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도시 경주에 미술 입힌 ‘아트경주’

2022 경주아트페어, 아트경주 이어가나?

오선아 기자 / 2022년 0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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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아트경주2012.

이달 초 서울 코엑스에서는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와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가 공동개최되며 국내 미술시장에도 많은 변화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NFT를 기반으로 젊은 작가들은 유행에 맞게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최근 새로운 컬렉터인 MZ세대들이 급격히 미술시장에 유입되면서 컬렉터의 세대 변동이 이뤄지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19로 전체적인 경기가 위축된 상황임에도 미술 경매시장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아트페어 현장에는 역대급 관람객과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단색화 작가나 해외 유명작가의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신진작가 혹은 덜 주목받던 작가들의 작품도 상승세를 보인다. 분할소유권 및 NFT 아트에 대한 관심과 디지털 친화적인 MZ세대의 미술시장 진입으로 온라인 미술시장의 성장세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자연스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진 부분도 있겠지만 미술품이 각종 세금에서 자유롭다는 것 역시 그들이 미술품에 주목하는 이유다.
경주에서도 이달 말 경주HICO에서 ‘경주아트페어2022’를 개최한다.

투자와 감상이라는 미술품의 양면성으로 탄생한 아트테크를 시도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변화하는 미술시장의 흐름에 맞는 경주아트페어의 방향에 대해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트경주2012
2012년, 미술시장의 불모지였던 경주에 아트페어가 처음 열렸다. 대중적이고 참여적인 신개념의 미술시장을 추구하고자 마련된 아트경주2012가 경주실내체육관과 경주예술의전당 알천갤러리, 야외전시장에서 펼쳐진 것.

아트경주는 갤러리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미술시장을 뜻하는 아트페어 성격과 유명작가를 초청해 마련된 작가 전시 위주의 아트페스티벌 요소를 절충하고 융합해 탄생한 경주만의 문화예술프로젝트다.

경주시는 시장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추구하며 신흥미술시장으로 발돋움하고자 연륜과 경험을 갖춘 조선화랑 권상능 대표를 아트경주 운영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미즈갤러리 정종현 관장 운영팀장으로 초빙했다. 아트경주2012에서는 국내 40개 화랑과 일본 등 해외 5개 화랑 총 45개 화랑이 참여해 400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경주시 자체예산 1억4000만원, 경북도 보조금 6000만원 외 기업의 협찬금 등의 예산으로 진행됐다.

경주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보니 당시 미술품 판매에 대해 큰 기대 없이 참가한 갤러리들도 적지 않았다. 경주가 가진 매력적인 환경자원이 그들을 사로잡은 것.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첫날 아트페어가 오픈되자 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방문했고, 아트페어 기간 내내 공동조직위원장이었던 최양식 전 경주시장이 매일같이 방문하며 아트경주에 대한 애정과 관심,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지역미술인들과 아트경주에 참가한 갤러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미술의 대중화를 위한 ‘100만원 특가전’, 아시아권 젊은 작가들의 ‘아시아 현대미술의 지금’, ‘오늘의 일본 현대미술의 단면’ 등도 함께 진행됐으며, 특별전시와 이벤트도 다양하게 열렸다.

특히 현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이 기획했던 ‘법고창신-경주에서의 대화’, 동국대 이점원 명예교수가 기획한 야외조각 특별전, 경북예총 최용석 자문위원이 기획한 경주, 포항, 울산, 영천 ‘지역미술인 초대전’ 특별전이 기간 내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에서 마련돼 고루 인기를 얻었다.

당시 (사)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 지회장은 맡았던 최용석은 회장은 “당시 특별전은 21세기 전통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신라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가까운 지역의 원로, 중견, 신진작가들 간 소통과 교류의 장을 통해 자생적 지역미술인들의 생태기반을 만들어가고 싶었고, 지역미술인들의 작품을 많이 알리는 데 초점을 뒀다”면서 “제한된 전시 장소 관계로 더 많은 지역 미술인들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참여하신 분들의 화합과 관심이 당시 첫 아트경주2012를 성황리에 치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렇게 경주지역에서 첫 번째로 개최된 아트경주2012는 국내외 현대미술의 동향을 보여주고, 치열한 미술시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6번의 아트경주, 그리고 씁쓸한 퇴장
아트경주2013은 경주실내체육관에서 이듬해에도 열렸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마련된 두 번째 아트경주는 국내 유명 46개 화랑이 참여해 회화, 조각, 사진, 판화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판매했다.

또한 신라문화의 특수성을 살려낸 ‘명장 5인전’, ‘신라의 신화:15인전’과 한국미술협회 대구·울산 지회와 경북 16개 지부가 참가하는 ‘영남대표작가 초대전’도 함께 진행됐으며, 관람객들이 미술품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14년에는 전국지방선거로 인해 아트경주가 한차례 연기됐고, 2015년 3월 경주화백컨벤션센터가 개관함에 따라 5월 초 컨벤션센터 1층에서 열렸다.

두 차례 아트경주가 진행되는 동안 공적자금으로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지역 미술발전과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고, 3회차 아트경주에서는 지역의 갤러리 라우 송휘 관장이 총괄운영팀장을 맡아 진행하게 됐다.

사실 아트경주 마련되기까지 송휘 관장의 노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2009년 경주에서 갤러리 라우를 개관하며 국내외 아트페어 참여는 물론, 미술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녀는 경주미술시장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경주시에 꾸준히 어필했다.

그렇게 2년 만에 아트경주가 개최됐고, 그간의 노고와 업적이 인정돼 경주시에서는 송휘 관장에게 총괄 운영을 맡긴 것.

아트경주2015는 국내 갤러리와 해외(프랑스, 일본, 중국 등)갤러리 55개가 참여했으며,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람객들의 쉽고 편안한 관람을 도왔다.

지역의 역사성을 토대로 미래의 정체성 확립에 대한 사유를 기억, 욕망, 관계라는 3가지 섹션으로 나눠 ‘오래된 미래’라는 특별전을 진행했다.

또 조영남 작가를 초청해 ‘현대미술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과 초대전을 진행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아트페어의 대중화를 위해 ‘한 집 한 그림 걸기 50만원전’ 이벤트로 많은 관람객이 작품을 구매해 아트페어의 의미를 더했다.

송휘 총괄운영팀장은 갤러리의 역량이 향상되고, 작가들도 지속적인 활동이 보장되며, 소비자 역시 만족을 할 수 있는 아트경주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동분서주했다. 그렇게 아트경주2016에 이어 2017까지 총괄 운영을 맡으며 아트경주를 끌어왔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총괄운영팀장의 공정한 공모절차 부재, 임기 제한 등의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고, 아무런 해결방안 없이 아트경주는 2018를 끝으로 더 진행되지 않았다.

#경주블루아트페어와 크리스마스 아트페어
2020년 8월, 아트경주2018이 퇴장하고 2년 만에 경주에서 새로운 미술 장터가 열렸다. 부산 도슨트협회에서 주관하는 ‘2020경주블루아트페어’가 그 것.

경주의 브랜드 가치와 지역 문화 수준을 다시 한번 높일 좋은 기회라 반기는 시민들도 있지만, 경주에서 개최하는 아트페어임에도 지역갤러리와 지역미술인들에게 협조 공문 없이 진행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주블루아트페어’는 ‘더골프쇼 in 경주’ ‘경주맘아랑베이비페어’와 함께 화백컨벤션센터의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업이다.

부산 도슨트협회 측은 해마다 호텔 객실에서 블루아트페어를 진행해 왔었고, 그해 사업선정으로 인해 장소를 부산의 호텔 객실이 아닌 경주 하이코로 옮겨 경주블루아트페어로 진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갤러리가 아트경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개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한다. 이번 아트페어는 블루아트페어의 일환이지만 아트경주의 연장선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듬해 크리스마스 시즌, 경주하이코에서는 2021경주아트페어가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 주최, 주관으로 진행됐다. 국내 50여개 갤러리에서 300여명의 작가, 10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지만, 이 중 경주에 있는 갤러리는 예안갤러리와 휴먼갤러리 두 곳뿐 지역 갤러리와 미술협회, 지역작가들의 참여율은 바로 앞 ‘경주블루아트페어’보다 저조했다.

혹자는 경주시 출자 출연 기관에서 주최, 주관하는 행사임에도 지역갤러리와 작가들과의 정보교류, 소통 부재, 지역 연계성 부족 등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2022경주아트페어
경주화백컨벤션센터가 주최, 주관하는 ‘2022경주아트페어’가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경주HICO 1층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전국 50여개 갤러리 부스에서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과 인기작가, 중견작가, 청년작가의 다양한 예술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김상원 작가의 통도사 소나무풍경 대형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김상원 특별전, 경주의 청년작가가 참여한 청년작가특별전, 조형 특별전도 함께 진행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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