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좋아 감포로 돌아온 엄격한 일식의 명인

차별화된 생선 초밥, ‘등 푸른 바다’ 이상권 대표

박근영 기자 / 2023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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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밥 만들기에 집중하는 이상권 사장.

서울 동작구의 어느 유명 중국식당 사장님이 기자에 강력히 추천한 경주 맛집이 있었다. 감포읍 대본리에 새로 생긴 초밥 전문 일식당 ‘등 푸른 바다’다.

뒤에 경주로 간 기자는 관광객인 양하고 그 초밥집에 가보았다. 감포의 여느 음식점들에 비해 돋보이는 외관을 하고 있어서 우선 느낌이 좋았다. 홀에 들어서니 깔끔한 실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바 테이블에 주방장으로 보이는 분이 신중하게 요리하는 장면이 보이고 창밖으로는 감포의 푸른 바다가 보인다. 그 주방장이 이상권 사장이었다.

바 테이블 앞에 앉아 ‘오마카세’를 주문한 기자는 이것저것 대화를 시도했다. 올해 초 감포로 왔다는 이상권 사장은 하나씩 초밥을 내주는 틈틈이 기자의 물음에 답해 주었다.

한편으로는 초밥의 맛을 음미하면서 또 한편으론 이상권 사장의 이야기를 듣는데 아무래도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다. 이상곤 사장이 내놓은 초밥의 특별한 맛에 온통 신경을 빼앗겨서다. 여느 초밥들에 비해 차별화된 맛이다.

초밥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싱싱함과 풍미다. 이상권 사장의 손에서 하나씩 만들어져 나오는 초밥들은 이 요건을 온전하게 갖추었다. 여러 가지 초밥 중에서 특히 고등어 초밥이 특유의 향을 내며 입속에 녹는 기분이 좋다. ‘등 푸른 바다’의 간판 초밥이 될 듯하다.

↑↑ 싱싱한 맛과 데코레이션을 겸한 고등어 회

이상권 사장이 처음 일식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7년. 카와사키와 요코하마 등의 정통 명인들을 만나 정식으로 수련하며 일식의 정수를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1994년 귀국한 이상권 사장은 서울에서 일식당과 호텔, 외식업체들을 중심으로 근무하던 중 2011년 마포구 연남동에서 자신의 실력을 전격 인정한 후원자를 만나 ‘시로구마’라는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를 열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일식 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시로구마는 번창일로를 걸었다. 그러다 이상권 사장은 2016년 문득 여수로 발길을 돌린다.

“당시 여수가 한창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였고 특히 퀄리티 높은 음식 문화로 각광받고 있었습니다. 마침 시로구마에서 송년회를 열었던 여수 ‘마띠유 호텔’ 대표님이 저의 솜씨에 감탄해 적극 권해 여수로 가게 되었습니다. 호텔 안에 200평 규모의 식당이 있었는데 그곳에 한중일 코스요리를 만들어 코로나19의 와중에도 매년 매출이 오를 만큼 대히트 쳤습니다. 이때 시로구마 사장님도 흔쾌히 지원해주셨고 그 호텔에 당신의 중국식 요리까지 전수해주셨지요”

↑↑ 이상권 사장의 오마카세에 포함된 특유의 회덮밥

이상권 사장은 말끝에 ‘그 깐깐한 여수에서 말입니다.’를 강조하며 슬며시 웃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초밥들이 연이어 나온다. 날치알과 연어알 쌈, 전복 내장과 전복 회, 숙성시킨 고등회에 잘게 쓴 파를 곁들인 초밥, 토치로 그을린 참돔, 멋진 장식을 곁들인 숙성 고등어 회, 소라와 연어알의 조합, 신선한 멍게, 신선한 야채 튀김, 각종 알들과 회들로 이루어진 회덮밥, 등이 쉴 새 없이 나왔다. 이상권 사장은 자신의 초밥이 일부 맛에 예민한 고객에게는 호불호가 갈린다고 말하는데 입맛 까다로운 기자의 아내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잘도 먹는다. 기자는 대식가로 소문났는데 충분히 배부를 만큼 잘 먹었다. 다시 말해 맛도 좋고 양도 많았다는 말이다. 소중한 분들과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의 명소다.

왜 경주로 돌아왔느냐는 물음에 이상권 사장은 서울에서 일할 때부터 경주가 늘 마음속에 있었다고 술회했다.

특히 감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싱싱한 해산물, 특히 감포에서 잡히는 신선하고 싱싱한 수산물들과 경주 바다의 대명사가 된 삼치, 최근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늘어난 동해산 참치들을 소재로 자신의 꿈을 키워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밥 먹으면서 눈에 띈 장면 하나. 이상권 사장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몇몇 고객들이 초밥 포장을 요구하는데 그때마다 정중하게 거절한다. 초밥을 포장해 가다 보면 아무리 빨리 가도 초밥 특유의 맛이 변한다는 것. 돈 벌기보다 초밥은 만든 그 자리에서 먹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엄격하고 특별한 신념이다.

↑↑ 전복 내장과 어울린 통전복

이상권 사장은 꿈에 그리던 경주로 돌아왔지만 그래서 더욱 겸손하게 고향 사람들을 모시겠다는 다짐이다. 그래서 개업식도 하지 않았고 특별히 광고도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단골 고객들도 늘었고 입소문도 조금씩 나기 시작해 어렵지 않게 안착하고 있다.
인구절벽에 코로나의 오랜 여파로 고향을 등지는 사람들이 느는 와중에 자신의 실력 하나만 믿고 고향으로 돌아온 일식의 장인 이상권 시장. 초밥이라는 특별한 메뉴를 통해 새로운 경주의 맛을 열어갈 그의 포부가 ‘등 푸른 바다’처럼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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