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로방스의 오렌지 마을 여행

이종기 시민 기자 / 2022년 09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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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테 샤들러고원의 고성.

-산위 석벽위에 위치한 오렌지색 「코러드」 마을
7월의 유럽 여름날은 연일 뜨겁습니다. 몇십 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가뭄과 더위로 도시 사람들은 지쳐있고, 프로방스 지역의 관광객 또한 더위를 먹은 것처럼 힘이 빠져있습니다.
 
여기는 우리 텐트에서 가까이 있는 남프로방스의 ‘코러더’란 산중 마을입니다. 오랜지 마을이라고도 해요. 산중턱에 석벽을 쌓고, 그 위에 집들이 지어져 있습니다. 집들이 오렌지 색인 황토 언덕에 건축되어 있어 집과 건축물, 석벽 등 거의 모두가 멀리서 보면, 황토색으로 덮힌, 오렌지 마을처럼 보인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산 언덕 위에 중세풍의 벽돌집들이 촘촘히 붙어있고, 도로가 좁고, 주차장이 적어 동네가 갑갑합니다.
 
그러나 찻집, 가게, 기념품 집, 교회 등 여러 사람이 공동 이용하는 곳은 다 길가에 늘어서 있어요. 마을에서 앞을 건너다보면, 절벽 아래 멀리 올리브 나무, 목축지. 농작물 등의 자연환경들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러나 염천 하의 노란색 집들은 더욱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어 마을이 푹푹 찌는 것만 같아요.

↑↑ 남 프로방스지역 소 방목고원.

-소 목축 고원 「크레테 샤들러」 고지
우리는 오렌지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주변 경관이 좋다는 「크레테 샤들러」 고원에 차를 몰고 올랐습니다. 소, 말 등 가축을 방목하는 초원지대로 한국 같으면 대관령 목축지대 같은 곳입니다.
 
이곳은 어딜 가나 자연환경이 좋아 고요함과 맑은 공기가 주변을 감싸고 있고, 산야엔 집들이 띄엄띄엄 흩어져있는 목가적인 산골 마을이에요. 꽤 높은 곳까지 차도가 나 있어 정상 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채소, 옥수수, 감자 등이 있는 밭도 있고, 소들의 집인 우사들도 나란히 줄지어 있습니다. 마구간을 구경하다가 출입문 도어에 꽃다발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이상해 주위 사람에게 물었어요. 송아지가 출산 되면 축하해주는 뜻으로 꽃다발을 크게 만들어 출입문에 걸어준다고 합니다.

‘축 이쁜 송아지 출산’이란 뜻의 화환인 것 같아요. 어미 소가 꽃다발을 핥아주며 좋아한다고 합니다. 가축을 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산골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보는 것 같았어요. 방목장을 둘러보고 내려오면서 계곡 쪽에 있는 트레킹 코스를 탔습니다.
 
깊은 계곡 한쪽에 철제 디딤판을 만들어놓고, 석벽에 조각된 조형물을 보는 것인데, 사냥놀이, 전쟁 흔적, 도시생성 과정을 그려놓거나 새겨놓은 곳입니다. 계곡 아래에는 세찬 물이 흘러가고, 그 위에서 디딤판을 딛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시원한 물길과 함께 스릴을 맛보게 하고 있어요.

↑↑ 축 송아지 탄생 마굿간.

-전설이 있는 이름다운 옛성이야기
계곡을 오르다 안내판이 있는 오래된 성을 만났습니다. 안내판에 칼을 들고 말을 탄 기사가 새겨있고, 깃발을 든 사람들도 있어요. 성 내력과 성주에 대한 설명문인 것 같습니다. 3층짜리 돌집인데, 사각형의 잔디밭에 건물이 우뚝합니다.
 
울타리는 열려있으나 집안은 굳은 자물쇠로 잠겨져 있어요. 울타리 변에 나무들이 울창하며 잔디는 반듯하게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안내문에 의하면, 17C 경, 어느 백작의 집이데, 주인이 전쟁에 나간 사이 부인이 그를 기다리다가 소식이 없자, 남편이 죽은 줄 알고 하인들과 함께 집을 떠났어요. 이곳 성주가 살아 돌아와 부인을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출입문에다 ‘나를 잊지 말라’고 글을 새겨놓고, 그도 이곳을 떠났다는 슬픈 사연이 적혀있었습니다.

잔디밭에서 점심으로 싸간 토스트를 먹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한나절 쉬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 의하면 ‘나를 잊지 말라’는 글은 성주가 집을 나간 부인에게 남긴 말도 되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이 집을 부탁한다는 말도 된다며 지금도 후손들이 옛 성주를 기리며 성을 보살피고 있다고 합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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