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도서관, 책 읽지 않아도 공간 자체로 즐거움 제공

단순히 정보제공 넘어
다양한 문화체험·커뮤니티
편안한 휴식 공간

오선아 기자 / 2023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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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대여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모여 지식을 나누고, 문화를 체험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중요한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본지는 경주시가 추진 중인 복합문화도서관 건립에 앞서 경주시민과 관광객들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떠한 도서관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런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어떤 마케팅과 계획이 필요한지 살펴보려 한다. 또한 국내외 주목받는 복합도서관 운영사례를 통해 우리 경주의 복합도서관의 방향성에 대해 제안한다./편집자 주

↑↑ 정약용 도서관.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별마당 도서관은 지난 2017년에 개관한 무료 도서관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몰에 위치해 있으며, 리모델링을 통해 이곳은 코엑스 상권의 주요 명소로 부상했다. 이 도서관은 약 2800㎡의 넓이를 가지고 있으며, 복층 구조와 함께 센트럴플라자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13m 높이의 서가에서 발산되는 은은한 불빛이 전체 공간을 아름답게 감싸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현재의 도서관은 과거와 달리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를 얻으며,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곳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심지어 책을 직접 읽지 않아도 그 자체로 휴식과 만남, 소통의 장으로서 기능하며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별마당 도서관의 성공적인 변화는 최근 도서관들이 향해가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정약용 도서관’ ‘경기도 의정부 미술도서관’ ‘양천공원 책쉼터’를 소개하며, 현재의 도서관들의 변화 현황을 소개한다.

↑↑ 정약용 도서관.

남양주시 기존 도농도서관 허물고 새로 지은 ‘정약용 도서관’

남양주시는 2021년 4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공공도서관인 ‘정약용도서관’을 개장했다. 이 도서관은 경기북부에서 가장 크며, 전국적으로 보면 6번째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2020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우수사례 표창을 받은 정약용 도서관은 다산동에 위치해 있으며 총 면적은 2만1000㎡로, 지상 3층과 지하 1층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총 건축비는 약 328억원으로, 착공부터 완성까지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정약용도서관은 시청각 자료와 서적 등 다양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 층별로는 유아 및 어린이 전용 자료실, 디지털 자료실 및 종합자료실 등이 설치돼 있고, 지하에는 주차장과 보존 서고가 마련돼 있다.

남양주시는 정약용도서관을 통해 생활 혁신 공간을 선보였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의 대표적인 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아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개방감 있는 공간 구성을 실현했다. 또한 다양한 목적에 맞춘 공간들을 제공해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모임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뿐만 아니라 정약용도서관에서는 디지털 픽업 서비스와 빅데이터 기반 도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더불어 처음으로 공간에 맞춘 디자인 가구를 제작해 설치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정약용도서관은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베이커리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활용하여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석유를 대체하게 되는 등,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적인 운영 방침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정약용 도서관’이라는 명칭은 정약용의 학문적 열정과 지식 추구를 기리기 위해 선택됐다. 조선 시대 후반의 주요 실학자로서 명성을 떨친 다산 정약용(1762-1836)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태어났으며, 이런 배경으러 남양주시는 그의 이름을 계승해 ‘정약용 도서관’을 건립했다.

지역에서 출발한 유명 인사나 역사적 표상의 이름을 공공 장소에 부여하는 것은 해당 지역과 인물 사이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며, 방문객들에게 그 인물과 그들의 기여를 잊지 않고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약용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학문가로, 의학, 철학, 예술, 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그의 학문적 성과와 도덕적 가치는 후세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 계단 옆 공간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활용했다. 정약용 도서관.

정약용 도서관 방문객 A 씨는 “정약용 도서관은 카페보다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양한 좌석 구성은 방문객들에게 책을 읽거나 공부하기에 매우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창의력과 독서 경험을 키워주는 아름다운 장소다. 하지만 주말에 좌석 확보가 어려우며, 학습을 위한 조용한 열람실이 추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주차장 유료화로 인근에서 부적절하게 주차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면서 “개방형 컨셉으로 한 사람당 하나의 테이블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공부하기에 적합하지만, 때때로 좀 더 조용하고 전통적인 도서관 분위기를 찾는 이용자들에게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도 의정부 미술도서관.


국내 최초 미술관과 결합된 복합문화시설 ‘경기도 의정부 미술도서관’

공공도서관의 발전과 함께 특화된 도서관이 등장하면서 예술 분야에 집중한 도서관을 개설한 곳은 의정부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19년에는 의정부 미술도서관이, 그리고 2021년에는 의정부 음악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2019년 11월, 경기도 의정부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술관이 결합된 복합문화시설을 선보였다. 이곳은 민락동의 하늘능선근린공원에 위치하며, 총면적 6565.2㎡에 지상 3층, 지하 1층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의정부시는 지역 내에 시립미술관과 문화시설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의정부시는 민락2지구 공공도서관 건축 계획을 수립했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문화와 예술 분야의 도서관 건축 방향성을 설정했다. 이를 통해 의정부 출신인 화가 백영수(1922-2018)를 기리는 미술 전문 도서관이 탄생하게 된 것.

의정부미술도서관은 ‘공유’라는 개념으로 독특한 서비스 모델을 제안했다. 각 층별로 아트그라운드(1F), 제너럴 그라운드(2F), 멀티그라운드(3F) 등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가진 공간들이 조성돼 있으며, 모든 층은 중앙의 원형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각 층마다 자료 열람 장소와 커뮤니티 공간, 스테이지 등이 한 곳에서 함께 운용되고 있어 방문객들은 각기 다른 활동을 같은 장소에서 경험할 수 있다. 특별히 제너럴 그라운드에서는 어린이와 성인 자료열람장소가 하나로 통합돼 있어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 기타 도서관과 차별화된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의정부 미술도서관이 빛나는 이유는 그것의 개방적인 디자인과 쾌적한 분위기가 방문객들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바로 창의적인 공간 활용과 세련된 디자인에 있다.

의정부 미술도서관의 외형은 태극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구현됐으며, 이것은 미술관 자체의 조화를 상징하고 있다. 특히, 천장이 높아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햇살은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중앙에 위치한 원형 계단은 각 층마다 다른 시각에서 건물 내부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섬세하게 구성된 공간으로 인해 방문객들에게는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 의정부 미술도서관 호크니 책.

또한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단순히 도서 대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카페를 운영하며,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스튜디오 공간과 전시장까지 갖춰져 있다. 이로 인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문화 체험이 가능해진 것이다.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 빛나는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주말마다 인파로 가득 차, 지역주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중요한 명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전문적인 도서 컬렉션 때문에 방문을 반복하는 이들도 많다. 다양한 문화 체험이 가능하며, 학습과 휴식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이 복합 문화 공간은 그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의정부 미술도서관 방문한 지역민 B 씨는 “의정부에 이런 풍부한 문화시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미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도서관을 통해 미술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또 깨끗하고 쾌적한 내부 환경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주차장의 공간이 협소해 주차하기가 어렵고, 대중교통 이용 역시 불편해 아쉽다. 그리고 아이들의 활동 범위를 제어하지 않다보니. 일부 학습을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 이들에게는 학습에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면서 일부 개선점을 제시했다.


↑↑ 양천공원 책 쉼터.


휴식과 치유의 명소 ‘양천공원 책 쉼터’

서울시는 시민들이 자연 환경에서 편안히 쉬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인 ‘공원 내 책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2019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로, 2026년까지 총 20개소의 책쉼터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7개소가 운영 중이다.

현재 운영되는 책 쉼터들은 이미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그 만족도 역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원 내 책 쉼터’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경치와 건축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방문객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으며, 서울시와 각 지자체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화장실이나 사무실 등을 재활용해 자연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양천공원 책 쉼터는 ‘서울시 건축상’과 국토교통부 주관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건축적으로도 크게 인정받았다. 이 곳은 기존 수목을 보호하면서도 주변 시설과 조화롭게 설계돼 개방적인 내부 공간,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양천공원 책 쉼터’는 초기 코로나19의 펜데믹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 이후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함으로써 눈부신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평일 아침에는 한적하던 공간이 이제 매일 아침 사람들로 가득 찬 활기찬 장소가 됐고,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생태학 및 문화 프로그램은 개시 즉시 참가자로 인원이 가득 찼다.

그 외에도 일부 독서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독서 모임을 조직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지원 덕분에 커뮤니티 활동도 활력있게 운영되고 있다.

↑↑ 양천공원 책 쉼터.

이처럼 양천공원 책 쉼터는 시민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변화와 발전을 일궈내며 도서관 운영의 우수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그것은 공공도서관이 단순한 정보 제공 장소에서 벗어나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돼 다양한 사회 문화 활동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양천공원 책쉼터를 방문한 시민 C씨는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공원과 결합된 이 공간은 동화 속 같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선사한다”면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어, 단지 독서를 하는 것 이상의 활동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습 목적으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소음 관리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을 위한 별도 구역 설정 및 이용 규칙 등의 대책 마련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당초 경주시는 첨단복합도서관 건립사업에 관련해 한수원 자사고 사업으로 확보한 예산 780여억원에 시·도비, 한수원 부담 비용을 추가로 확보해 첨단 복합도서관 조성부지에 시립미술관을 함께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자사고 건립 대안으로 도서관’의 정책에 위반되는 예산 집행은 없을 것이라며, 도서관 건립만으로 방향을 명확히 했다.

경주시가 추진하는 도서관은 자연가 어우러지는 숲 속의 도서관이자 시민의 힐링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해 ‘도서관+생활문화시설+경주의 자연’을 융합한 카페형 도서관 형태로 다양한 문화체험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이번호에서는 경주시의 조성계획과 결을 같이하는 곳 중 ‘정약용 도서관’ ‘경기도 의정부 미술도서관’ ‘양천공원 책쉼터’를 소개하며, 현재 도서관을 사용하고 있는 지역민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정약용 도서관, 경기도 의정부 미술도서관, 양천공원 책쉼터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곳을 넘어 다양한 문화 체험과 커뮤니티 활동의 핵심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들은 모두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서,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안식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도서관을 학습 공간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음이나 혼잡함이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한결같은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조용한 구역 설정 및 이용 규칙 등이 필요할 것이다. 또 주차장 공간 부족과 대중교통 이용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교통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 경주시도 시민들에게 풍부한 문화 체험이 가능하면서도 편안한 휴식 공간인 도서관을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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