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잘 이용하면 경주 발전에 큰 도움 됩니다”

중소벤처기업위, 이복우 위원의 특별한 국회이용법

박근영 기자 / 2023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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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복우 위원.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이 좀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허구한 날 싸우기만 할 뿐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요. 사실은 국회의원들이 각 상임위에서는 10분 단위로 일정 정해서 일할 만큼 열심입니다. 언론이나 방송이 그런 부분들은 빼고 싸우는 것만 보도하지요”


경주 출신 이복우 국회전문위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중소벤처위’)은 가장 먼저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덜어준다. 특히 자신이 맡고 있는 중소벤처위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에 대한 모든 정책이 다뤄지는 곳이라 소속 국회의원들이 늘 정책기안과 서류 속에서 공부하면서 산다고 소개한다. 그런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현명하고 올바른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중소벤처위 작업을 총괄 지휘하는 것이 이복우 전문위원의 역할이다.


“국회법상에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되는 안건에 대해서는 사전에 각 국회 위원회에서 검토 보고하도록 명시되어 있어 위원회의 역할과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각각의 상임위에서 이런 작업을 거쳐 준비된 법안이나 개정안들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 ‘법’으로 정해져 시행되는 것이지요”


이복우 위원의 말을 빌리면 각 상임위마다 해당 정부부서 예산안과 결산안을 심의하는데 그에 따른 작업량도 엄청나다. 각각의 상임위 국회의원들이 예하에 보좌진을 두고 연구하는 것은 물론 관련 업계나 학계의 의견도 듣지만 아무래도 촉박한 시간에 많은 안건을 다루다 보면 전문성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이것을 국회 소속 각계 전문위원회들이 충분하게 검토하고 올바른 길로 제안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국회 전문위원은 정파 떠나 대다수 국민 위한 공익적 목적 우선, 정권이나 정파 영향 받지 않고 의견 제안

“당연히 각각의 조언과 자료제공 작업은 매우 공정하게 진행됩니다. 그 기준은 최대다수 국민에 대한 공익적 목적을 우선할 뿐, 정권의 영향을 받거나 특정 정파의 영향을 받지도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는 정권의 변화가 잦아졌기에 어느 특정 정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함부로 정책이 만들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랬다가 정권이 바뀌면 역풍을 고스란히 받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전문위원실은 전문위원 예하에 다수의 입법조사관들이 포진해 해당 부서의 다양한 법안의 제·개정 업무와 예산, 결산에 관한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 만큼 수장인 이복우 위원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위를 맡은지 1년 남짓 되는 이복우 위원은 국회의 다양한 보직을 두루 거친 27년 경력의 전문위원이다. 1996년 제14회 입법고시로 국회에 들어온 후 기획조정실, 외교통일위, 법제실, 사무처 공보담당관, 국토교통위, 주중국대사관입법관, 국회의장 대변인실, 사무처 공보기획관 등을 두루 거쳤다. 그간의 공로로 2010년 국회의장 표창, 2012년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그간에 있었던 다양한 업무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이 하나둘일까만 그중에서도 입사했던 1997년 기조실 법무담당으로 근무하면서 헌법재판 소송을 수행 지원할 때의 일이 오래 됐지만 기억된다.


“지금은 국회의원 개개인이 당당한 헌법기관으로 행세하지만 당시에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독립성이 분명하지 않을 때였어요. 제가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한쟁의심판청구적격성을 인정해달라는 답변서를 써냈는데 그것이 국회의원을 헌법기관으로 인정받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후로 정당이 국회의원에게 투표를 못 하게 하거나 특정 정파가 힘으로 날치기 한 것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중소벤처위에서 활동하며 ‘납품단가 연동제 상생협력법’을 검토보고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기업 간이건 국가 납품이건 처음에 계약했을 때보다 원재료 가격이 10% 이상 넘어가는 가격에 대해 단가를 조정하도록 입법화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 이로써 기업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거래활동을 지속하게 됐다는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때 행정부 공무원과 협회 등 각방면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준 것이 좋은 입법의 원동력이었다고 겸손해 한다.


중소벤처위를 맡은 뒤 가장 보람된 사례로는 코로나로 인한 국민재난지원금에서 소상공인 지원금을 확정하도록 검토보고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사업자들이 그나마 한숨 돌렸다며 안심했을 때 정책의 일부에서나마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고 소개한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 이복위 위원에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늘 싸우는 이미지로 낙인찍힌 것에 대해 원인을 물었다. 이복우 위원은 이게 어렸을 때부터의 토론교육이 부족해서라고 진단한다.


“1등부터 100등까지 세워놓고 1, 2, 3등 외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토론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잖습니까? 시험은 주로 객관식 번호 맞추기였고요. ‘너의 생각이 무엇이냐?’라고 묻고 그것에 답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한데 이걸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잖습니까? 남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는 교육 없이 초중고와 대학까지 다녔으니 토론하는 문화가 약할 수밖에 없지요”


한편으로 이복우 위원은 이렇게 격한 싸움의 배경에는 진영이나 향토에서 그 싸움을 높이 평가해 공천이나 표를 주는 옳지 못한 관행들이 있다는 염려도 곁들인다. 목소리를 높이고 거친 항의를 해야 주목하는 언론과 방송의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마침 이복우 위원은 지난 1월 본지 ‘나의 책 나의 영화’란에 ‘털 없는 원숭이(데즈몬드 모리스)’를 기고해 인간이 우월하지 않은 존재이고 사람 간에도 자신이 우월하다 떠드는 것이 얼마나 무지한 지를 쓴 바 있다. 국회에서 일어나는 과격한 인격모독과 거친 설전들을 늘 지켜보는 입장에서 이 책을 국회의원들과 방송언론 관계자들에게 권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복우 위원은 국회에 들어온 계기가 다른 중요한 시험들에 앞서 국회입법고시에 합격하면서 더 이상 공부하고 싶지 않아서 국회에 들어왔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러나 국회에 들어오기 전이나 후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을 돌봐 준 많은 인연과 정책들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고 회고한다.


↑↑ 대한민국국회전경.


살면서 국가의 은혜 많이 입어... 적어도 이에 대한 보답은 반드시 하겠다는 자신만의 약속을 신념 삼아

이복우 위원은 가정형편이 어려웠지만 우수한 성적 덕분에 농협중앙회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으며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경주고 졸업 후 대학은 4년간 평균평점 B학점을 유지하면 서울시 7급 공무원 자격을 준다는 입학조건을 보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로 진학, 인문계 1위라는 성적으로 전학년 장학혜택에 생활비 지원까지 받으며 대학을 마쳤다. 국회에 근무하면서 국비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텍사스대학교 공공정책과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북경 대사관에 근무할 때는 자녀들 교육도 국비를 지원받으며 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우리나라의 발전적인 시스템 속에서 일어난 결과라고 믿는 이복우 위원은 ‘거창한 충성심은 아니라도’ 적어도 이에 대한 보답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약속을 신념처럼 다짐한다.


그런가 하면 고등학교 때까지 자신의 성장에서 문화적 자양분을 제공한 경주에 대한 애정도 유감없이 밝힌다. 다른 도시도 국회와의 협조가 필요하겠지만 특히 경주는 대한민국 역사 문화의 중심 도시로 국가 정책이 다각도로 필요한 도시인만큼 국회와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제가 국회에서만 27년 근무하고 있으면서 거의 대부분 국회 상임위들과의 네트워크가 단단한 만큼 경주가 필요한 정책과 국회 상임위를 보다 빠르게, 좀 더 효과적으로 연결시켜 드릴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게 경주 출신으로서 고향에 대한 합당한 보은이라 믿고요!”


이복우 위원은 특히 경주는 법으로 근거를 만들어 보존하고 지원해야 하는 일이 많은 만큼 모든 것을 법으로 처결하는 국회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경주시의회 의원들과 경주시 공직자들, 경주의 발전을 원하는 단체들이 경주에 관련한 법들을 세밀히 살펴보고 꼼꼼히 따져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법조문을 잘 챙겨보는 것만으로도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많은 혜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주뿐 아니라 대부분 지방자치 공무원들은 법안은 물론 대통령령이나 시행령조차도 제대로 안 본다고 아쉬워한다.


경주 출신이라는 자체로 서울살이하면서 많은 득을 보았고 ‘무언가 우월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살았다는 이복우 위원은 작은 힘이라도 고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건 보태겠다 약속한다. 많은 이야기들이 서려 있는 경주인 만큼 이를 현대에 맞도록 각색해 각종 콘텐츠로 발전시키면 좋겠다며 경주의 발전을 축원하는 이복우 위원, 국회에 경주 출신 핵심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듬직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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