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박진우 작가, 대만 서예비엔날레 초대

회심작 ‘먹탑’ 정혜사지 석탑, 작품화해 경주 사랑도!

박근영 기자 / 2023년 03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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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우 작가의 세로 3미터 크기의 대형 작품 ‘먹탑’을 가깝게 찍은 모습.

서예가 박진우 작가의 작품이 대만헝샨서법예술관(橫山書法藝術館)에서 열리는 서예 비엔날레에서 지난 1월 10일부터 4월 24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박진우 작가의 이번 작품은 먹을 탁본으로 뜨고 이를 경주 정혜사지 석탑의 형식으로 배치해 만든 작품으로 세로로 3미터가 넘는 대작이다.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현대서예의 저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경주의 아름다운 석탑을 해외에 널리 알린 공도 돋보인다.


이번 비엔날레는 ‘법과 무법이 혼재한 시대-일종의 시각형식(視覺形式)으로의 서예’라는 제목으로 서예가 점점 일반에서 멀어지는 시대 새로운 시도로 서예의 세상을 열어가고 조명하는 전시회다.


박진우 작가의 참여는 그의 작품세계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대만 서예 관계자들이 전격 초청으로 이뤄졌다.


↑↑ 먹탑을 이루는 글씨와 먹 탁본들.

이번 비엔날레에는 박진우 작가 이외에도 대만과 일본의 현대적 서예작가들을 비롯해 중국, 홍콩, 프랑스 등에서 활동하는 4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서예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당대 현대적 서예가로서의 면모가 유감 없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박진우 작가가 지난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었던 ‘고궁연화’전에 전시한 ‘적심’ 작품이 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저는 우리나라 서예계와의 인연과 인맥 모두 전무하기 때문에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하게 된 것은 정말이지 큰 우연이었습니다. 대만 비엔날레의 吳超然(東海大學-비엔날레 총 큐레이터) 교수가 한국의 모 교수에게 한국인 서예가 추천을 부탁했는데, 작년 고궁연화 전시 중 <적심>을 잘 보신 그 교수님께서 저를 선뜻 추천해주셨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교수님이 저를 추천해주신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일이 잘 마무리되어 전시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박진우 작가는 먼저 작품을 보낸 후 지난 2월 15일 전시회에 참가해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강연한 후 소감을 밝힌 바 있다.


↑↑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박진우 작가.

“작업실에만 있던 <먹탑>이 세상 밖으로 나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뿌듯하고 감사했다”며 소감을 전한 박진우 작가는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강좌에 몇 분이나 오실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객석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강좌도 잘 마무리했다”며 벅찬 감흥을 전했다.


박진우 작가는 이번 비엔날레에 참가한 작가들을 소개하며 세계적인 서예 사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알렸다.


↑↑ 박진우 작가의 먹탑 - 세로 3미터 크기의 대형 작품이다

“대만비엔날레에는 일본 현대 서예의 대가인 이노우에 유이치(井上有一)와 대만 서예가인 卜玆(본명 陣宗琛) 그리고 요즘 일본에서 핫한 여성 작가인 카토 타이케이(加藤堆繫)도 전시에 참여합니다. 카토타이케이는 근래에 포르쉐 광고도 찍었습니다. 2016년 가나자와의 21세기 현대미술관에서 이노우에 유이치의 탄생 백 주년 전시를 본 적이 있는데, 7년 후에 전시를 함께 하게 됐다”며 감회를 전하기도 했다.


박진우 작가는 “吳超然 큐레이터와 상의한 후 <나는 난다>, <평생서–청년>, <먹탑> 등 세 작품을 저울질하다 최종 출품작으로 먹탑이 정해졌다. 이후 경주 안강에 있는 <정혜사지 13층석탑>을 모본으로 3미터가 넘는 큰 작품을 지난 가을 제작했다. 다행히 표구 작업을 미술관측에서 해주어서 국외 운송 과정을 손쉽게 했다”며 미술관이 작품 전시를 위해 각종 편의를 원활하게 진행해준 것에 대해 감사해 했다.


↑↑ 대만헝샨서법예술관(橫山書法藝術館) 비엔날레에 전시중인 박진우 작가의 작품.

박진우 작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서예를 익히기 시작해 경주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한국사학과를 졸업한 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한양대학교 박물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2019년 개인전 ‘성실한 나라의 이상한 청년 전’을 거치면서 전문 서예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박진우 작가는 이전 중국과 우리나라 대가들의 서법을 연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임서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자신만의 서예를 추구하기 위해 획기적이고 다양한 작품을 구상해 왔다.


특히 종이와 먹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고래로부터의 먹과 종이 수집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아왔으며 이번 작품에 사용한 먹탑도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먹들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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