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아트페어, 새로운 정체성 확립이 과제

질적개선 위한 문체부 평가 권장
주최기관과, 전문가, 지역민의 적극적 협력이 돼야
배타적 시선 아닌 진정한 조언과 격려 필요한 시점

오선아 기자 / 2022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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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 주최, 주관으로 진행된 2022경주아트페어.

#아트경주2018 이후 폐지, 그동안 일궈왔던 긍정적인 영향력 뒤로한 폐지, 서로에 대한 책임회피, 무책임한 결정 아닌지
지난 2012년, 미술시장의 불모지였던 경주에 아트페어가 처음 열렸다. 당시 경주에는 마땅한 컨벤션도, 전시 공간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주실내체육관에서 대중적이고 참여적인 신개념의 미술시장을 추구하며 아트경주2012가 문을 연 것이다.

당시 아트페어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경주시는 신흥미술시장으로 발돋움하고자 연륜과 경험을 갖춘 조선화랑 권상능 대표를 아트경주 운영위원장으로 추대, 미즈갤러리 정종현 관장을 운영팀장으로 초빙했다. 첫해 아트경주는 국내 40개, 해외 5개, 총 45개 화랑이 참여해 400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당시 경주시 자체 예산 1억4000만원, 경북도 보조금 6000만원 외 기업 협찬금 등의 적지 않은 예산으로 성황리에 치렀다.

그렇게 두 차례에 걸쳐 아트경주가 경주실내체육관에서 비슷한 규모로 진행됐다. 이후 전국지방선거로 인해 2014년 아트경주가 한 차례 연기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2015년 3월 경주화백컨벤션센터(이하 하이코)가 개관함에 따라 아트경주 3회 차부터는 컨벤션홀에서 개최됐으며, 그동안 경주미술시장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경주시에 어필해왔던 갤러리 라우 송휘 관장이 총괄운영팀장을 맡아 진행하게 됐다.

지역에서, 공적자금으로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지역 미술발전과 미술시장 활성화를 아트페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고 그간의 노고와 업적이 인정돼 경주시에서 송휘 관장에게 총괄 운영을 맡긴 것이다.

그렇게 2년 만에 재개한 아트경주2015는 국내갤러리와 해외 갤러리 총 55개가 참여해 수준 높은 다양한 작품을 선사했으며, 지역의 역사성을 토대로 한 특별전, 조영남 작가 초청 강연 및 초대전, 아트페어 대중화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경주만의 콘텐츠,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한 관객 유치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국내화랑들과 컬렉터, 작가들에게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갔던 아트경주는 2018년 6회 차를 끝으로 더 이상 개최되지 않았다.

특정 화랑 대표가 연이어 총괄 운영을 맡다 보니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 화랑과 미술인들 사이에서 특혜 의혹, 공정한 공모 필요성 등이 제기되면서 잡음이 일었던 것.

하지만 당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제시, 극복할 방안 마련 대신 아트경주가 그동안 일궈왔던 긍정적인 영향력은 뒤로하고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에 대해서는 서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긴 무책임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부산 벡스코 신관 완공과 함께 개최된 ‘아트부산’, 경주 하이코 중축과 함께 아트경주 명성 다시 이어갈 ‘경주아트페어’

지난 2020년 8월, 아트경주2018이 퇴장하고 2년 만에 경주에서 새로운 미술장터가 열렸다. 부산 도슨트협회에서 주관하는 ‘2020경주블루아트페어’가 진행된 것이다.

당시 ‘경주블루아트페어’는 화백컨벤션센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업으로 당초 아트경주와는 규모와 질적인 부분에서는 차이가 났지만, 지역화랑들과 미술인들은 미술장터가 재개됐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하고 기대했다.

지역의 JJ갤러리, 갤러리 란, 렘트갤러리 등을 비롯해 전국에서 40여개의 갤러리가 참여, 20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하지만 당초 아트경주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참여했던 화랑들의 실망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에 무리하게 추진됐던 터라 관람객 수가 판매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이들은 특정 단체가 아닌 경주아트페어를 더욱 전문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예술감독을 위촉해 경주시에서 경주아트페어를 국제적 행사로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듬해 크리스마스 시즌, 하이코에서는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 주최, 주관으로 2021경주아트페어가 진행됐다. 국내 50여개 갤러리에서 300여명의 작가, 10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지만, 지역갤러리와 미술협회, 지역작가들의 참여율은 눈에 띄게 저조했다. 경주시 출자출연 기관에서 주최, 주관하는 행사임에도 지역갤러리와 작가들과의 정보교류, 소통 부재, 지역 연계성 부족 등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된 것.

올해 역시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 주최, 주관으로 2022경주아트페어가 진행됐다. 혹자는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가 주최, 주관하는 행사임에도 경주블루아트페어 특별전과 같은 소나무 김상원 작가의 특별전, 조형 특별전 등 같은 구성의 아트페어에다 여전히 지역화랑과 미술인들에게 이메일 통보 등 소극적인 홍보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트페어를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의 시선은 달랐다.

미술시장의 호황에 맞춰 경주아트페어를 즐기는 이들의 발걸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특히 같은 날 하이코 3층에서 진행된 박람회로 인해 서로 관객 유입에 용이한 환경도 한몫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50여개 갤러리가 참여해 1200여점을 선보인 이번 경주아트페어의 참관객은 3000여명으로 추정했으며, 아트페어 특성상 사전·사후 판매가 이어져 정확한 판매액은 아니지만 약2억5000만원 내외로 추정했다.

경주아트페어를 찾은 경주시민 A 씨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알차게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도슨트 투어는 작품에 접근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관람객 B 씨는 “여행 중에 현수막을 보고 아트페어를 찾게 됐다. 경주아트페어라서 경주만의 특별한 볼거리를 찾았는데 여느 아트페어와 다름없는 일반 아트페어라 조금 아쉬웠다”고 전했다.

전시시설이 협소해 증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하이코가 내년 상반기 착공,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시장, 지하 주차장, 기타 편의시설 등을 증축해 국제회의 도시다운 위용을 갖추게 된다.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 측은 “2025년 하이코 증축을 앞두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 전시 컨벤션 행사를 새롭게 발굴하고, 유치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2018년까지 진행됐던 ‘아트경주’라는 브랜드가 이대로 사장되는 것이 아쉬워 하이코에서 아트경주 브랜드 가치와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해부터 경주아트페어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역량 많이 부족하다 보니 경주블루아트페어를 주최, 주관했던 부산·대구 도슨트협회에서 도움을 받아 갤러리를 모집했고, 운영은 하이코 자체예산과 부스 판매비로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문화예술의 도시 경주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아트페어가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더불어 그동안 아트페어 관련 전시노하우를 쌓아 하이코 증축이 완료되면 150여개 국내외갤러리가 참여하는 수준 있는 국제아트페어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2대 아트페어로 이름 올린 아트부산의 시작도 벡스코 신관 완공과 함께 벡스코와 아트부산의 공동주최로 개최된 아트페어다.

벡스코가 시설 확충 완공을 대비해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전시 컨벤션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경영의 조기 정상화를 꾀했고, 국제미술행사를 추진하면서 아트쇼부산 손영희 이사장과 협업을 진행했으며, 1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아트쇼부산2012를 개최한 것.

아트부산 역시 부산지역 화랑과의 마찰로 인해 지역화랑들의 참여가 많지 않았다. 아트페어 개최가 숙원이었던 부산화랑협회에서도 아트쇼부산의 개최시기를 같이해 제1회 부산국제화랑미술제(이하 BAMA)를 동시에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부산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행사인 만큼 부산화랑은 저마다 부산의 작가를 한 명 이상씩 참가시키며 아트페어를 통해 부산 미술의 활성화를 유도했다. 그리고 아트부산은 적극적으로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며 국제미술 행사로 성장시켰다. 그렇게 부산의 두 아트페어는 서로에게 자극을 주며 함께 성장을 이룬 것이다.

#양적향상보다 질적향상에 초점, 로컬정체성 중요시하는 ‘아트제주’
아트제주는 제주와 부산지역 호텔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강명순, 박현 씨가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아트제주’가 주최·주관했다. 제주를 국제적인 예술관광 도시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도시브랜드를 창조하고자 지난 2016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2016년 7월 제주에 국내외 갤러리 40여개가 참가하는 최대규모 아트페어가 중문 롯데호텔 제주에서 문을 열었다.

양적 향상보다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아트제주는 꾸준한 성장세를 거듭해 올해는 호텔 객실서 진행됐던 아트제주를 여름휴가철 기간에 맞춰 호텔 컨벤션홀에서 부스 형식 아트페어로 탈바꿈했다. 제1회 아트제주를 시작으로 2022년 현재까지 총괄팀장을 역임하고 있는 아트제주 조서영 팀장은 “페어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관람객들의 수준이 더 빠르게 높아지는 것을 체감한다. 로컬 작가들이 풍기는 생동감과 독특한 지역 문화를 느낄 수 있다”면서 “작품을 향유하는 심미안은 내면의 여유에서 오며, 제주도야말로 정신적 평안을 허용하는 아름다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서울의 대표 아트페어에 비하면 아트제주는 작은 규모지만 경험의 강도는 어느 곳보다 강렬하다”고 말했다.

#아트페어 질적개선 위한 평가제 도입,
아트페어 육성 지원도 부문별 최대 3년간 지원, 최대1억5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개최된 아트페어 수가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에 49건, 코로나 직후 2020년에는 35건, 2021년에는 65건이다.

코로나 직후 미술관과 갤러리가 줄줄이 문을 닫고, 국내 아트페어도 취소 혹은 연기되는 등 미술시장에 악재가 다가오는 듯했지만, 2021년부터는 소비층의 세대교체, 코로나에 따른 보복 소비심리와 아트테크에 대한 관심, 온라인 홍보, 안전한 방역관리 등 오히려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며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2018년부터 아트페어의 관리와 질적 개선을 위해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체제를 도입했다. 국내 아트페어 운영단체가 평가신청서를 작성해 접수, 평가 대상으로 확정되면 참가 화랑 수, 관람객 수, 총판매액 등 서류심사를 통한 정량평가와 운영조직의 전문성, 행사 공간의 적정성 등 현장실사에 의한 정성평가로 구분돼 진행되는 것.

정부 지원을 받거나 아트페어 육성 지원사업 공모 신청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아트페어 평가에 참여해야 한다.

올해 아트페어 육성지원에 선정된 단체는 국제경쟁력강화형, 성장사다리형, 특성화형 부문에서 총 9개 단체가 선정돼 최대 1억5000만원에서 최소 3000만원까지 지원됐다.

키아프와 아트부산이 국제경쟁력강화형에 선정돼 올해 1억5000만원을 각각 지원받았으며, 어반브레이크와, 대구아트페어, BAMA가 성장사다리형으로 선정돼 각각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특성화형에는 더프리뷰성수, 조형아트서울, Circuit Seoul #2, The Void-영 크리에이터 옴니버스 아트페어가 각각 선정돼 3500만원에서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측은 “제한공모형인 국제경쟁력강화형, 성장사다리형 부문은 전년도 아트페어 평가 결과와 이듬해 사업운영 계획을 토대로 아트페어 개최·운영 단체를 선정해 지원하며, 특성화형은 다양한 작가와 작품군을 소개하거나 융·복합 예술행사로 경쟁력을 가진 아트페어 관련 단체를 선정해 그룹별 성장 구간에 있는 페어별 지원으로 다음 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페어 육성 지원사업은 부문별 최대 3년간 지원된다. 여러 아트페어 운영단체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아트페어의 성장,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아트페어, 누군가의 강력한 의지와 지역민들의 소통과 화합, MZ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가 확대 된다면 얼마든지 성장 가능하다.

경주는 역사문화도시라는 지역 특성상 전문성을 가지고 아트페어를 운영한다면 미술시장 브랜드가치 제고, 관광 활성화 등 얼마든지 시너지효과를 누리기 충분한 곳이다.

2025년 하이코 증축과 함께 경주아트페어의 새로운 비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트페어의 질적 개선을 위한 평가를 받아보길 권장하며, 나아가 경주아트페어만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도록 주최기관과 전문가, 지역미술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자주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경주아트페어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배타적인 시선이 아닌 진정한 조언과 격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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