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일본 도서관의 변화

외관·내부 이용자 편의에 중점
주변 명소들과 어우러져 상생효과

오선아 기자 / 2023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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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마당 도서관.

서울 코엑스몰의 별마당 도서관은 일본의 작은 도시인 타케오에 위치한 도서관을 모티브로 설계됐다. 다케오 도서관의 1층 공간은 일반적인 서점과 유사한 모습이며, 유리벽면 뒤로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이곳에서는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다.

타케오 시에서 운영하는 이 도서관은 10년 전, 2013년에 츠타야 서점에 운영을 위탁했다. 그 후로 스타벅스와 함께 음반이나 굿즈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들도 입점시켜 지역 주민들이 찾기 쉬운 곳으로 변모시켰으며, 이것이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기능과 디자인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도서관과 미술관의 운영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전통적인 도서관 이미지를 넘어선 편리성과 신선한 경험, 문화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부립 나카노시마 도서관’, ‘우미미라이 도서관’, ‘이시카와 현립도서관’ 등 여러 곳에서 이러한 변화를 목격할 수 있으며, 이번 호에서는 일본의 도서관 사례를 통해 일본의 현재 상황과 그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 오사카부립 나카노시마 도서관


오사카부립 나카노시마 도서관

오사카 부립 나카노시마 도서관은 학문적 가치와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지니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 건물은 에도 시대부터 오사카에서 활동했던 스미모토가(家)가 1904년에 기증한 것으로, 처음에는 ‘오사카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후에 ‘오사카 부립 나카노시마 도서관’으로 개명됐다.

외관은 일본 전통 스타일이 아닌 서양 문화의 영향을 받아 유럽 스타일로 설계됐다. 그리스나 로마 신전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외형과 원형 천정돔 등의 내부 구조로 인해 일본식 구조와는 다른 인상을 주며, 고요하면서도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약 50만권의 소장도서와 함께 책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학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들을 수집하
고 보존함으로써 비즈니스 정보 제공 역할까지 수행하는 복합 공간이다.

또한 덴마크 전통 음식인 스뫼레브레드를 제공하는 음식점이 입점해 있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문화 체험과 편안함을 제공하며 커뮤니티 강화 및 자금 조달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나카노시마 도서관 외에도 오사카 부립 도서관은 중앙도서관이라는 종합도서관과 함께 운영되고 있으며, 각각 오사카와 관련된 고전적 및 비즈니스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오사카 근대화의 핵심 지역인 기타구에 위치하여 100년이 넘는 역사적 건축물들과 어우러져 있다. 초기에는 중앙에 위치한 단일 건물만 존재했으나, 1922년에 양쪽으로 건물이 추가로 건설되어 도서관으로 기증됐고, 이 구조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오사카 부립 나카노시마 도서관에서 만난 한 시민은 “나카노시마는 오사카 도심 중에서도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진 곳이다. 시끌벌적한 도심과 달리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이런 특별한 분위기 덕분에 여행객들이 잠깐동안 오사카 시민처럼 도시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사실 건물 자체가 좀 낡아 보이고,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에서는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긴 하지만, 이곳은 역사와 문화를 통해 오사카의 근대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사카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랑받고 보존돼야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우미미라이 도서관.


우미미라이 도서관

‘제2의 교토’라 불리며, 전쟁과 자연재해를 겪지 않은 행운의 도시인 가나자와는 전통과 역사가 공존하는 동시에 현대 문화도 세련되게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이러한 가나자와에 건축양식이 독특한 우미미라이 도서관이 있다. 이 건물은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케이크 상자 같아 지역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으며, 가나자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1년에 개관한 우미미라이 도서관은 일본의 건축가 구도 가즈미와 호리바 히로시가 설계한 곳이다. 이들은 쾌적하고 편안한 독서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그 결과 이 도서관은 25개의 기둥이 가로와 세로 45m, 높이 12m의 공간을 지탱하는 대단위 구조물로 탄생했다.

건물 외관은 약 6000개의 원형 유리블록 창으로 장식돼 있으며, 이 창들은 ‘폴리카보네이트’라는 고성능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창문 설계는 조도, 눈부심, 조망,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모두 고려해 사용자들에게 쾌적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창문들은 크기가 서로 다르며 미묘하게 엇갈리면서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내부에서 바라보면 마치 수족관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바다의 미래’를 의미하는 ‘우미미라이’와 잘어울리는 컨셉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럽고 균일한 빛은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며, 안정감 있는 내진 설계된 공간은 독서 시간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게 해준다.

우미미라이 도서관은 3층 구조의 건물에 약 40만 권의 책이 소장돼 있다. 이곳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대여하는 공간을 넘어, 이용자들이 오랫동안 편안하게 머무르며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 사회적 교류와 소통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1층에는 어린이 도서관과 이동 가능한 무대, 강연회나 발표회를 위한 대형 스크린과 약 250석의 홀, 그리고 작은 회의실과 그룹 활동실 등이 마련돼 있다. 장년층 사용자를 위해 글자를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독서 보조기구도 준비돼 있다.

2층은 전체가 열람실로 사용되며, 벽면에 설치된 원형 창문을 통해 은은한 자연광이 들어오므로 개방감있는 분위기를 제공한다. 높은 천장과 자연 채광 덕분에 오랫동안 책을 읽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3층은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공간과 지역 정보실을 찾아볼 수 있다.

우미미라이 도서관은 2011년 BBC가 선정한 ‘세계의 슈퍼도서관 베스트 4’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공 도서관 25’ 등 여러 명예스러운 상에 이름을 올리며, 건축적으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접근성이 좋아 위치적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우미미라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한 시민은 “우미미라이 도서관은 훌륭한 건축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일본해에 대한 다양한 서적을 모아놓아, 학문적 가치도 뛰어난 곳”이라며서 “외관과 내부 모두 훌륭하지만,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도서관 내에서는 촬영을 금지하고 있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나자와의 우미미라이 도서관은 이 지역의 주요 명소 중 하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정원인 겐로쿠엔, 개조된 방직공장인 시민예술천, 21세기 미술관, 그리고 이시카와 현립 전통산업 공예관 등 각 명소들이 서로 상생하며 방문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생 구조에서 각각의 명소가 단독으로 운영될 때보다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시카와 현립도서관.


이시카와 현립도서관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은 일본 가나자와시에 위치하며, 그 역사는 1912년에 개관한 이래로 한 세기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일본의 세 대 정원 중 하나인 겐로쿠엔 정원 안에 자리잡았다가, 1966년 현재의 장소로 옮겨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은 노후화하고 공간은 점점 협소해지며 주차 공간도 부족해져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2015년에 재건축 계획이 결정됐고, 지난해 7월 새롭게 문을 열어 방문객들을 맞이하게 됐다. 이처럼 이시카와 현립 도서관은 그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변화와 발전을 계속 추구하며 방문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은 그 아름다움으로 일본 내외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그것이 이 곳의 전부는 아니다. 건축물의 외형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사용자 중심의 창조적인 접근법을 통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도서관 내부는 4층까지 뻥 뚫린 15미터 높이의 원형홀로 구성돼 있으며, 이곳에는 30만권의 책들이 진열돼 있다. 이 공간은 설계자 센다 미쓰루 건축가가 ‘기존 도서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를 만들고자’하는 창조적 접근법을 통해 탄생됐다.

↑↑ 이시카와 현립도서관.

센다 미쓰루 건축가의 창조력은 단순히 건물의 구조에 국한되지 않고, 도서관 내부의 배열에도 반영됐다. 전통적인 철학, 역사, 문학 등의 분류 방식을 대신해 ‘호기심을 품다’, ‘자신을 표현하다’, ‘일본을 알다’와 같은 주제별로 책들이 정리돼 있다. 이런 접근법은 방문객들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식과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또 다양한 의자와 소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까지 가능한 카페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가구 디자인 역시 세심하게 고려됐으며, 가와카미 모토미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자와 소파 등 다양한 종류의 가구들로 구성돼 있다.

도서관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책과 함께하는 풍요로운 일상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공간은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 도서관에 찾아오지 않았던 사람들이 책과 친숙해지고, 다시 이 공간을 찾아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고, 더불어 이용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지식과 지혜의 공간으로 역할을 다하기 위함이다.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은 150억엔(약 1380억원)의 예산과 6년간 건설 기간 동안 지속된 프로젝트는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했다. 단순히 책을 읽는 장소를 넘어, 사람들이 모여 지식을 교류하고 생각을 나누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데 주력했고, 이를 위해 일정 수준의 대화를 허용함으로써 도서관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을 찾은 한 방문객은 인터뷰에서 “이시카와 현립 도서관은 다양한 측면에서 매력적인 공간이다. 개인적인 학습부터 그룹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며, 시간 프레임에 따라 예약이 가능하다”면서 도서관의 유연성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주차장의 넉넉함과 할인 혜택 등도 만족스러우며, 장서와 의자가 충분해 옆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책읽기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으며, 현지인과 관광객들 모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 자주 찾게된다”고 덧붙였다.

사례를 통해 오사카부립 나카노시마 도서관, 우미미라이 도서관, 그리고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이 공유하는 주요한 특징은 ‘공간의 유연성’과 ‘방문객 친화적’, ‘지식과 문화 교류의 장’ ‘지역 문화와 연계’ 등을 반영해 이용자들의 편의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러한 대표적인 도서관들이 단순히 서적 보관소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학습과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으며,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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