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판기념회의 새로운 대세 ‘워킹 스루’!”

이전에는 행사 후 악수나 하고 눈도장이나 찍다가
이제는 일일이 사진 찍고 싸인 받고
친근한 인사도 나누니 훨씬 좋은 것이다

박근영 기자 / 2023년 0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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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서전 쓰기를 마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일반인의 자서전 쓰기와 글 좀 쓴다는 반전문가들을 위한 ‘대필작업’과 관련해 37편의 글을 올려 대략의 실무를 다루었다.


마지막 편으로 ‘출판기념회’를 골라두었다. 자서전 출판기념회는 누가 어떤 의도로 여는가에 따라 규모도 다르고 초청하는 사람들의 범위도 다르고 행사 내용도 사뭇 달라진다. 그러나 공통적인 사항은 어떻든 책을, 더 정확하게는 자신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열망이다.

자서전 대필 시장에서 가장 많은 대상은 역시 정치인들이다. 출판기념회 역시 정치인들의 경우가 가장 흔하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행사기획, 홍보, 책 판매, 행사 내용과 진행에 이르기까지 가장 리드미컬하고 온갖 기술이 다 동원된다는 점에서 출판기념회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특히 출판기념회에 나와 연설하는 유력 인사들은 매우 경험 많고 필요한 내용을 잘 알아 해당 정치인을 위해 입에 발린 말을 기막히게 잘해주는 노련함도 가지고 있다.

정치가의 출판기념회는 보통 규모가 커지기 쉬우므로 행사 시 다음의 몇 가지를 꼭 점검해야 한다.
정치를 고려했다면 출판 전에 책 내용이 선거와 관련해 문제 될 사항이 없는지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책 내용을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 사전 점검하는 것이 필수다.

행사에 임해서는 가장 먼저 접근성을 고려해 출판기념회 장소를 잡아야 한다. 지방의 경우 넉넉한 주차공간이 있는 곳을, 대도시의 경우 주차장에 더해 지하철 이동이 쉬운 곳이어야 한다. 출판기념회 장소가 접근하기 불편한 곳이라면 처음부터 나쁜 이미지를 주기 쉽다.

행사에서 내놓고 선거지지를 선언하는 식의 발언이나 연설이 나와서도 안 된다. 연설하는 사람이나 사회자가 자칫 자신도 모르게 선을 넘는 수가 있으므로 미리 충분히 조심시켜야 한다. 실제로 어떤 정치인의 행사에서 사회를 보던 유명한 코미디언이 자기도 모르게 선거지지 발언을 했다가 후에 선거법 위반으로 곤욕을 치른 사례도 있다.
 
대부분 출판기념회에서 동영상 상영도 보편화 되어 있는데 이 속에도 행여 선거와 관련해 정책이나 공약성 내용이 들어 있지 않은지 미리 선관위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없다고 확인되면 이와 관련한 선관위측 자료를 문서나 녹음 등 증거로 남겨두어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세(勢)를 보여주는 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누구건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유력하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초청하는 것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여기서 유력한 인사란 공천과 관련된 인물이거나 그와 유사한 경로로 힘을 미칠 수 있는 인사를 뜻한다. 극명한 예로 이전에 경주에서 치르진 총선에서 전혀 인지도 없었던 군 출신의 모 인사는 당시 대세로 일컬어지던 모 씨가 참석한 것으로 선거의 향방을 전혀 다르게 이끌었고 공천을 못 받아 열세라 판단된 와중에서도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면서 인간미나 진정성도 어필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래 봐오신 선생님, 발 넓은 택시 운전기사, 오래 인연 맺은 지역 대학생, 사회운동에서 만나 오래 함께 활동한 지인 등은 어떤 정치적 인사들보다 힘 있는 진정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인원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이 세(勢)를 보고 공천권자들이 후보자의 형세를 판단하기도 하고 유권자들이 입소문을 내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선거판은 눈에 비치는 게 중요한 지표로 인식되는 매우 후진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세에 따라 후보자를 속단하는 어리석은 행위도 만연되어 있다. 심지어 ‘안 될 사람 왜 찍느냐?’는 웃기는 의식도 지배적이다.

‘보도의뢰서’도 미리 써놓는 것이 좋다. 어차피 중요한 인사들을 초청할 것이므로 그 인사들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공란을 만들어 두고 나머지는 다 작성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출판기념회 직후 그 부분만 보충해 바로 보도의뢰서를 발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 일대 변혁이 생겼다. 지난해 내가 쓴 어느 정치인의 자서전 출판기념회는 위에서 열거한 모든 번잡함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변곡점이었다.
 
거기에는 코로나19라는 희대의 걸림돌이 있었다. 대중을 모아서 무슨 행사를 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발명적 출판기념회’가 ‘워킹 스루(Walking thru) 출판기념회’다. 코로나19 검진방법에서 나온 방식으로 걸어가면서 자서전 출판 당사자와 인사하고 축하하는 방식이었다. 행사장은 동영상이나 음향기기 대신 자서전에 나온 내용들이 각 꼭지별로 사진과 핵심을 간추려 세로형 현수막 식으로 전시되었다. 축하객들은 그 길을 지나 단상에 마련된 저자와 인사하고 사진을 찍고 책에 싸인을 받아서 퇴장하는 식이었다. 나가는 길에도 역시 책 내용을 요약한 세로형 현수막들을 지나갔다.

이 효과는 의외로 평상시의 출판기념회보다 훨씬 좋았다. 일상적인 출판기념회라면 빤한 행사를 지루하게 기다렸다 행사 끝난 후 서로 악수나 하고 눈도장이나 찍던 사람들이 일일이 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고 간단하게나마 친근한 인사라도 나누니 이게 출판 당사자나 관객 입장에서나 훨씬 좋은 것이다. 그중에 좀 더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대화의 시간을 약간 더 할애하는 것으로 성의를 보여줄 수 있었다. 이런 효과를 안 이상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이런 식의 행사가 계속 인기를 끌 것이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아니라면 행사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건, 내용을 어떻게 하건 아무런 구애도 없고 문제될 것도 없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돈을 수억원 써서 특급 호텔에서 해도 상관없고 정겨운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펼쳐 놓고 해도 상관없다. 책을 공짜로 내주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요령 있고 효과적인 출판기념회를 치를 필요가 있다. 기왕에 심혈을 기울여 쓴 자서전이라면 최대한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위에서 언급한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좋은 표본이 된다. 다만 선거를 대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훨씬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출판기념회에 당연히 유력 인사들이 참석시키는 것이 좋다. 여기서 유력 인사라고 하면 정치적인 쪽과는 좀 다르다. 누가 책을 효과적으로 홍보해 줄 수 있느냐가 최고의 유력 인사인 것이다. 방송이나 신문 기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경제계 인사라면 경제부 기자가, 문화관련 인사라면 문화부 기자가 초대되어 오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해당 분야 권위자나 전문인들이 참석하는 것도 좋다. 자신의 책에 대해 어디에서 말 한마디라도 해 주거나 그 사람이 쓰는 SNS에 한마디 거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기자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특히 책을 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정치인이건 비정치인이건 미리부터 SNS 환경에 친숙해지는 것이 대세다. 지금은 어떤 막강한 매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SNS다. 책 내겠다는 사람이 SNS를 등한시 하고 책을 내겠다는 것은 무모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니 책을 내겠다고 생각했다면 우선 당장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록부터 시작해라. 그게 어렵거나 귀찮다면 책 내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이번 장을 포함해 모두 38편으로 이 장을 마무리한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은 분들의 문의도 받고 실제로 자서전을 써보겠다는 분도 몇 분 만났다. 그들 중에는 만만치 않은 필력을 가지고 이미 상당 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써놓은 분도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내세운 타이틀이 ‘누구에게나 드라마는 있다’였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번 기획 역시 기자에게 또 하나의 드라마였다는 생각이 들어 숙연하다. 긴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개별적인 문의는 신문사를 통하거나 이메일로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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