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한울 어린이집’

자연의 소중함 아이들에게 스스로 일깨우는 교육

엄태권 기자 / 2022년 06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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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고 노는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 아이들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실천을 통한 교육을 지향하는 어린이집이 있다.
바로 현곡면 가정리에 위치한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이 그곳이다.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은 생태중심을 교육 목표로 정하고 물티슈를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누구보다 교사들에게 가장 큰 곤욕일 수밖에 없지만 ‘방정환 어린이집’은 지속적인 교사 교육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어린이 교육인·어린이 인권운동가·아동문학가 소파 방정환 선생의 교육 이념인 ‘스스로 자라고 서로 배우는 기쁜 우리’를 바탕으로 자연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교육을 실천 중인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을 찾아가 봤다.

↑↑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 임우남 원장(좌)과 교육을 담당하는 최경미 이사(우).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은?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은 2014년 9월 개원한 어린이집으로 일반적인 개인이나 법인에서 개원한 곳이 아닌 여러 사람의 뜻이 모여서 설립됐다.

임우남 원장은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이 서울과 경기 일대를 주로 다니며 환경운동을 펼친 단체에서 환경운동의 한계를 느껴 어린이집을 통한 환경운동을 전개하고자 개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은 환경단체 활동하고 있는 130여분들의 뜻으로 설립된 의미 있는 어린이집입니다. 여러 환경 파괴 현장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한계는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현실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아이들을 매개체로 학부모들에게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렇게 환경운동단체의 도움으로 개원한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은 다른 곳도 아닌 경주에 자리 잡게 됐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전개한 어린이 운동이 동학을 기초로 하는 ‘천도교소년회’ 중심이었기에 동학의 본고장인 경주에서 개원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은 방정환 선생의 교육이념인 ‘스스로 자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생태중심’이 그 교육 목표이다.

↑↑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은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임우남 원장은 여느 어린이집과 다른 교육 목표와 방식으로 개원 초기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도 속에서 양성된 교사와 일반적인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로 인해 원생 모집이 저조했다는 것.

“일반 교사들이 저희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많은 대화와 교사 연수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처음에는 교사 입장에서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죠. 저희는 방정환 선생의 교육 이념을 따라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인정해 강제적인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거기에 교육 프로그램을 맞추다 보니 기본적인 교육 틀과는 많이 다르게 된 거죠. 사회에서 교육을 받은 교사들은 다른 교육 방식에 혼란스럽고, 학부모들 또한 처음 본 교육 방식에 낯설어 했습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며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만의 교육을 지역에서 조금씩 인정받게 됐으며, 지금은 원생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임우남 원장은 설명했다.

↑↑ 어린이집 마당에서 흙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자연과 함께하는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은 생태중심이라는 교육 목표에 걸맞게 친자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활동에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는 것은 물론 놀이자재도 자연에서 충당하기도 한다.

편리한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고 젖은 옷을 담는 비닐봉지 대신 다회용 가방을 사용한다. 또한 놀이 프로그램을 외부활동 중심으로 구성해 플라스틱 교구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임우남 원장은 아이들의 획일화된 장난감과 교구들이 오히려 그들의 창의성을 제한한다고도 설명했다.

“아이들이 일반적인 장난감과 교구들을 처음 접하면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용법이 정해져 있고, 놀 수 있는 방법이 한정돼 있어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아이들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생각을 방해할 수도 있는 거죠. 이와 다르게 자연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사물들은 처음에는 어떻게 다룰지 몰라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솔방울과 나뭇가지, 나뭇잎들은 그 모양과 크기가 제각기 다르고 다양한 놀이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른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빠르게 습득합니다. 이런 시간들로 인해 플라스틱 장난감과 교구는 최소화하며 자연에서 노는 즐거움과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아이들에게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 원장은 또한 아이들이 자신만의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자연을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생태중심의 친자연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학부모들에게도 영향이 간다고 임우남 원장은 말했다.

“아이들에게 맹목적으로 일회용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기보다 자연과 친해져 그 소중함을 알고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을 진행하다보니 가르치는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 현곡면 가정리에 위치한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 전경.

■‘방정환 한울 어린이집’, 친자연 교육의 시작점 희망
임우남 원장은 최근 제도권 프로그램에서도 생태중심 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타 지역 교육청에서 한 번씩 강의를 부탁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주에서도 생태중심 친자연 교육에 관심을 갖길 임 원장은 희망했다.

“처음 저희의 목표는 어린이집과 초등교육 기관 등을 설립해 생태중심 교육을 널리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하나 운영하기도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 다른 교육기관의 설립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금은 방법을 바꿔서 제도권 내 하나의 공식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자 합니다. 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생태중심의 교육이 포함된다면 그 프로그램을 이수한 교사들이 전국 각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교육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직 경주에서는 크게 생태중심 교육에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전국적으로 탄소중립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이때, 경주도 미래의 자연을 생각해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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