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쓰레기 줄이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

‘월정제과’ 강한국·최혜송 씨, “경주서도 제로웨이스트 활성화 되길”
쓰레기 최소화 노력이 친환경 삶의 시작

엄태권 기자 / 2023년 0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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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현상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작은 움직임으로 조금이나마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일회용품을 줄이고 또한 갖가지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본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귀찮고 작지만 소중한 움직임을 하루하루 실천해 나가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월정제과’의 강한국·최혜송 씨.


포장 최소화, 쓰레기 줄이기 위해 노력 ‘월정제과’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6월, 강한국·최혜송 씨 부부는 고향인 대구를 떠나 이곳 경주에서 그들만의 가게를 열었다. 가게 마당 한편에 있는 오래된 우물과 경주를 상징하는 달을 이름에 담아 탄생한 제과점이 ‘월정제과’다.

봉황로에 위치한 ‘월정제과’는 일반적인 제과점과 약간 다른 점이 있다. 바로 포장이다. 빵을 판매하기에 비닐 포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보통인 제과점에서 종이와 보자기를 이용해 빵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하지 않게 포장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일부 딱딱해지는 빵의 경우 포장 시기를 최대한 늦춰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 음료의 경우 생분해 빨대를 사용하고 휴지도 고객들이 필요한 만큼만 가져다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다행히도 손님들은 아직까지 이런 월정제과의 방식을 크게 불편해하지 않고 이해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 ‘월정제과’에서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고자 보자기와 종이박스 포장을 제공하고 있다.

“포장은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보자기를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어쩔 수 없이 딱딱해지는 빵은 비닐로 포장할 수밖에 없지만 포장시기를 늦춰서 비닐 사용을 줄이고 있는 거죠. 특히 크리스마스나 생일 등 특별한 날 예쁜 포장을 원하시는 손님들도 계시지만 잘 말씀드려서 보자기로 예쁘게 포장하거나 종이끈으로 리본을 만들어 드리는 등 손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포장하려고 합니다. 포장에 사용되는 종이도 코팅이 안 된 포장지를 사용해 재활용이 가능하게 하고 있죠. 또한 가게 안에서 커피와 같은 음료를 드실 때 제공되는 휴지를 원하시는 만큼만 가져가시게 안내드리고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손님들은 불편하거나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다행히 다들 이해해 주세요”

↑↑ ‘월정제과’에서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고자 보자기와 종이박스 포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월정제과는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회용기 할인도 실천하고 있다. 강한국·최혜송 씨는 큰 할인혜택은 아니지만 고객이 텀블러나 다회용기를 가져와 커피나 음료를 담아갈 경우 할인혜택을 제공한다는 것. 이들 부부는 작은 할인혜택이지만 이러한 것들이 모여 시민이나 관광객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길 희망하고 있다.

↑↑ 종이 포장된 빵.


건강까지 생각하는 ‘월정제과’, 경주도 제로웨이스트 활성화 기대

월정제과의 강한국 씨는 20년 경력을 갖춘 제빵사다. 그는 월정제과의 모든 빵은 우리 밀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다른 것보다 빵을 드시는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서라고.

“일반적으로 수입 밀이 우리 밀보다 제빵하기에 유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60여일을 배에 실려 우리나라로 들어오려면 어쩔 수 없이 화학약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인체에 무해하다고는 하나 우리 밀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죠. 현재 우리나라는 밀 자급률이 1% 남짓합니다. 자급률을 올려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품종 연구와 농업 정책들이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죠. 화학약품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은 좁은 의미에서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지구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 용기에 담긴 보자기로 포장된 ‘잼’

강한국·최혜송 씨의 이러한 친환경적 운영방침은 과거 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예전 서울에서 생활할 때 친했던 고향 친구가 환경운동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라던가 친환경 관련 활동을 알게 됐습니다. 그 친구의 영향으로 경주에서 월정제과를 오픈하고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록 모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이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가게 직원들도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습관을 가지는 것 같더라구요. 이렇게 한 명씩 차근차근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들은 친환경 제품 사용에 대한 지원과 경주에서 제로웨이스트가 활성화 되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 보자기로 포장된 ‘케이크’.


“자영업, 특히 음식 관련업을 하시는 분들은 친환경 제품을 쓰려고 해도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생분해 포장을 하려고 해도 일반 비닐과 3배 정도 가격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또한 경주에서 기후위기, 친환경과 관련된 인문학 강의가 많이 활성화 됐으면 합니다. 기후위기라는 막연한 표현보다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시민들은 생활 속에서 쓰레기 줄이기, 탄소 줄이는 움직임을 실천하고 정부나 지자체는 여러 지원과 당위성을 알리기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월정제과도 친환경을 위한 움직임과 자체적인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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