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꼭 보세요!” 권위 있는 추천서가 필요한 이유!

박근영 기자 / 2022년 08월 17일
공유 / URL복사
책을 다 쓰고 나면 또 하나 고민되는 것이 있다. 바로 추천서다. 이것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책의 무게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게감이란 것은 헛되게 폼이나 잡자는 것이 아니고 얼마나 책이 가치 있는지를 그에 걸맞은 사람에게 진실감 있게 인증받자는 것이다.

추천서는 결혼식 주례사와도 비슷하다. 요즘 결혼식은 형식적인 주례를 과감히 생략하고 축제처럼 꾸미는가 하면 신랑신부를 가장 잘 아는 양가 어른들이 주례 대신 당부하고 인사하는 순서들로 채워지곤 하는데 확실히 보기 좋은 모습이다.
 
2000년대 이전, 과거 주례사는 주로 신랑 쪽 아버지가 친분 있는 지역 정치인이나 영향력 있는 사업가들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신랑이 나온 학교 교수나 고교 은사님에게 부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신랑과 관련 있는 교수·선생님이라면 정겨움이나 친근함이라도 있지, 정치인이나 사업가라면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고 그 틈에서 진심 어린 주례사가 될 턱도 없다.

추천서도 이런 것이다. 기본적으로 책을 쓴 저자 및 책 내용과 관련 있는 인사가 책을 제대로 읽고 추천서를 써야 한다. 만약 그 관련자가 사회적인 유명세나 권위가 있으면 더욱 좋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추천인이 유명하거나 권력이 많다고 추천서를 쓰게 하면 추천서에 진실성이 떨어지고 빈축만 살 뿐이다.

다시 나의 첫 책 ‘니, 꼬치 있나?’를 들먹이면 이 책의 추천서는 만화가 이현세 화백님이 써주셨다. 이현세 화백, 아니 현세 형님은 나의 경주고 선배님으로 동창회를 통해 이미 자주 만나 뵈었다. 이 책을 낼 때는 10년 넘게 집도 가까이 있어서 수시로 형님의 단골 술집에서 만나 담소도 나누었다. 더구나 형님은 온갖 만화작품에 경주 이야기를 녹여 내셔서 누구보다 경주 홍보에 열심인 분이셨다.

100% 경주 이야기인 내 책이 나왔을 때 책 전부를 읽고 흔쾌히 추천서를 써주셨다. 또 한 분, 나와 경주 고등학교 동기생인 YTN 김용섭 기자가 추천서를 써주었다. 친구와는 가족 간에도 잘 알던 막역한 사이였고 동기회 인터넷 카페에 올린 내 글을 거의 다 읽었으니 추천서가 술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친구는 특별히 자신이 근무하는 YTN에 일부러 내 책을 소개하는 보도도 내주었다. 이를테면 ‘니, 꼬치 있나?’는 진심과 권위와 홍보까지 환상의 조합을 이룬 추천서를 받은 셈이다.

그에 비해 ‘The 큰 바보 경주최부자’는 추천인을 일부러 전부 뺐다. 당시 최염 회장님이 정치계의 유력 인사들을 몇 분 거론하시며 추천서를 받자고 하셨지만 조심스럽게 그럴 일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경주최부자 정신이 부침 심한 정치인들 추천서로 인해 혹여라도 정치적인 색깔을 띠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고 현시대 어떤 정치인도 12대 경주 최부자를 제대로 알고 추천서를 써줄 것 같지 않아서였다.
반면 이 책에 반드시 추천서를 받고 싶었던 분들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물들이고 경주최부자와도 인연이 있었던 분들인데 공교롭게도 그분들의 공통점이 세상 어느 책에도 추천서를 써본 적 없다는 것이었다. 뒤에 몇몇 문화계 인사들과 학계 인사들을 떠올렸지만 경주최부자 정신은 경주최부자 자체로 숭고하다는 판단에서 추천서 없이 책을 내자고 결론지었다.

자서전은 아무래도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쓰다 보니 그들이 어떤 추천인을 선택하는지도 관심이 갈 것이다.
 
참고로 내가 출간한 대부분 정치인들의 자서전은 오히려 정치계 인사들의 추천서를 받지 않고 출간했다. 책을 낸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에 영향을 줄 만한 상위의 정치인들을 추천했지만 역시 ‘진실성’ 면에서 끝까지 주장하지 않았다.
 
지역구 유력 인사라는 이유로 끝내 정치인들을 추천서로 넣자고 한 어느 광역의회 의원은 아예 정치인들로 일괄 추천서를 받은 경우였는데 이것은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대신 내 입장에서 저자들의 초등학교 선생님과 고교 은사님 같은 분들의 추천서를 즐겨 받았다. 이분들 대부분은 실제로 자서전에 등장하는 분들이어서 저자들의 성장과정에 매우 깊은 영향을 주신 분들이다.
 
그만큼 진실된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인의 책에서 추천서를 대놓고 많이 받은 경우도 있었다. 어느 지방도시 시장의 책에서는 무려 100명 가까운 분들의 추천서를 받아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시장에게 그렇게 많은 추천서를 주문한 이유는 그가 그만큼 많은 분들과 진심으로 교감을 나누고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100명이나 추천서를 받다 보니 거기에는 전직 국무총리에 모당 대표를 지낸 인물도 있었고 어느 모로 보나 막강한 정치력을 가진 정치인들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일체 가나다순에 의해 배열했다. 그러다 보니 동네 할머니 밑에 전직 국무총리가 들어가고 고명한 스님과 유명한 목사님이 부녀회 회원과 체육회 아저씨 밑에 들어가는 ‘대단히 멋진’ 상황이 자연스럽게 나열됐다.

그래도 대표할 만한 추천서 한 분은 따로 올려야지 싶어 원고 하나를 골랐는데 그것은 그 시장에게 항의해 단식을 감행했던 할머니가 직접 손으로 쓴 편지였다. 그 할머니가 단식할 때 그 시장 역시 할머니 옆에서 굶으면서 사흘 동안 대화를 나눈 끝에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고 그 일로 할머니는 그 시장의 열렬한 지원자가 됐던 것이다.
 
편지에는 바로 그 사연이 마치 일부러 부탁이라도 한 듯 정성스럽게 쓰여있었다. 드라마...,! 그 편지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것이어서 그 추천서를 메인 추천서로 올리겠다고 주장했을 때 그 시장은 물론 누구도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다. 뒤에 출판 기념회를 하면서 보니 그때 추천서를 보내주신 분들이 모두 자랑스럽게 자신의 추천서를 찾아 읽으며 책에 참여한 것을 뜻깊게 생각했다. 편지 쓴 할머니도 오셨는데 마치 내가 그 정치인이라도 된 듯 반가웠다.

추천인이 결정되고 나면 경우에 따라 추천인이 저자에게 추천서를 대신 써서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대필했던 어느 정치인도 그랬다. 그런데 그 추천서 당사자가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유명한 시인이었다.
 
정치인과 어릴 때 한 동네에 산, 정치인의 누나와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어렸을 때 헤어진 이후 자주 만나지 못해 감정을 어떻게 끌어올려야 할지 모르겠고 마침 몸도 불편해 정신을 집중해서 무얼 쓸 만한 사정이 못 된다며 필요한 내용을 써서 거꾸로 보내보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 정치인의 책을 대신 썼으니 당연히 추천서도 대신 쓸 수밖에... 급히 그 시인과 정치인의 관계, 정치인과의 어렸을 적 에피소드, 그 뒤의 인연 등을 상세히 조사한 후 그 시인이 쓴 여러 편의 수필까지 읽어본 다음 추천서를 써서 보내드렸다. 시인의 수필을 읽은 것은 그 시인의 글쓰기 패턴과 습성 등을 최대한 고려해서 쓰기 위함이었다.
 
며칠 후 그 시인이 놀라운 답장을 보내왔다. 누가 이렇게 자기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썼느냐는 것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두어 줄의 수정만 거친 후 그 원고가 그대로 추천서로 올라갔다. 글 쓰는 작업할 때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프로 작가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상에서 보듯 추천서의 제일 관건은 책의 진정성이고 책을 소개하는 중요한 단초다. 위의 다른 예에서 보듯 정치인들에게는 또 다른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어느 쪽이 되었건 추천서는 저자 대신 책을 소개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자 몇 안 되는 마케팅 도구이다.
 
책을 쓰신 분들은 자신의 책을 열렬히 알려줄 특별한 지인이 있는지 찾아보자. 친할수록 좋고 유명할수록 좋고 책을 알릴 힘이 있으면 더더욱 좋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