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플렉스 문화, 미술시장에서도

MZ세대 컬렉터, 커뮤니티· SNS 트렌드 파악하고 구매

오선아 기자 / 2022년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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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회 부산 국제화랑아트페어에서 MZ세대 컬렉터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9월 첫 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국내 최대 미술장터가 열렸다.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아시아 첫 진출 지역으로 대한민국 서울을 택해 국내 주요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동시에 개막한 것이다. 첫날부터 행사장에는 연예인 및 유명인들이 적지 않게 목격됐으며, 각종 SNS에서도 프리즈와 키아프 방문 인증 사진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전통적인 미술시장에서 왕성한 구매력을 보여 온 50, 60대 관람객에 비해 20~40대 젊은 세대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미술시장에 뛰어든 MZ세대 컬렉터
미술작품의 유통 구조는 미술작품 창작자인 시각예술인, 유통 역할인 갤러리와 같은 매개자, 소비자인 관람객과 컬렉터로 구성된다. 그리고 미술시장은 미술작품이라는 재화가 거래되고 작품의 가격이 책정되는 곳이다.

최근 국내에서 아트페어에 관람객과 컬렉터 범위가 확장되며 관심을 갖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40대 컬렉터 층의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이들은 IT업계와 스타트업, 온라인 쇼핑몰 종사자가 지난해 신규 컬렉터 절반을 차지했으며,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주식 투자 등 금융업, 연예인, 부동산 관련업,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의 직업군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후원사 UBS가 펴낸 2021미술시장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래 세계 미술시장의 큰 손은 MZ세대’라며 젊은 층의 미술품 수집과 아트테크 열기에 대해 주목했다.

2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를 통칭하는 MZ세대는 밀레니얼을 뜻하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 2000년대 초 태어난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그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 세대다. 부모가 열심히 노력해 자산을 쌓아가는 과정을 보며 자랐고, 그 부를 물려받는 상속의 세대이자 물질적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세대다. 또한 IMF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를 목격하며 재테크 분산투자에 대한 감각을 본능적으로 깨우쳤고, 해외여행과 유학으로 예술에 대한 경험치와 관련 정보력, 관심도도 크다.

미술관이나 공연장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교류하는 환경에 익숙하고, SNS 등 온라인 활동으로 스스럼없이 자신의 취향과 소유물을 공개하고 반응과 호응을 살피며 자신만의 안목과 취향을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미술품을 구입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새로운 컬렉터 MZ세대들이 미술품을 구입하는 목적 중 가격 상승을 고려한 투자목적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미술품을 통한 자신의 정체성과 이미지 구축, 자신의 재력과 소비력을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BAMA 아트페어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SNS 통해 아트페어 방문 인증 사진을 남겼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미술품을 보는 안목을 키워보고자 남편과 방문했어요. 태어나서 작품을 처음 구매해 봤어요. 미술작품에 조예가 없다보니 제가 봤을 때 기분 좋은 작품, 생각했던 가격대와 크기, 거실 벽와 어울리는 기준으로 선택했죠”라며 “사실 작품 가격이 많이 비쌀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작품을 구매해 만족합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발발과 함께 미술시장에 진입해 대부분 3년 미만의 짧은 구매경력을 지니며, 주요 구매 동기는 투자적 목적과 공간 인테리어를 위한 장식적 목적이 주를 이룬다.

미술시장의 호황기 진입을 두고 코로나19 이후 모처럼 가능해진 문화 소비의 기회에 그간 해외여행도 못 간 채 억눌렸던 문화 욕구가 보복적 소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점당 구매가 5000만원 이상의 작품을 구매하는 상위 구매자에게 투자의 중요성은 월등히 높다. 이들은 대부분 미술품 구매를 위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으며, 작품 구매 전부터 작품에 따라 보유 기간을 정하고 작품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공연자로 활동하는 40대 A씨는 “지인이 구매한 한 작가의 작품이 일 년 사이 거래금액이 2~3배 가까이 오르는 것을 봤어요. 이후 몇몇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SNS를 통해 그들의 활동 및 동향을 파악했죠. 그들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아트페어를 찾았는데 아쉽게도 한 작가의 작품은 이미 거래가 완료된 상태였고, 다른 작가분 작품은 본 즉시 구매해 버렸습니다. 이제부터 이 작가님의 성장을 응원해야죠(웃음)”라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MZ세대는 구매경력이 짧기 때문에 구매와 판매를 반복하며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취향을 찾아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MZ세대 상위 컬렉터들은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상승한 미술품 가격의 혜택을 받아 작품 재판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고.

특히 외국어 능력과 정보 검색 능력을 갖춘 MZ세대는 정보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매하는 작가와 작품의 다양성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으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전시 및 작가 홍보, 작품의 판매 채널 활성화로 인해 해외 작품 구매도 거리낌 없이 시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MZ세대들이 미술품에 투자하고, 자신의 공간을 꾸미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이 문화를 웹 커뮤니티 공간에서 많은 이들과 공유하며 즐긴다는 것이다. 과거 소장품 내역을 숨겼던 미술 수집가와 달리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작품을 공개해 공감하며 소통하며,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MZ컬렉터들의 특성인 것이다.

#선호하는 작품 경향 달라
미술품 소비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술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MZ세대 컬렉터들은 기존 단골 화랑을 통해 장기간 신뢰를 쌓고 안목을 높이는 선배 컬렉터들과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며 구매로 이어가고 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서는 직장인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회원수가 1만명 이상인 곳은 그 자체로 상당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MZ세대 컬렉터들의 미술품 수집 중 일부는 자신의 취향에 의한 것보다 커뮤니티와 SNS로 트렌드를 파악하고, 구매로 이어진다. 소위 입소문에 흔들려 작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 이러한 흐름은 특정 작가로의 광풍 같은 쏠림 현상이 야기하기도 하고, 미술시장에 초보 투자자들은 코인 투자나 게임처럼 발 빠른 단기 투자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대다수 MZ세대 컬렉터들은 자신들 또래 화가가 그린 동시대감각의 작품을 선호하는 그들은 팝아트적인 화려함이 돋보이는 작품에 주목한다. 또한 글로벌 마켓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보니 뉴욕화단에서 뜨고 있는 해외 젊은 작가들에 대한 수요도 높다.

또한 장기적으로 되팔 때 환금성을 고려한 투자로 거장의 소품이나 판화, 부상하는 중견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지역작가, 40~50대 중진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미술시장에서 점점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술의 본질은 작품값이 아닌 미적 가치의 향유며, 미술품 수집가는 투자가가 아니라 미술 후원자였기에 존경받아왔다.

현재 미술시장 호황으로 미술품이 잘 팔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에 따르면 호황으로 들뜬 현재 시장을 호황기 이후 가격 거품이 빠지는 시점을 대비해야 할 시기로 진단하고 있다.
 
지역의 갤러리 A 대표는 “요즘 미술시장에 MZ세대 젊은 컬렉터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현명한 미술품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공부가 뒤따라야한다”면서 “미술품 구매가 단순히 투자와 장식보다 작품의 가치와 작가에 대한 신뢰도에 초점을 두고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구매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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