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야기 알아야 지역의 포도로 만든 와인 알 수 있습니다”

연매출 500만원에서 2억원대로 성장, 단 하나의 와인 ‘오드린’

이재욱 기자 / 2022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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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영 대표는 농림축산부가 선정한 ‘2021년 신지식농업인 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월류원은 2차산업을 중심으로 한 6차산업을 이루어 냈다. 3대에 걸쳐 지역에서 포도농사를 지어온 박천명 대표는 지역의 이야기를 와인에 녹여들게 했고, 단 하나의 와인 ‘오드린’을 만들게 됐다. 첫 시작은 연매출 500만원으로 미비했으나, 박 대표의 끈기와 노력으로 지난 2021년 연매출 2억원대를 달성해 영동 포도로 만든 자신만의 오리지널 브랜드 ‘오드린’의 고부가가치를 실현했다.

월류원은 박천명 대표가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충북 영동군에서 3대째 포도농장을 이어오고 있다.
1974년 박천명 대표의 조부가 포도농사를 시작해 부친에 이어 현재의 박 대표까지 50년 포도명가는 2015년 박 대표의 와인사업을 통해 ‘와인명가’로 거듭나게 된다.

“젊은 시절 농사가 싫어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서울에 정착하게 될 줄 알았는데, 어찌저찌 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조부때부터 해오던 포도농사를 이었습니다”

“포도농사를 지으면서, 포도즙도 해보고 다양한 시도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수익이 나지는 않았고, 아주 크게 망해버렸죠.(웃음) 그러던 중에 마지막으로 ‘우리가 키운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설득해 와인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 월유원 와인 숙성고에 진열된 와인들.

#어머니가 손님에게 내어주던 술을 모티브로 만든 ‘오드린’
박천명 대표가 와인을 선택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것은 바로 ‘어머니의 술’이었다. 박 대표의 모친은 집안에 놀러 온 사람에게 뭐라도 먹여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을 박 대표가 어렸을때부터 강조했다.

“집안에 손님이 찾아오면 어머니께서 늘 식사를 대접하고, 집에서 직접 담근 과실주를 상에 내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와인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바로 어머님이 만들어서 손님에게 내어준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머님의 그 마음을 이어 ‘모두가 함께 즐길수 있는 와인’이 바로 오드린이 가지고 있는 정의구요”


#이야기를 와인에 녹이다
월류원은 ‘달조차 머물다갈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고 있다’는 충북 영동군 한천팔경 ‘월류봉’에서 따왔고, 이 월류원에서 만들어진 와인이 바로 ‘오드린’인 것.

와인 오드린은 두 가지로 다시 나뉜다. 와인의 입문을 위한 ‘베베마루’와 명품화라인인 ‘그랑티그르’다.
베베마루는 ‘베베’라는 아기란 뜻의 불어와 하늘정상을 가르키는 ‘마루’를 합친말로, 박천명 대표가 아내를 위해 만든 와인이다.

‘큰호랑이’이라는 뜻을 가진 그랑티그르(GRAND TIGRE)는 지역의 유형 자원인 큰 호랑이 형상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다.

1974, 1988, 2002의 3가지 넘버를 가진 그랑티그르는 그 숫자에 각각의 의미를 담았다. 1974는 호랑이해를 상징한 1974년이며 오드린에서 포도재배가 시작된 해이다.

1988은 88서울올림픽을 상징하며 당시 마스코트였던 ‘호돌이’가 호랑이 였던 것, 그리고 2002는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한·일 월드컵’이다. 당시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의 유니폼에 호랑이가 장식되어 있었던 것을 그랑티그르에 녹아들게 한 것이다.

↑↑ 박천명 대표.

이처럼 와인 오드린은 각각 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월류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월류봉을 돌아보고 와야한다고 박대표는 강조한다.

“독창성은 곧 차별화 라고 생각합니다. 그어디에도 없는 와인에 녹아든 이야기가 월류원 와인의 독창성이고 차별화입니다. 아내가 마실 수 있는 와인 ‘베베마루’, 큰호랑이를 품고 있는 ‘그랑티그르’의 의미를 따라가면 역사를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바로 독창성이고 차별화입니다. 때문에 저희 월류원을 찾는 분들에게는 꼭 월류봉을 둘러보고 다시 방문하라고 강조합니다. 지역의 이야기가 바로 월류원이기 때문입니다”

↑↑ 와인이 저장된 오크통을 잠그는 모습.

#연매출 500만원으로 시작해 2억원대로 성장
박천명 대표는 2012년도부터 와인아카데미에서 3년을 수료하고, 2015년 7월에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와인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해왔다. 과거 포도농법을 정립한 조부와 포도박사로 불리는 부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해 온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오드린’이다.

“어중간한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것입니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내놓아야 고객과의 신뢰가 쌓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먼저 만족시켜야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와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의 이런 고집 때문에 와인 오드린은 최소 1~3년의 숙성 기간을 거치며, 가공 과정에서는 시그니쳐 발효·숙성기술을 사용한다. 또한 2년의 시뮬레이션 생산을 통해 최종 결과를 확인하고 결과가 좋으면 정식 공정을 거쳐 신제품으로 탄생한다. 주원료인 포도의 재배에는 순환농법을 쓰고 있다.

2015년 시작한 월류원은 시작부터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첫 해 매출 500만원 가량이었던 월류원을 억대 매출로 끌어올린건 바로 박 대표의 와인에 대한 집착과 고객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 오드린 전경.

#농가와 상생하고, 지역과 함께하는 ‘월류원’
와인 오드린의 생산에 필요한 포도는 1년에 약 150t이다. 박대표는 직접 재배하고 있는 포도는 물론, 부족한 물량은 인근 포도농가와 계약해 필요한 물량을 맞춘다.

“처음 월류원을 시작할 때는 저희 농가에서 생산한 포도의 10프로도 채 안되는 양을 사용했습니다. 부친께서 와인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소량을 투입했죠. 하지만 부친께 와인의 가능성을 보여드렸고, 이후 월류원이 성장해 지금은 저희 농가에서 생산한 포도의 90%이상을 와인 생산에 사용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은 지역의 포도농가와 계약해 맞추고 있습니다”

월류원은 와인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지역농가와 계약해 농가를 살리고, 와인을 판매해 발생한 수익의 일부분은 지역 영동군을 위해 기부해오고 있다. 지역이 살아야 농가가 살고, 농가가 살아야 기업이 산다는 것이 박 대표의 신념이다.

또, 박 대표는 월류원을 단순히 기업이 아닌,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 목표를 가지고 있다. 월류원 부지와 공간을 활용해 지역주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길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킨다는 것.

“월류원을 단순히 와인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이 아닌,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월류원을 찾는 모든 분들이 이곳에서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싶습니다. 숙성고로 가는 길목은 예술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또다른 공간을 활용해 공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도 지역, 지역주민과 함께해야 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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