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진 전 경주시 부시장, 경주에 쏟아부은 열정

경주 공직사회에 일으킨 ‘기본을 위한 변화의 바람’

박근영 기자 / 2023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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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진 전 경주시 부시장.

지난 2021년 1월 경주에 부임해 2022년 12월까지 만 2년 동안 부시장으로 행정 전반을 맡은 바 있는 김호진 전 경주시 부시장은 많은 경주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1998년 지방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이후 국무총리실, 외교통상부에서 쌓은 중앙부서 행정경험, 주 밴쿠버 대한민국 총영사관 영사 근무로 다진 해외경험, 경북도 국제비즈니스과장과 미래전략기획단장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쳐 마지막 일자리경제산업실장에 이르기까지의 광역자치단체의 행정경험, 특히 경산시 부시장까지 경험한 이력은 경주 공직자들과 시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했다.


지난 5월 초, 경주를 떠나 다시 세종시 행정안전부로 옮겨 근무 중인 김호진 전 부시장을 만났다. 먼저 경주시에 근무하면서 각계각층의 고향 사람들은 물론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일 잘하는 부시장이란 평가가 높았던 이유를 물었다.


“제가 다른 부시장들보다 일을 많이 시켰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고향에서 일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열정이 솟구쳤습니다. 그 점을 좋게 봐주신 모양입니다”


어려움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경주에 있으면서 많은 지인들의 민원이 들어와 고향에 온 것이 실감났다고 고백했다.


“그 와중에도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면서도 욕을 먹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부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성의껏 고민하고 되건 안 되건 정확한 상황을 설명하려 노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인해 고향에서의 생활이 만족과 함께 부담도 있었다고 회고한다.



중앙정부와 경상북도 요직, 경산시 부시장 거친 종합 행정가, 경북에서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총력

김호진 전 부시장은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를 두루 섭렵하면서 다른 공직자들에 비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렇다면 그가 맡았던 각각의 일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흔히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들이 큰일을 한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크고 작다는 게 기준점을 어떻게 두느냐의 문제입니다. 중앙부처는 국가 전체에 미칠 법령이나 제도, 거시적인 사업 설계를 합니다. 그러나 중앙부처는 실제 사업은 직접 하지 않고 사업에 대해 광역지자체나 시군별로 공모하거나 기획하거나 설계를 합니다. 공모한 일에 대해 지자체가 설계한 것을 심사·평가하고 선정하기도 하지요. 반면 광역지자체나 시군 기초지자체는 수천억대나 조 단위에 이르는 큰 사업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기획해 추진합니다. 이때 광역지자체는 중앙부처가 개별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여러 개 시를 묶거나 기초지자체 간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김호진 전 부시장은 이런 각각의 업무에서 어떤 일들을 수행했는지 명확하게 기억하며 하나하나 설명했다. 지면 관계상 그들에 대해 일일이 기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어떤 일을 어떤 의도에서 기획해 어떻게 진행했고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순차적으로 회고하는 것은 그 자신이 업무에 얼마나 치열하게 매달렸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그 간명한 예가 경주에 부임하기 직전 경북도에서 맡았던 일자리경제산업실장 업무였다.


“일자리는 공통적인 정책적 용어이고 기능이나 내용을 알 수 있는 표현은 경제산업실장인데 말 그대로 경제 분야 과학 산업 분야를 총괄하는 부서였고 경상북도에서는 가장 큰 조직이었죠. 일반적인 과학 산업의 전략이나 각 지역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국가 정책 사업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적인 파트가 한 축이고 경제 주체인 기업들을 지원하고 자금이나 금융을 지원하는 파트가 또 한 축이었습니다. 또 소상공인과 자영업 등 민생경제를 살피는 부분, 최근 트렌드인 새로운 영역의 경제 가치를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부서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들 각각의 기반을 튼튼하게 조성함으로써 5만~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워 일을 추진했습니다”


그 전체를 지휘하며 정책적인 틀을 짠 결과 포항에 현재 우리나라 산업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2차 전지 에코 프로를 중심으로 한 규제산업특구가 만들어졌고, 구미에 스마트 산단 사업 특구가 만들어져 국가 주요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밖에도 포항의 철강산업이나 구미의 전자 5G 홀로그램 같은 사업 두 가지도 선정됐다.



상승세 공무원들과 함께 경주 예산 2조원 시대 개막, 경주시민 탁월한 정신에 감동, 주낙영 시장에게 고마움 느껴


특히 경주 역시 이때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최근 준공식을 맞았던 자동차 성형 가공센터와 한창 사업이 진행되는 탄소 소재 리사이클링 센터가 이때 계획되었던 내용이다.


“이 두 사업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지요. 실장 재임 시절에 주낙영 시장님이 강력히 추진해 진행한 사업이라 감회도 새롭고요”


또 한 가지,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모든 자금을 총동원해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 지원 자금 2조원를 과감하게 실행한 것도 큰 보람이다.


그러나 김호진 전 부시장에게는 경주에서의 일들이 가장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것이 경주 행정의 미래를 위해 공무원들의 기본을 새롭게 다지는 일이었다.


“행정에는 하나의 레벨이나 단계, 체계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정비하거나 업그레이드, 업데이트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10년 20년 지속된 분위기가 쉽게 리셋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전체적으로 재정비해 리셋하는 것에 저의 행정·실무 모든 경험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그게 저의 최우선 목표였고 고향에 대한 책임이라 믿었습니다. 그 목표만 정비되면 그 위에 실무적인 장단기 목표들을 부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호진 전 부시장은 자신의 재임 시절 청렴도가 상승한 것을 가장 기쁘게 생각한다.  
"청렴도 수직상승은 주낙영 경주 시장님의 적극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이룬 성과였습니다. 그 이전에 전국 꼴찌를 기록했던 경주시 청렴도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지요. 청렴도만 상승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경주시는 최근 2년 이내에 각종 행정평가라든지 예산 재정 확대, 대형 프로젝트 선정 등에서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를 위해 김 전 부시장은 시청의 전체 부서를 대상으로 꾸준히 팀미팅을 해나가며 각각의 부서 업무에 대해 동기를 부여하고 성과를 스스로 확인하게 하는 한편 개선되는 변화를 깨닫게 하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키우면서 시청 공무원들의 기본적인 체계를 바꾸어 나갔다고 회상한다.


“성과에 대해 조직에서 알아주거나 정상적인 공정한 평가 체계가 실행되면 조직의 분위기라든지 긴장도가 틀을 갖추게 되죠. 그게 우선 청렴도로 나타났고 각각의 사업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공무원 개개인이 모두 성과를 내는 팀이나 직원들로 거듭난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이런 기초적인 변화는 경주시의 눈부신 사업성과로 현실화 되었다. 역대 최대 1조원의 국도비 확보로 예산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것은 인구 40만의 구미시보다 많은 예산이다. 한 해 20여 건에 그쳤던 공모사업 선정 건수도 50~60건으로 3배나 늘어났다. 4000억 규모의 동경주 권역 원자력 국가산업단지, 3328억 규모 남경주 외동권 산업단지, 서경주 KTX 역세권에 민자 사업인 복합환승센터, 민자사업을 포함한 5400억 규모 투자산업 선도지구, 포항시를 포함, 4942억 규모의 형산강과 신형산강을 아우르는 환경부 국가 종합 공모사업 선정 등도 이런 변화가 가져온 성과라고 밝힌다.


관광 분야에서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중심상가를 비롯한 도심 상권을 살리는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 황리단과 대릉원 지구 등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관광도시 사업’, 전체적인 환경이나 관광 편의시설, 각종 조경 사업들을 정비하는 ‘서라벌 황금 정원 사업’, 경관조명, 야간 조명을 일대정비하는 ‘신라 달밤 황금 조명사업’, 읍성지구 활성화와 황성공원을 센트럴 파크화하는 ‘중심공원화사업’ 등도 주낙영 시장의 지휘 아래 각 공무원들이 혼연일치 되어 각 세밀하게 추진되었다. 놀라운 것은 경주를 떠난 지 5개월이나 된 김호진 전 부시장이 이런 일들을 깨알 같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솔선수범 모든 일을 진두지휘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한편, 이런 일을 함께 체험한 공무원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시정에 분발한 것은 또 다른 성과다. 그런 결과를 보며 김호진 전부시장은 중요한 발견을 했다고 고백한다.


“제가 근무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경주 공무원들은 매우 성실하고 기본적인 실력도 뛰어난 분들이었습니다. 함께 일하면서 그런 점에 고무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민들은 공무원들을 좀 못마땅하거나 덜 미더워하시는 듯합니다. 어쩌면 이런 시각이 청렴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요. 이제부터라도 시민들이 공무원들을 믿고 응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 한 가지는 김호진 부시장이 밝힌 것은 경주 시민들에 대한 경외심이다.


“자원봉사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경주시민들의 봉사심이 타 시군보다도 훨씬 더 높게 발현되었습니다. 그 결과 경주시가 2021년 자원봉사 대상을 받았어요. 연말 ‘사랑의 열매’ 온도탑도 최고 수준을 보였습니다. 그러한 시민정신의 바탕에는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한다’는 시민 의식이 살아 있었습니다. 경주사람으로서 이런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신 시민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낙영 시장에 대한 고마움이다.


“고향 시장으로서 주낙영 시장님의 비전과 리더십을 믿고 존경해왔습니다. 그런 차에 주낙영 시장님이 경북도에 요청해 제가 경주로 오게 됐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고향인 경주에 하는 일이라 조금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경주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해주셨기에 고향에서 뜻과 마음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경주에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들, 긴장해서 진행해야. 역사도시 위에 부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에 적응해야


그러나 짧았던 시정이었던 만큼 아쉬움과 염려도 크다. 특히 일찍이 경주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큰 프로젝트들이 경주에서 진행되는 만큼 앞으로 집중할 일이 더 많은 것에 대한 경각심을 당부한다. 자칫 방심하면 어렵게 선정된 대형 프로젝트들이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호진 부시장은 본지와 인터뷰한 걸음에 내놓고 경주시민들과 경주의 주요 언론들에게 부탁한다. 경주시정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일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협력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50% 시행될 일이 70%가 되고 70% 될 일은 90~100% 실행된다는 것이다. 특히 경주는 역사문화도시라는 중요성 위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추가되는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이전의 시각을 뛰어넘는 보다 많은 정보와 기술에 대해서도 관심과 포용력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제가 퇴임하면서 경주시 공무원 분들께 수없이 반복한 말이 있습니다. 나중에 고향에 와서 죽을 테니 지금의 모습이 아닌 그때 볼 모습을 상상하면서 일하자고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김호진 전 부시장은 경주에서의 활동에 대해 25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다소 나태해진 듯했는데 고향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다시 한번 고향에 대해 감사한다. 특히 위에서 열거한 다양한 국책사업들이 경주시 공무원들과 다 함께 노력해서 나온 결과임을 설명하며 경주시에서 근무한 것을 진심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여러분들의 도움 덕분에 다행스럽게 경주시에서 근무하며 제 역할을 성실히 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공직생활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경주에서 되찾은 좋은 자세로 중앙에서 맡은 업무에 더 분발하겠습니다."


김호진 전 부시장은 새로 옮긴 중앙부서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지만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기자에게만 옮긴 부서와 업무를 설명해주었다. 경주시 부시장으로 활동하면서 마음껏 경주만을 위해 일했지만 앞으로는 다시 어느 도시에나 공정한 중앙부처 공직자가 되어야 하므로 굳이 알릴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 김호진 전 부시장의 말에 진심이 느껴져 더 이상 설명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후 다시 이 지면에 김호진 전 부시장을 실을 기회가 생긴다면 지금과 또 달라진 김호진 공직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경주의 공직사회에 기본을 바꾸는 푸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홀연히 떠난 그가 또 어떤 성장을 이루고 나타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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