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 다양하고 획기적인 기록의 방법들

음성과 사진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편리한 어플들

박근영 기자 / 2022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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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대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뢰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기록하는 일이다. 이 기록이 정확히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라도 사실과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아무리 짧은 이야기라도 세부적인 년도나 날짜, 미세한 사실 등에 대해서 정확히 기록해 놓아야 할 부분들이 생긴다. 그런 기록을 하려면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기록의 방법들이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이런 것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각각의 쓰임에 맞는 활용법을 알아야 한다.

가장 원시적인 기록은 일일이 펜으로 받아 적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속기가 안 되는 대필자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겨우 중요한 부분을 메모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할 경우 일정 부분 시간이 지나버리면 원래의 이야기를 잊어먹기 쉽다. 때문에 이런 경우 최대한 기억이 선명할 때 메모한 내용을 명문화 시켜 글로 남겨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때에 글로 남긴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자칫 소홀히 다루었다 사실을 잊어먹고 난감해 할 수 있다.

따라서 메모할 때 하더라도 그와 함께 녹음이나 녹화의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전에는 인터뷰 때 녹음기를 가져가거나 캠코더를 가져가는 것이 매우 유익했다.
 
메모를 바탕으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나 의뢰자가 말한 정확한 인용이 필요할 때는 녹음기나 캠코더를 돌려보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캠코더는 영상자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높아지면서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서전을 낸 이후 별도의 영상물로 남기거나 출판기념회를 할 때 사용할 수도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때문에 녹화할 때 대충 육성을 담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의뢰자의 위치와 인터뷰 환경, 카메라의 각도까지 고려해 성의 있게 찍어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대필을 오래 한 작가들의 경우 소형 녹음기나 성능 좋은 캠코더를 완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경우 마치 007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초소형 녹음기도 가지고 있었는데 한 번에 5시간까지 녹음이 되고 생긴 것이 USB처럼 생긴 데다 실제로 USB단자가 달려 있어 녹음한 내용을 컴퓨터에 꽂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렇게 초소형 녹음기를 가지고 다녔던 이유는 의뢰자를 갑자기 만나거나 뜻밖의 장소에서 녹음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를테면 함께 점심 먹으러 가서 의뢰자가 마침 떠오른 내용이라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녹음하는 등의 상황에 매우 유용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녹음기와 캠코더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초소형 녹음기도 당연히 필요 없어졌다. 스마트폰에 녹음기도 있고 카메라도 있고 카메라에 딸린 동영상 촬영 기능까지 다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의뢰자의 말을 현장에서 녹음하거나 녹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대필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차원의 기록 도구가 될 수 있었다. 심지어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들은 저장공간까지 넉넉한 것은 물론 기종에 따라 메모리를 늘일 수도 있어 무한대로 녹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녹화나 녹음을 진행하는 한편 노트북 컴퓨터를 켜 놓고 의뢰자와 인터뷰하면 훨씬 작업이 쉽다.

내 경우 인터뷰하면서 어지간한 의뢰자의 말은 노트북으로 직접 받아칠 만큼 자판 두드리는 속도를 맞출 수 있는데 이렇게 메모 겸 육성을 노트북으로 치면서 스마트폰으로 녹음이나 녹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을 오래 써왔다.

그러나 이렇게 녹음하고 녹화하고 나서도 막상 원고를 정리하기 위해 해당 대목을 찾을 때는 번거롭기 이를 데 없다.
 
영화촬영에서처럼 일일이 슬레이트를 치면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막상 원하는 해당 부분을 찾으려면 영상을 돌려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녹음이건 녹화건, 그 자체가 거의 같은 장소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인물이 진행하는 녹음이나 영상이므로 일일이 해당 장면을 찾은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아주 획기적인 어플 하나를 알고 나서 내 인터뷰 작업이 아주 쉬워졌다. 사실 앞에 쓴 이야기 모두는 이 어플을 이야기하려는 서론에 불과했다.
 
앞에서 말한 메모와 녹음, 녹화, 노트북 컴퓨터 기록 등은 인터뷰의 기록을 완전하게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도구들일 뿐이다.
 
그런데 이 어플을 쓰면 이 모든 것이 동시에 간단하게 이뤄진다.
삼성에서 개발한 ‘클로바노트’라는 어플이 그것이다.
이 어플은 기본적으로 녹음과 동시에 녹음한 내용을 텍스트로 전환해준다는 가공할 만한 기술을 담고 있다.
 
‘가공할 만한’이라고 표현한 것은 평소 다양한 인터뷰를 하거나 행사를 녹취하거나 연설문을 받아쓰거나 수많은 메모를 해야 하는 내 직업상 이게 보통 편리한 어플이 아니기 때문에 붙인 찬사다.

이 어플은 녹음한 내용을 텍스트로 전환할 뿐만 아니라 녹음 당시 참석한 사람들의 수를 입력하면 AI가 일일이 목소리를 분류해 각각의 인원들이 말한 내용을 따로 떼서 텍스트로 나타내준다.
 
또 녹음하다 중요한 부분을 체크해 두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글씨를 부각시켜 찾아보고자 하는 부분을 쉽게 보여주는 기특한 센서도 장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화 통화를 녹음해 두고 해당 파일을 찾아서 기능을 실행하면 즉시 통화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 준다.
 
한 번 인터뷰를 시작하면 최소한 2시간 이상 작업해야 하는 대필 작가에게 이만큼 유용하고 중요한 어플이 없을 것이다.

이 어플을 실전에서 아주 유용하게 쓴 적이 있다.
올해 초 어느 지자체 단체장이 자서전을 내면서 나에게 대필을 의뢰했는데 급하게 진행된 그 자서전 기획을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데는 이 어플이 절대적으로 효과 있었다.
 
특히 그 지자체 단체장은 여러 가지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있었고 해당 지자체에 아주 많은 업적을 남긴 분으로 일일이 그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느라 짧은 시간에 아주 밀도 높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연히 인터뷰 분량이 많아졌고 단기간에 그 많은 양의 인터뷰를 텍스트로 만들려고 했다면 정리하는 자체로 만만치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클로바노트를 써오던 나는 인터뷰 내내 이 어플을 활용했고 덕분에 많은 분량의 인터뷰를 클릭 몇 번으로 전부 텍스트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일의 강도로 치면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작업이 실제로 이전 작업들보다 훨씬 쉬웠던 것은 오로지 이 어플의 편리함 덕분이었다.
이 어플은 평소 취재나 다른 인터뷰에도 자주 사용한다.

이전처럼 일일이 메모하겠다고 신경 곤두세우지 않아도 어플만 가동시켜 놓으면 연설이나 대담을 쉽게 녹음하고 텍스트로 전환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이런 장점 때문에 이 어플을 주변 사람들, 특히 강연이나 강의를 듣는 학자나 학생들에게 자주 권해준다. 나처럼 취재 현장을 뛰는 기자들에게도 물론 추천해 준다.

요즘은 책이나 인쇄물을 사진으로 찍으면 역시 텍스트로 전환해주는 어플도 있는데 이런 어플 역시 책을 인용하거나 대량의 자료를 복사해서 사용할 때는 매우 유용하다.

바야흐로 기술의 발전이 생활전반을 쉽고 편하게 해주는 것과 비례해 글쓰기 세상도 눈만 크게 뜨면 훨씬 쉽게 글 쓰는 시대가 활짝 열려 있다. 문자 그대로 스마트한 세상이 전분야에서 열려 있는 셈이다. 대필 세상에서 일일이 메모하고 녹음하고 녹화하는 번거로움이 어플 하나라고 쉽게 해결된다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우선 당장 강의노트를 만들어야 할 자녀들에게 방금 소개한 어플을 적극 추천해 보시라. 어쩌면 이미 그들은 다 알아서 쓰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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