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조례발안·감사청구 요건 완화 등 주민참여 확대

주민참여권 확대, 자치입법권 보장, 강화실효성 의문 의견도

이상욱 기자 / 2022년 1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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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방자치제도의 새로운 미래를 시작한 원년이다.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올해 1월 13일부터 시행되면서 주민참여 확대, 지방의회 역량과 책임 강화, 행정 효율 증진 등을 꾀하고 있다. 지난 호 지방자치법의 역사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주민참여 확대를 위해 개정법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지난 1월 13일 본격 시행되면서 가장 큰 변화로 지방의회 권한 확대와 지자체의 정책 결정·집행 과정에서 주민 참여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개정 지방자치법은 목적 조항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권을 명시했다. 개정법에 주민이 지자체 조례의 제·개정 또는 폐지를 청구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와 ‘주민 감사청구’ 관련 조항은 제도의 활성화와 실효성 증진을 꾀하고 있다.

주민조례발안제
주민조례발안제는 지방자치법과 분리해 규정해야 할 중요 내용이 다수 있어 지방자치법에 별도 법인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주민조례발안법)’을 제정해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은 주민의 조례 제정과 개정, 폐지 청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주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고,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법률에는 주민조례 청구권자와 청구 요건, 청구인명부 작성 및 제출, 심사 절차 등을 담고 있다.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르면 18세 이상 주민 누구나 지방의회에 조례 제정과 개정, 폐지할 수 있다. 청구 요건은 경주시의 경우 인구수 10만 이상 50만 미만 시로, 청구권자 총수의 70분의 1 이상 연대 서명으로 조례 제·개정 또는 폐지를 청구할 있다. 청구권자 총수는 전년도 12월 31일 현재의 주민등록표 및 외국인등록표에 따라 산정하도록 했다. 또 지자체장이 매년 1월 10일까지 산정한 청구권자 총수를 공표하도록 했다.

연대 서명을 받은 주민청구조례안은 선거인명부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법률에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경주시의회는 주민조례 청구를 수리하고, 30일 이내 시의회 의장 명의로 발의해야 한다. 이어 발의된 주민청구조례안은 지방의회가 수리된 날로부터 1년 이내 의결해야 한다. 다만, 법률에는 필요한 경우 본회의 의결로 1년 이내의 범위에서 한 차례만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시의회는 심사 안건으로 부쳐진 주민청구조례안을 의결하기 전 대표자를 참석시켜 청구 취지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주민조례청구 제외 대상도 규정하고 있다.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 △지방세·사용료·수수료·부담금 부과·징수 또는 감면하는 사항 △행정기구를 설치하거나 변경하는 사항 △공공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사항 등에 대해서는 주민조례청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민조례발안법에 맞춰 경주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7일 ‘경주시의회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올해 1월 13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주민감사청구 기준연령 만18세로 완화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 확대를 위한 또 다른 조항은 주민감사청구 요건 완화에 있다.
주민조례발안제와 마찬가지로 주민감사청구권자의 기준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18세로 낮췄다. 주민감사청구는 지방자치단체와 자치단체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경주시의 경우 지난 2017년 1월 5일 시행된 ‘경주시 주민감사청구에 관한 조례’에서 만 19세 이상 주민의 수는 200명 이상으로 규정했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 조례를 개정해 18세 이상, 주민 수는 150명 이상으로 연령과 청구인수를 완화했다. 또 주민감사청구는 경주시와 경주시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대해 경북도지사에게 감사를 청구하게 된다. 시·도의 경우는 주무부 장관에게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지방자치법에는 감사청구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도 규정했다. △수사나 재판에 관여하게 되는 사항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사항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기관에서 감사했거나 감사 중인 사항 등은 주민감사청구 대상에서 제외된다.

접수·수리된 주민감사청구는 검토를 거쳐 감사청구를 수리한 날로부터 60일 이내 감사를 마쳐야 한다. 그리고 감사 결과를 청구인 대표자와 지자체장에게 서면으로 알리고 공표하도록 했다.

규칙 제·개정, 폐지에 관한 의견제출도 가능
지방자치단체장이 제정할 수 있는 규칙에 대해 제·개정, 폐지에 관한 의견을 시민이 제출할 수 있게 된 점도 개정법 시행으로 달라진 부분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경주시는 지난해 12월 24일 ‘경주시 규칙의 제정과 개정·폐지 의견 제출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는 ‘규칙의 제정, 개정 또는 폐지와 관련된 의견을 제출한 경우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주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이를 최대한 존중해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주민의 의견이 제출된 날부터 30일 이내 검토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주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 없는 사항 △법령이나 조례를 위반하는 사항 △법령이나 조례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는 사항 등은 의견으로 제출할 수 없도록 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 제도화로 지역 균형발전 모색
중앙·지방 간 협력관계 정립 부분도 개정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제2의 국무회의 격인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해 지방정부가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구를 제도화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지방자치 발전 및 지역 균형발전에 관련된 중요 정책을 심의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운영에 관한 근거도 구체화했다.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에 관한 사항도 명확히 했다.

개정법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의 외교·통상 정책과 배치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국제교류·협력, 통상·투자유치를 위해 외국의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국제기구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
경주시의 경우 지난 2016년 9월 9일부터 시행한 ‘경주시 국제화 촉진 및 국제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조례’를 지방자치법에 맞춰 지난해 12월 24일 일부 개정했다.

조례는 국제교류협력 사업의 범위, 지원, 위탁을 비롯해 자매도시 및 우호도시 선정·운영 국제협력자문관 위촉·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장의 직 인수위원회 관련 규정 구체화

개정법에는 기존에 없었던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 인수위원회’와 관련한 규정도 구체화했다. 이에 맞춰 경주시는 지난해 12월 31일 ‘경주시장의 직 인수위원회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동안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별도 조례 없이 법령에 의거, 운영했으나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 인수위 운영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 이전까지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인수위원회 구성과 지원에 한계가 있어왔다.

개정법과 조례에 따르면 경주시장 직 업무 인수와 관련, 당선인이 결정된 때부터 시장의 직 인수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15명(시·군·구) 이내의 위원을 둘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인수위는 지방자치단체장 임기 시작일 이후 20일 이내까지 존속한다고 했다. 이밖에 인수위원회 구성·운영 및 인력·예산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주민참여권 확대와 자치입법권 보장 강화 등으로 자치분권 도약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반면 그 실효성에는 아직 의문표가 붙는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개정되고 올해부터 시행됐지만 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코로나19 장기화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행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조례안 발의 등을 통해 발전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주민들이 직접 조례안을 낼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법 개정에 만족할 일이 아니라 경주시, 경주시의회, 시민들의 관심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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