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폭포와 어머니 산봉우리 이야기

경주신문 기자 / 2022년 0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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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큐레이리 해안마을 산봉우리.

-아이슬란드 어느 해변 마을의 전설
아이슬란드 아큐레이리에서 해안따라 수도 ‘레이크비크’로 오는 도중이었습니다. 만년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작은 폭포 2개를 위아래로 만들며, 바다로 내려오는 해변 마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산봉우리 하나가 초원을 만들고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어요.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로 이 산봉우리가 두 폭포를 항상 내려다보고, 지키고 있는 듯합니다.
 
폭포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적혀있었어요. 아주 옛날 홀어머니가 두 아들을 키우며 그들에게 당부를 했는데, ‘절대 어부가 되지 말라’고. 큰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마을이라 남자들은 커서 어부가 되어 가족을 부양하는 게 당연하지만, 어머니가 극구 반대하는 건, 남편이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아들이 장성하여 어머니 몰래 고기잡이배를 타다가 풍랑을 만나 모두 죽고 맙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도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떴어요. 그 후 마을 근처에 작은 화산이 분출되면서 산봉우리가 생겼고, 잇달아 폭포 2개가 위아래로 만들어졌답니다. 이곳 사람들은 어머니가 산이 되어 두 아들(폭포)을 내려다보고 그리워하며, 보호하는 형상이라 여긴다고 합니다. 그들 폭포수(아들)는 초원의 냇물이 되어 그 산봉우리(어머니) 언저리를 돌아 바다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 아이스랜드 타킬 켐프장.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슬란드 ‘타킬 캠프장’
싱베리아 국립공원을 돌아본 후, 새 숙소를 마련할 캠핑장을 알아보려고 해안 마을 안내소에 들렀습니다. 날씨는 잔뜩 흐려 금방 비가 올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마침 방갈로가 있는 캠핑장이 있다고 해서, 그곳(타킬. Tarkil) 캠핑장을 네비에 맞추고 출발했습니다.
 
산속 캠핑장이란 것만 알고, 전화번호만 체크했지 거리나 찾아가는 길, 위치는 상세히 물어보지 않았답니다. 차는 네비를 따라 자꾸 산중으로만 달립니다. 나무는 없고 분화구와 모래 언덕으로 둘러싸인 길은 덜컹덜컹 비포장으로 험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랑비와 안개로 인해 시야까지 자유롭지 못했어요.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량은 없고 좁은 산길은 위험한데, 몇번이나 전화를 해도 캠핑장 주인은 길따라 오라고만 합니다. 안내판이 보이질 않으니 네비가 이끄는 방향이 맞는지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겁이 났어요. 우리 부부는 돌아가자고 했고, 딸과 사위는 그냥 가자고 했어요.

다행히 근처에 ‘Tarkil’이라 쓴 표지판이 나타나고 저지대로 내려와, 30분 뒤에야 그곳 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은 높은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화산 분화구 분지인데, 바닥에는 잔디밭이 넓게 깔려있고, 가운데에 개울따라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습니다. 캠핑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평원에 방갈로가 몇 채 들어서 있었습니다. 관리자인 젊고 잘생긴 청년이, 우리들의 푸념을 명랑하고 쾌활한 언변으로 잘도 받아넘깁니다.
 
‘이런 좋은 곳에서 하룻밤 묵는 걸 영광으로 여기며,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농으로 되받습니다. 우리는 텐트를 치지 않고 방갈로를 택하여 짐을 풀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주변에 뜻밖의 풍광이 우리 눈을 의심케 했어요. 우리는 뾰족하고 멋진 산봉우리들에 둘러싸여 있고, 근방에는 맑은 냇물이 흐르고, 동굴과 계곡이 자연 그대로 방치되어있는, 마치 외계에 온 듯한 신비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이튿날은 맑은 하늘 아래서 그 산길 원 웨이를 거꾸로 기분좋게 내려왔어요. 유럽 여행 중 묵은 20여 곳의 캠핑장 중에서, 가장 멋진 캠핑장으로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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