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보다 요양사가 훨씬 자식 같다고요?”

이성임 요양보호사의 행복한 어르신 돌보기

박근영 기자 / 2023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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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임 요양보호사.

“저를 믿고 마음을 열어주실 때가 가장 행복하지요. 깨끗이 씻겨드린 후 ‘개운하다’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뵐 때도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2011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뒤 올해로 만 11년째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는 이성임 요양보호사(이하 ‘요양사’)는 요양사를 아무나 할 수 없고 아무나 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규정한다. 어른들을 위한 각별한 마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신도 힘들고 봉사 받는 노인들도 힘들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성임 요양사의 하루 일과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다. 6시 40분에 봉사 대상 어르신이 거주하는 집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아침 5시에는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식사와 출근 준비 등 자신부터 새로운 준비를 마쳐야 하고 이동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요양사 업무에서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고 기초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어르신 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어르신에게 인사하고 몸이나 기타 집안일과 관련한 불편 사항이 없는지 체크한다. 이상 없음을 확인하면 식사준비, 청소, 씻기기, 빨래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어르신의 몸이 불편할 경우 병원으로 모시고 가 진료를 돕기도 하고 집안 가전제품이나 냉난방이 문제를 일으키면 이를 적절히 조치하기도 한다. 오전 파트의 경우 보통 오전 9시 40분까지 어르신을 돌본다. 오후 파트는 오후 2시 40분에 근무를 시작해 5시 40분에 마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시간 동안은 어르신의 가족이 되어 드린다는 생각으로 일하지요. 특히 어르신들이 몸이 불편하시기도 하지만 그보다 외롭고 적적한 것이 더 큰 어려움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말벗이 되어 드리는 것이 더 중요한 일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임 요양사는 어르신들이 늙고 병들어 보이긴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에 오히려 훨씬 민감하다고 들려준다. 그래서 더욱 감정을 상하기도 쉽고 사소한 것에 더 예민해질 수 있으므로 이런 감정을 잘 살펴서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이성임 요양사가 요양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 자신 친정 어머니 대한 요양사들의 활동을 눈여겨보았기 때문이다. 요양사로 활동하기 전에는 일반 직장에서 근무했는데 편찮으신 친정 어머니에게 헌신하는 요양사들을 보면서 무척 감동 받았기 때문이라고 회상한다.


“그때 집도 깨끗하게 하고 어머니께도 그렇게 성심일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저도 기회되면 이런 활동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어요”



친밀해서 오히려 소홀, 가족 돌보기가 더 힘들어. 적절히 거리 유지해야 잘 돌봐드릴 수 있어

그러나 이성임 요양사는 자신이 요양사를 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어머니나 시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오히려 어렵다고 고백한다. 요양사 자격을 획득한 후 부모나 친척을 돌봐도 똑같이 법적인 급여를 보장 받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혈육을 돌보는 것이 더 힘들다고 소개한다. 실제로 이성임 요양사는 시어머니를 모시고도 살았는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과 요양사로 어르신들을 돌봐드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더라고 회고한다.


“너무 친근하면 오히려 잘 돌봐드리기 어려워요. 특히 어머니나 시어머니는 친하다 보니 오히려 소홀해질 수도 있고 감정적으로도 자주 부딪힐 수 있어요. 일을 하다 보면 감정조절이 매우 중요해 적절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 혈육을 돌볼 때는 이게 잘 안되는 거지요”


이성임 요양사(제일노인복지센타)는 요양사 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신뢰받지 못할 때라고 소개한다. 요양사는 경우에 따라 어르신들이 요구하는 심부름을 들어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집안을 주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물건 가격을 의심하거나 물품이 없어지는 일로 인해 오해를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경우 가장 억울하고 난감하다는 것이다.


“한번은 어느 어르신 집에서 아주 사소하고 값싼 물품이 없어졌는데 그걸 제가 가져갔다며 몰아세운 거예요. 천 원도 안 되는 물건이니 제가 사드려도 사드릴 것이었는데 이런 오해를 받고 나니 정말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그런가 하면 어르신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오히려 어르신의 아들과 딸, 가족들과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도 회고한다. 가끔씩 들러는 가족들이 마치 상전처럼 무례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저는 정말 좋은 분들과 만났고 가족분들도 참 좋은 분들을 만났는데 다른 요양사들 말을 들어보면 가족들이 감놔라 배놔라 하면서 일일이 간섭하는 바람에 결국 어르신들과 헤어지는 일들을 자주 보았어요. 남의 일 같지 않지요!”


이성임 요양사는 요양사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일일이 센터의 규율이나 강령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믿고 어르신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소개한다. 공연히 잘못 간섭을 하면 부모님과 사이좋은 좋은 요양사를 잃게 되어 어르신들에게 상처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 이성임 요양사는 센터와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들려준다. 특히 요양사 제도가 시행되던 초기, 센터들이 요양사들의 수당을 착복하기 위해 부당한 시간조정이나 업무조절을 강행한 사례들이 있어 요양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고 소개하며 요양사들의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진정한 봉사심을 가진 요양사들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응급시에는 센터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된다고도 소개한다.


“어느 어르신이 갑자기 몸이 나빠져 대학병원 응급실로 모시고 간 적도 있었어요. 그때 마침 코로나19가 한창 때가 병원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겁니다. 그때 센터에 연락했더니 센터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병원과 체계적으로 협의해 무사히 입원시켜드릴 수 있었어요”


이성임 요양사는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모시고 있는 어르신이 위급해져 부랴부랴 응급실로 달려가 가족들을 불렀는데 그 가족에게 어르신 연명치료를 할지 말지 묻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제가 모시고 있던 어르신이 자칫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거예요. 글쎄...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지...!”


지금까지 요양사로 근무하며 10여 분의 어르신들을 모셨다는 이성임 요양사는 자신이 모시는 동안, 각각의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했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 믿는다.



다른 업무에 비해 짧은 시간과 노동 강도 세지만 정년 없어,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중요

“직업으로 요양사도 꽤 좋은 조건의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업무 시간이 다른 업무에 비해 짧고 다른 분들은 어렵다고 하지만 저의 경우는 일의 강도도 다른 일에 비해 그렇게 세지 않아요.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에게는 요양사만큼 보람된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 일은 정년이 없어요”


이전에는 많은 요양사들이 보통 50대 중후반에 일을 시작해 70세 안팎까지 일했는데 최근에는 요양사에 대한 인식이 대폭 개선되어 40대 여성들도 요양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준다. 이성임 요양사 자신은 자신이 무리 없이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요양사가 자식보다 낫다는 어르신들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아무렴 요양사가 자식만 하겠습니까만 그만큼 어르신들이 자식들 정에 목말라 하신다는 말씀이지요”


마침 이성임 요양사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지금 모시고 있는 어르신과 비슷한 연배라 모시는 어르신을 통해 자주 친정어머니를 그린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어르신에게 각별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가 요양사분들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이 정말 좋은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계십니다. 요양사들을 믿고 마음을 열어주시면 서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인구구조 상, 그리고 100세 시대를 고려하건데 향후 20년 동안은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그만큼 요양사들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대는 다양한 노인 문제를 어떻게 능동적으로 해결할지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요양보호사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생긴 국가자격제도다. 일을 다소 긍정적으로 여기는 이성임 요양사의 말과 달리 노인의 신체활동과 가사활동을 돕는 것이 마냥 수월하지 않고 고용도 불안전해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경주의 경우 각종 전문요양시설과 재가요양지원센타 등 전체 요양보호시설이 170여 곳이고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인원도 대략 5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주 역시 노령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요양사의 활약과 수요가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만큼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요양사 양성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마음으로 어르신을 보살피는 요양사가 절실해지는 시기, 환하게 웃는 이성임 요양사의 웃음에서 요양사가 행복해야 어르신이 행복하다는 단순한 사실을 배우게 된다. 바야흐로 자식들보다 요양사가 훨씬 자식 같은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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