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진학과 취업 전쟁터의 총!

뻘짓 빼고 전략과 전술 총동원해 제대로 써야

박근영 기자 / 2022년 12월 08일
공유 / URL복사
바야흐로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쓸 시기가 찾아왔다.
취업과 입시 또 다른 도전들에서 자소는 개인을 누군가에게 특정지어 설명하는 첫 관문이자 실험대다.

대필 작가로 활동하다 보면 자소서 첨삭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는다. 마침 SNS상에는 자소서 첨삭 고수로 활동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 동영상이나 문서들도 자주 올라온다. 글 좀 쓴다는 분들이라면 솔깃해지는 제안일 것이다. 그러나 자소서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영역이다.

나는 대학에서 마케팅 강의를 듣기도 하고 광고기획사를 하면서 다양한 홍보관련 작업들을 해왔다.
광고란 것이 기업이나 개인을 부각시키고 알리는 작업인데 이런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효과적인 개인 마케팅에 대해 노하우가 생긴다. 어쩌면 내가 대필작가로 활동하게 된 이유도 광고기획사 업무를 한 것이 인연이었을 것이다. 그런 한편 나 자신 오랜 기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호에서는 자소서 바로 쓰는 방법을 잠깐 이야기해 본다.

지금은 자소서 관련 지침서나 작성요령에 대해 많은 정보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어서 무턱대고 자소서 쓰는 사람이 덜 있겠지만 예전에는 자소서 볼 때 가장 자주, 가장 첫 머리에 등장하는 내용이 있었다.

“저는 19OO년 어디에서 아버지 OOO씨와 어머니 OOO씨의 몇 째 딸(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무슨무슨 일을 하시는 아버지는 엄격하지만 자상하셨고 어머니는 다정하고 온화하게 저를 보살펴...”

나는 이런 글귀가 나오면 더 이상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취업은 전쟁이다. 자소서는 그 전쟁터의 총이다. 최대한 전략과 전술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그 첫머리를 자기 이야기는 쏙 빼고 아버지 어머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더 이상 볼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자소서만 보면 대한민국 아버지는 죄다 엄하고 어머니는 다 자상하다. 자기 이야기 할 시간도 부족한데 왜 이런 엉뚱한 시작으로 소중한 기회를 날리는가?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문구가 저는 어느 학교로 무슨 과를 나왔고 하는 학력이나 어디에서 일했고 어디에서 근무했고 하는 경력이다. 이런 것도 역시 밀쳐 버렸다. 자소서와 함께 반드시 첨부되는 것이 이력서다.

이력서에 학력과 경력이 멀쩡히 붙어 있는데도 굳이 어느 대학 무슨 과를 나왔고 어디에서 일했다고 다시 쓴 것은 자소서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요컨대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동반자를 뽑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개성 있는 자기소개서와 일에 대한 적합성, 그 일에 느끼는 비전 등을 기준으로 자소서를 살펴보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자소서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할 요소들이 있다. 이것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목표한 학교(학과)나 기업에 대한 분명한 신념
자신이 왜 이 학교나 학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왜 이 기업에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보여야 한다. 지원한 학과나 기업의 특성을 알기 위해서는 미리 충분한 자료조사가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업의 경우 사훈이나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 CEO의 기사 등에 대해 정확히 알고 그와 대비한 자신의 신념을 쓰는 것도 요령이다.

2. 목표를 위한 노력이나 적합성

목표한 학과나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실질적을 공부를 하고 노력을 했는지가 분명히 강조되어야 한다. 자격증이나 각종 교육 이수, 해당분야에 대해 공부한 책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3. 학과 혹은 시장에 대한 전문성
2번과 유사한 서술이 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학과의 현황이나 업계의 현황, 비전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면 이 자체로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주의할 것은 섣불리 이런 내용을 썼다가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틀리거나 엉뚱한 것을 쓰면 그 자체로 끝이다. 분명한 통계나 전망에 대한 근거를 가지고 기술한다면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4. 관계에 대한 가치관
특히 기업들은 직원 한 사람을 잘못 뽑아 해당 부서나 팀의 분위기를 망치기를 바라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화합의지와 실천력이 있는지를 알리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 가족 관계에 대해 먼저 언급하지 말라고 했는데 만약 형제나 자매가 많은 집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관계에 대해서 말할 때 이런 점을 장점으로 부각시켜 말하는 것은 좋다.

기본적으로 위의 요소들을 제대로 갖춘 자소서라면 어느 곳에서건 환영받을 것이다. 이 내용들을 기본으로 얼마나 요령 있게 쓰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학교에 내는 자소서나 기업에 내는 자소서들이 일정한 형식을 갖춘 경우도 많다.
자소서를 엉터리로 쓰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학교건 기업이건 자신들이 원하는 질문을 해놓고 그에 맞춰서 답변해 달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적합성을 판단하는데 다른 것은 다 볼 필요 없이 해당 질의에 대한 답변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나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답변도 위의 네 가지다. 신념과 노력과정, 학과(일)에 대한 전문성, 관계에 대한 가치관은 학교건 기업이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기업의 정형화된 자소서 형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란이 있는데 그것이 장점과 단점을 쓰라는 것이다.

장점이라고 하면 당연히 자소서에 들어갈 만한 항목이지만 굳이 단점까지 써라고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이것을 곧이곧대로 해석해 정말 단점을 쓰는 바보는 없을 테지만 노파심에서 이 질문의 함정에 대해 말해 둔다. 단점을 쓰라고 하는 것은 단도직입적으로 해석하면 장점은 장점으로 쓰면 되고 단점으로는 감추어진 장점을 하나 더 써라는 말이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장점이 사교적이다 치자. 이 사교성은 좋은 측면에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좋게 만들고 인맥을 넓히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지치게 하고 관계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쓰게 만든다.
 
단점으로 우유부단한 면이 있다고 치자.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신중하다는 말이다. 사교적인 게 장점이자 단점이고 우유부단이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소서에 쓸 때 장점으로는 그냥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을 쓰고 단점으로는 자신의 다른 장점 하나를 끌어다가 이것은 부각시키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어려움을 슬쩍 드러내 주면 된다.
 
만약 사교성이 좋은 장점과 탐구심이 많은 장점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장점 란에는 사교성이 좋은 것을 쓰고 단점으로는 ‘어떤 사안에 빠지면 그것을 제대로 알 때까지 멈추지 않는 습관이 있어서 때때로 자신을 괴롭게 만든다’는 식으로 쓰면 된다. 만약 인사담당자라면 장점으로는 사교성을 볼 것이고 또 하나의 장점으로 탐구심이 강하고 끈기 있는 사람이라 판단할 것이다. 이게 바로 질문의 함정을 뛰어넘는 방법이다.

대필 작가의 입장에서 자소서를 봐달라는 의뢰를 받으면 위의 사항들을 기반으로 자소서를 바로 잡아 준다. 물론 이때도 반드시 대화나 통화를 통해 좀 더 깊은 이야기들 나누어보고 고쳐주거나 써준다. 아무쪼록 이번 호에서 알려준 자소서 쓰기를 바탕으로 올해 진학과 취업에서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란다. 자소서 첨삭이 필요한 분들은 이메일로 의뢰하면 된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