾는 곳도 아니고, 유명한 곳도 아니라 수익과 음식의 수준 문제로 지금은 코스 요리로 바꿨죠. 돈 버는 것에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손님들에게 조금 더 나은 음식, 손님들이 음식을 편하게 드실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 회전율이 관건이라 빨리 먹길 바라는 단품과 달리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코스 요리로 ‘주스트 윤’만의 차별화를 가져왔습니다”

윤정보 셰프는 현재 ‘주스트 윤’의 주요 고객을 경주시민 50%, 관광객 50%로 판단하고 있다. 위치 또한 관광지에 치우치지도, 주거밀집지역도 아닌 가운데라는 것.

물론 그는 이곳이 어중간한 위치일 수도 있지만 찾아온 손님들을 살펴보면 위치적으로도 나쁘지 않다는 설명이다.

활발한 SNS 활동이나 광고를 하지 않음에도 경주는 물론 타 지역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주스트 윤’을 방문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경영전략이 통했다고 윤정보 셰프는 전한다.

“창업에 답은 없습니다. 주변에서 ‘저 사람이? 저 아이템으로? 창업이 가능할까?’라고 창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했지만 다른 그 누구보다 성공적인 창업을 이룬 사람들도 간혹 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주변에 창업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힘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꼭 창업을 해야만 한다면 그만큼 각오를 하고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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