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되기까지’ 청소년들 하나하나를 지원합니다”

‘문화와나눔’, 한옥체험 ‘고원재’ 이끄는 김종욱 대표

박근영 기자 / 2023년 03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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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원재 풍경.

경주에는 모두 28곳의 아동센터가 있다. 각 지역별로 분포되어 있는 아동센터에는 가정형편 상 방과 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청소년들의 안식처이자 삶의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만 18세가 되면 아동센터 이용이 중단된다. 아무런 방비 없이 낯선 사회에 발 들여놓을 청소년들에게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놓인 셈이다. 이럴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고 청소년들의 여러 가지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보다 세밀한 상담창구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기업 ‘문화와 나눔’ 김종욱 대표의 활동은 매우 각별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일찌감치 그만두고 사회적기업 ‘문화와나눔’을 창립한 김종욱 대표는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해 직장에서 쌓은 경험을 총동원하고 있다. 인생 후반전, 지금까지 땀 흘리고 노력한 대가로 자신만을 위한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굳이 어렵고 힘든 일을 가고자 하는 그의 의도가 궁금하다.


↑↑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는 김족욱 대표.


한수원 명예퇴직후 사회적 기업 ‘문화와나눔’ 창립,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상담에 총력

“직장에서 사회환원과 관련한 많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는데 그런 작업들이 짜여진 틀 안에 묶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청소년 분야에서는 기존에 해오던 것들이 있다는 이유로 정작 필요하고 중요한 것을 안 만들더라고요 그 틀을 벗어나면서도 발전적인 모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야심 찬 계획과 달리 김종욱 대표는 ‘문화와 나눔’을 만든 이후 잠시도 편하게 쉬어본 날이 없었다고 토로한다. 가장 먼저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이 정부의 재원, 공공 기업의 지원, 사회단체나 재단들의 지원,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의 모금 등인데 정부나 공공기관은 기존 익숙하고 검증된 사업에 지원하는 것에 몰리고 모금 역시 뜻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초기 설립 회사로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좋은 복지 프로그램은 사각(死角)에 놓인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것인데 이게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사각일수록 성과 산출이 어렵고 시간이 지나야 성과가 나타나는데 그걸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제가 한수원에 근무할 때 최대한 그런 작업들을 꾸준히 해나갔는데 아쉽게도 제가 퇴직한 이후로는 그런 작업들조차 차츰 없어져버렸어요!”


한수원에서 홍보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았던 김종욱 대표는 2005년 사회공헌을 위한 ‘지역협력부’가 생기면서 전격 합류, 이후부터 꾸준히 지역 사회 지원과 복지, 문화나눔 등을 주관하면서 복지와 문화 방면 나눔의 전문인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김종욱 대표는 자신이 한수원에서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프로그램들을 실행하고 싶다는 계획으로 퇴사했다.


“공기업의 입장에서는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만족도와 회사의 만족도가 50:50쯤으로 공존하는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지원사업이 진행되면 그만큼 회사의 이미지나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것이지요. 그런 사업을 진행하면 쉽게 지원받을 수는 있지만 그럴 양이면 그 속에서 했지 굳이 퇴직까지 하면서 했겠습니까?”


김종욱 대표가 가장 중요시하는 프로그램은 청소년을 ‘하나하나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단위로 설치돼있는 아동센터는 예산이나 인력의 문제로 인해 기본적인 일상생활지원과 보호 정도의 업무들을 진행한다. 이에 반해 ‘문화와나눔’은 그보다 세부적인 지원, 그 중에서도 진로지도를 특히 비중 있게 다룬다.


“아동센터는 일정 연령이 되면 더 이상 다닐 수 없으므로 그 즈음의 청소년들에게는 매우 큰 문제로 대두됩니다. 학교나 아동센터는 다수 혹은 단체의 교육에 중점을 두고 일하지만 저희는 최대한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작업들을 진행합니다. 쉽게 말하면 의탁할 곳 없는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기 직전까지 집에서 부모가 하는 역할을 해주자는 취지로 활동하지요. 그러니 시간과 노력은 더 들어가는 반면 이걸 성과로 나타내는 것은 더 힘들겠지요”


특히 김종욱 대표는 이런 일들을 일일이 서류화하는 일들이 실제 업무를 오히려 방해한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일을 서류로 증명하는 것도 우습고 어렵지만 그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상담하고 지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와 함께 김종욱 대표는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이나 사회인식이 성장하는 만큼 복지의 방향성도 세분화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과측정이 어렵더라도 보다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복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와나눔’은 아무래도 활동을 위한 재원 마련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비와 사무실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뜻을 함께 하는 후원자들의 후원이 가장 큰 힘이 되고 있고 자신이 각종 단체에서 행하는 강사료 등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이 일을 꾸려가는 중이지만 역시 재원과 인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그러면서도 천성적으로 남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하는데 익숙지 않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후원자들 외에 누구에게 따로 권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못 했다고 고백한다. 직장이었던 한수원과 연계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퇴직한 선배가 후배들을 곤란하게 할 듯싶어 제안조차 하기 어렵더라고.



100년 된 전통한옥 체험 ‘고원재’, 아름다운 남산 바라보며 ‘사회 기여’ 일석이조도

그런 만큼 김종욱 대표가 퇴직하면서 마련한 전통 한옥 ‘고원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문화와나눔’ 사무실이 함께 자리잡은 고택이기도 하다. 특히 김종욱 대표는 ‘문화와나눔’을 이끌어가는 동력의 일부로 고원재 한옥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원재는 원래 진주에서 지어진 약 100년 정도된 한옥의 사랑채를 옮겨온 것이다. 이곳에 경주의 모 문인부부가 살았는데 연로해 아파트로 이사가면서 2019년 김종욱 대표가 장기적인 비전을 꿈꾸며 인수한 것이다. 고원재는 기본적으로 한옥의 전통 모습을 대부분 보존하고 있어서 전통적인 한옥체험을 해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다만 난방의 편의를 위해 전기보일러 등으로 바꾼 정도다. 전통 한옥이 다수인 배반동에 자리 잡은 고원재는 특히 맞은 편에 보이는 남산의 풍경이 멋지고 나지막한 담벼락이 이색적이다. 넓은 정원에 철 따라 피는 꽃들이 아름답고 고객들의 낭만과 편의를 위해 김종욱 대표가 직접 만든 야외화덕도 멋스럽다.


고원재는 전통의 팔작지붕 아래 두 칸짜리 큰 방과 한 칸짜리 작은 방이 모두 2개인데 큰방과 작은 방 1개만을 숙소로 사용한다. 방이 많지 않아 가능한 한 팀을 원칙으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판매할 경우 2인 기준, 큰 방은 주중 10만원, 주말 13만원을 받으며, 작은 방은 1인 기준으로 주중 5만원 주말 7만원을 받는다. 1인 추가요금은 각각 2만원씩이다. 고원재에 묵을 경우 전통한옥의 멋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미래 청소년들을 위한 보이지 않는 기여까지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https://gowonjae.modoo.at/)


또 하나 인상적인 것. 인터뷰 중 김종욱 대표가 고원재에서 핀 마리골드로 직접 만든 꽃차를 우려 준다. 고원재 곳곳에 심어져 고택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던 마리골드가 차로 바뀌어 깊은 향훈을 내주니 이보다 더 큰 대접이 없다. 이 마리골드 꽃차 역시 ‘문화와나눔’을 움직이는 동력 중의 하나이니 고맙고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헌혈 50회를 알리며 자신의 몸조차 사회봉사의 일환으로 아낌없이 내놓는 모습을 보여준 김종욱 대표. 그가 이끄는 사회적 기업 ‘문화와나눔’에 뜻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김종욱 대표의 청소년 진로지도에 대한 노하우가 더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청소년들이 꽃처럼 아름다운 어른들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인생 후반전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김종욱 대표에게 가장 큰 바람이자 보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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