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년간 전해 온 새해 새 희망! 새 출발!

1990년 경오년부터 2023년 계묘년까지
시·사진, 일출 풍경으로 새해 소식 전해

이상욱 기자 / 2023년 01월 05일
공유 / URL복사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계묘년은 육십간지의 40번째로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사람과 친숙한 동물이다. 또 다산과 행복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강한 번식력으로 다산과 번성을 상징하고 달과 여성,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등 우리에게 토끼는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된다. 또 역사적으로도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지니며, 우리 일상 문화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다’,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 놓친다’, ‘꾀가 많은 토끼는 굴을 셋 판다’, ‘토끼 같은 자식’ 등 속담이나 일상적인 표현 속에 자주 사용되고 있다.

영특한 토끼(卯)와 인간의 지혜를 상징하는 검은색(癸)이 조화를 이뤄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이겨내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새해 시인의 시와 그림, 그리고 사진

본지가 창간한 1989년 11월 이후 맞이한 첫 새해는 1990년 경오년(庚午年) ‘백말띠의 해’였다. 1990년 1월 5일자 신년호(제5호)는 국보 ‘경주 천마총 장니 천마도(慶州 天馬塚 障泥 天馬圖)’로 장식했다. 창간 후 맞은 첫 새해 신문에 ‘백마 타고 오는 경오년 눈부신 해’라는 제목을 붙여 천마도와 조동화 시인의 시를 함께 실었다. 조동화 시인은 당시 문화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낙화암」이 당선된 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첨성대」, 부산일보에 시 「낙동강」이 각각 당선됐다. 시집에 『낙화암』, 『산성리에서』, 『강은 그림자가 없다』등 다수가 있다.
조동화 시인이 본지 1990년 신년호에 보낸 시다.

↑↑ 본지 창간 후 첫 새해를 맞은 1990년 신년호. 천마도와 조동화 시인의 시로 새해 희망을 전했다.

금관처럼 찬란한 아침

저 푸른 하늘 드높이
대망의 연을 올립시다.
지난 밤 에밀레종이
곱게 헹궈 걸어 놓은
우리에게 뜻이 있다면
길도 거기 있습니다.

더 많은 세계 사람들이
바다 건너 올 것입니다.
이 오랜 터전 위에
새 서라벌 꽃피는 날
뜨거운 땀방울 앞엔
황무지고 옥토이듯

저마다 가까운 둘레부터
쓸고 닦고 밝혀야지요.
막힌 데는 뚫어 놓고
꼬인 것은 풀어 놓고····
허울도 꾸며야겠지만
더 귀한 건 알맹입니다.

기필코 우리는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일찍이 이 고장에 피고 졌던
한 떨기 영화
이제 모든 것이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더불어 가야할 이웃들과
인사부터 나눠야지요.
바야흐로 활짝 열린
90년 지방화 시대
얼마나 우리 모두가 기다려 온
오늘입니까.

빙그르 천년을 돌아
새로 눈을 뜹니다.
칠불암바위 벼랑
이끼 낀 돌부처도
보셔요. 서라벌의 금관처럼
찬란한 아침
지금 막 토함산 머리에
첫발을 디딥니다.
동해바다 대왕암 위를
단숨에 훨훨 날아
천마를 타고 오는
경오년 눈부신 해

디지털기기가 보편화되기 전인 2000년대 초까지 새해 첫 신문에는 한 해를 맞이하는 감성을 담은 시인의 시와 일출 풍경의 그림이나 사진이 함께 지면을 채웠다.

↑↑ 1993년 계유년(癸酉年) ‘검은 닭띠 해’에 실린 정민호 시인의 시와 고 이재건 화백의 그림.

1993년 신년호에는 정민호 시인의 글과 고 이재건 화백의 그림, 그리고 조동화 시인, 고 서영수 시인, 이희복 시인 등이 주옥같은 새 희망의 글들이 독자들에게 전해졌다.
그 중 1996년 1월 10일자 신년호(제262호)에 게재된 고 서영수 시인의 시다.


↑↑ 1996년 병자년(丙子年) ‘붉은 쥐의 해’에 실린 고 서영수 시인의 시와 문무대왕릉 일출.

새 하늘을 날자

통나무 가슴속에서만
돌고 있던 나이테가
이제 먼 벌판 넓은 大地를
휘감고 일어서는 아침
불국사 석굴암이
지구촌 높은 둔덕에
제자리를 차고 앉아
千年의 숨소리로
白衣의 몸짓으로
전 인류의 품속에 뿌릴 내리어
우주속 역사의 계단에
울려퍼질 鐘-鐘閣을 세우며
一九九六年 새 아침은 열리는데
맞대인 총구에 쓰러진 숲은
외나무 가지로 하늘 어귀에 남아
계절을 싣고 떠나는 강물에
슬픈 그림자를 지우고 있다
우는듯이 찾아온
丙子年 새벽 바람은
차기만하다


一千年 피가 끓는
우리의 吐含山頂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을 보라
저것은 분명 어둠을 녹이고
찬 기운을 밀치는
모두의 넋을 밝힐 봉화불이다
청솔개비같이 매서운
눈과 눈 사이
오염된 탄피 냄새를
동해 쪽빛으로 풀어내는 겨레여 겨레여
훌훌 털고 솟아오르는
저 맑고 밝은 해처럼
너와 나 알몸 그대로
새 하늘을 날자

↑↑ 2009년 무자년(戊子年)에는 토함산 통일대종 타종과
새해 일출이 담긴 사진을 편집해 새해를 알렸다.


일출 풍경과 띠별 동물 사진 통해 새 희망 전해

2000년대를 맞으면서 본지 신년호에는 새 희망을 담고 새 출발을 의미하는 ‘일출 풍경’이 주를 이뤘다.

그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일출장소는 역시 문무대왕 수중릉이다.
문무대왕은 최초 해양행정기관인 선부(船府)를 설립했고, 바다를 통해 활발하게 국제교류 활동을 벌였으며 삼국통일 대업을 달성했다. 그는 죽어서도 동해의 큰 용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고 유언했다. 왕의 업적과 호국해양 정신이 깃든 문무대왕릉의 일출 장면은 맑은 날이면 언제 어느 때 봐도 장관이다. 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양남면 주상절리의 일출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을 선사한다.

↑↑ 2010년 경인년(庚寅年) 백호랑이 띠의 해는 문무대왕 수중릉 일출 풍경을 담았다.
↑↑ 2016년 병신년(丙申年) 빨간 원숭이의 해에는 양남면 주상절리 일출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외에도 본지 신년호에는 열두 띠 중 그 해의 띠를 상징하는 동물을 배경한 사진도 등장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의 해’에는 경주개 동경이로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 2018년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의 해는 경주개 동경이가 등장했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 돼지의 해’는 불국사 극락전 복돼지상을 만지는 아이의 사진 한 장으로 꿈과 희망이 가득한 새해 아침을 전하기도 했다.

↑↑ 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에는 불국사 극락전 복돼지상이 1면을 장식했다.

시대상에 맞춰 변해 온 본지 신년호에는 앞으로도 새해 풍경을 담은 사진과 글로 새 희망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2023년 계묘년 새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본지 창간 34년간 새해 신년호에서 전해왔던 새 희망의 출발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경주를 향한 첫 걸음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