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출생신고 ‘ISBN 신청’과 최종 마무리 ‘색인’

ISBN은 책을 어떤 도서 종류에 포함 시킬지 지정하는 도구

박근영 기자 / 2022년 09월 22일
공유 / URL복사
책 표지 디자인까지 끝났다면 책을 만드는 것은 이제 완전히 마무리된 셈이다. 이제 인쇄만 하면 책을 펴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그러나 만약 책을 유통하고자 한다면 아직도 남은 절차가 있다. 물론 혼자서 찍어 지인들에게 판매하거나 나누어 주는 데는 지금까지의 과정만 해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식으로 인정받고 서점에서 팔 수 있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남아 있다.

그것은 책이 자신의 고유성을 가지는 일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동사무소 가서 출생신고부터 하는데 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서점에서 책을 팔 수가 없다.

책의 출생신고는 ISBN신청이라고 한다. ISBN이란 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의 약자다. 우리말로 풀어 쓰면 ‘국제표준도서번호’다. 즉 책을 분류할 때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방법에 의해 책의 종류에 따라 붙이는 고유한 식별기호다. 여기에는 국명, 출판사, 도서 코드 등이 세분화되어 모두 13개의 숫자로 표시된다. 책에 보면 책 뒤표지에 바코드 표시가 있고 그 밑에 깨알 같은 숫자들이 적혀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ISBN이다.

ISBN은 책을 내는 출판사에서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한다. ISBN이 중요한 이유는 책을 어떤 도서 종류에 포함 시킬지를 세부적으로 지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서전을 써놓고 과학서적 분류에 넣었다면 책을 찾은 사람들이 해당 책을 못 찾게 될 것이다. 서점의 책들도 모두 ISBN의 분류에 의해 진열하는 것이므로 ISBN을 신청할 때는 책의 성격을 분명히 규명할 수 있도록 신중해야 한다.

ISBN은 신청하면 보통 5일 이내에 바코드를 받게 된다. 최근에는 빠를 경우 3일 이내에 바코드를 받을 수도 있다. 급하게 책을 낼 때 이 기간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ISBN과 함께 지적소유권을 주장할 만한 책이면 저작권 신청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 신청은 전문적인 서적에 해당하는 일로 일반 자서전에서는 거의 필요 없는 일이다. 자신의 인생을 쓰는 일인 만큼 누가 일부러 베낄 염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 일반 자서전이라도 내용상 중요한 기록 사항이나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주장, 명문장 등을 썼다고 생각하면 저작권을 신청하는 것도 무방하다. 저작권은 한국저작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등록할 수 있다.

ISBN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자서전을 내면서 꼭 ISBN을 등록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만하다. 대부분 자서전이 자비출판, 즉 자기가 돈을 내어 책을 출판하는 경우이고 서점에 유통시킬 일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 자서전 저자들이 ISBN을 마치 무슨 명예라도 되는 것처럼 등록하려고 한다. ISBN이 책을 서점에서 판매할 때 필요한 정보라고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마치 ISBN이 없으면 책이 아닌 줄 아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혼자서 책을 내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볼 정도의 책을 냈다면 굳이 ISBN을 신청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책을 유통하되 서점에 풀지 않고 특정 출판사에서 책을 배송하는 식으로 출판할 때도 굳이 ISBN을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ISBN은 책을 분류하는 수단이지 책을 꾸미거나 가꾸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굳이 ISBN을 신청하려고 애쓰는 것은 혹시라도 책이 인기 있어서 유통시킬 가능성을 고려해서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ISBN쯤 따 놓아야 제대로 책의 구색을 갖추었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참고로 우리 출판사에서 펴낸 대부분의 자서전들이 모두 ISBN에 등록했지만 서점에 판매되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대부분 정치인들의 책이었는데 그 책들이 어떤 내용이건 독자들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단지 출판기념회에 직접 와서 친분을 과시하거나 지지를 표명하는 수단으로 책을 사고 사진을 찍고 싸인을 받아 갔지만 그 책을 블로그에 올리거나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들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우습게도 이런 책들 대부분이 출판기념회를 먼저 잡아놓고 펴낸 책들인데 유명한 정치인일수록 이런저런 추가 내용이나 요구가 많아 책이 다 제작되기까지 일정이 급해질 대로 급해지기 일쑤다. 그런데도 아무 필요 없는 ISBN을 따가며 출판 막판까지 시간이 모자라 피를 말리게 하곤 했다. 자비출판이고 서점에 유통도 하지 않을 책이지만 ISBN을 달아야 책이 책답게 보인다고 생각한 결과였다. 출판사의 입장에서야 빤하게 보이는 필요 없는 일이지만 책을 내는 저자의 입장에서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의 형식도 그만큼 중요하게 보일 것은 이해되지만 말이다.

-색인은 일종의 주민등록증과 같다
ISBN코드가 발행되고 저작권 등록까지 되었다면 이제 정말 마지막 책을 꾸미는 마무리를 하면 된다. 그 마무리는 ‘색인’을 만드는 것이다. ISBN이 책의 출생신고서라면 색인은 책의 주민등록증인 셈이다. 색인은 오래전에는 별도의 색인표를 만들어 책 맨 뒤쪽 페이지에 붙였지만 지금은 그냥 맨 뒤쪽 페이지에 인쇄하는 정도로 만든다. 근래에는 색인을 꼭 뒤쪽에 넣지 않고 앞쪽으로 내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뒤쪽에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색인에는 책을 만든 실질적인 참여자들이 들어간다. 지은이, 발행인, 출판사, ISBN번호, 책 출판 연월일, 책을 인쇄한 이력, 책값 등이 들어간다. 자서전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대형 출판사의 기획 서적의 경우에는 책에 따라 책을 기획한 기획자와 디자이너, 인쇄소를 넣어줄 때도 있다. 보통 자서전에서는 기본적인 사항만 들어간다.

내 경우 책을 펴내면 반드시 우리 출판사와 함께 인쇄소의 이름과 디자이너의 이름까지 책에 넣어주곤 한다. 책을 혼자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오래 함께 일해 온 인쇄소의 노고와 마지막까지 책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공을 인정해서다. 이때 디자이너에게는 색인에 이름 들어가는 것이 자신의 이력에 관련되는 일이라 의미가 있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는 만큼 훨씬 신경 써서 책을 디자인하려는 의지가 생기는 것이다.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 입장에서야 색인에 디자이너 이름쯤 넣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이게 작은 배려가 될 수 있다. 특히 유명 정치인이나 기타 이름 있는 인사의 자서전들은 비록 서점에 유통되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누구의 자서전을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자서전을 왜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또 책의 구조를 알아보고 자서전을 낼 때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지도 알아보았다. 지금까지 모두 스물 한 번의 지상강연을 했는데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자서전을 계획하고 쓰는데 작게나마 도움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서전 쓰기 강의는 자신의 인생을 자기가 직접 쓴다는 차원에서 살펴본 내용들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글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만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아마추어들을 위한 강의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글을 전혀 쓸 줄 모르거나 글 쓰기에 도통 자신이 없는 분들은 어떻게 자서전을 내면 되는지에 대한 설명과 반대로 한 단계 올려서 적어도 글을 자기 마음대로 쓸 줄 아는 준 프로 이상의 글 고수들이 남의 자서전을 써줄 수 있도록 강의해 볼 예정이다.

이것을 ‘대필(代筆)’이라고 하거니와 만약 대필작가의 세상이 궁금하거나 아르바이트나 직업으로 대필작가가 되고자 하는 글 고수들이 있다면 앞으로의 강의에 관심을 가져 보기 바란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