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하고 따뜻한 카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환경 삶”

가배향주(咖啡香主)-김정렬 대표

엄태권 기자 / 2023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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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현상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작은 움직임으로 조금이나마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일회용품을 줄이고 또한 갖가지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본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귀찮고 작지만 소중한 움직임을 하루하루 실천해 나가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 쓰레기 최소화를 실천하고 있는 가배향주의 김정렬 대표


레스웨이스트(less waste) 카페, 가배향주

2019년, 황리단길에 문을 연 가배향주. 커피의 음역어 가배(咖啡)를 사용해 커피 향의 주인이라는 뜻을 가진 가배향주는 레스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카페다.

가배향주의 대표 김정렬 씨는 평소 제로웨이스트, 플로깅과 같은 친환경 삶을 실천하고 있지만 카페 특성상 쓰레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제로웨이스트 카페가 아닌 레스웨이스트 카페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가배향주는 사실상 카페에서 쓰레기를 줄이고자 실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실천하고 있다. 우선 가장 기본이자 많은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가배향주가 문을 연 순간부터 시작한 것으로 카페이기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일회용 컵은 코팅이 되지 않은 100% 생분해 컵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음료 등을 닦을 수 있는 냅킨 대신 다회용 수건을 사용해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있으며, 세척에 불편함이 있어 일반 카페에서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는 유리 빨대를 제공해 카페 내에서 음료를 마실 경우 쓰레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개인 컵을 사용할 경우 가배향주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월등히 많은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환경을 위한 카페 운영 방식은 일정부분 포기해야 할 부분들(식기 세척과 수건 빨래, 수입 등)이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김정렬 씨는 가배향주 문을 처음 여는 순간부터 마음먹은 것이기에 당연하다고 전했다.

↑↑ 가배향주에서 사용하는 유리 빨대와 생분해 컵.

“가배향주를 제로는 아니더라도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카페로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여러 방면으로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불편하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 조금 더 많이 움직이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개인 컵을 사용하는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다른 곳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할인을 해드려도 생각보다 개인 컵 사용 고객이 많지는 않습니다. 황리단길이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해 개인 컵 소지 비율이 낮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한 분이라도 개인 컵을 사용한다면 오히려 저는 더 기쁠 거 같습니다. 가배향주가 대단히 큰 친환경 활동에 앞장서지는 못하더라도 일회용 컵 사용을 조금이나마 줄이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죠”


↑↑ 폐가구, 폐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


핸드드립과 재사용

가배향주는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 여유를 선사하고 있다. 모든 커피는 김정렬 씨가 핸드드립으로 내린다. 커피 기계와 비교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가배향주에서는 이 공간에서 만큼은 여유를 느끼게 하고자 핸드드립을 고집하고 있다. 핸드드립에 대한 고집은 단순히 손님들에게 가배향주만의 커피 향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넓게 보면 전기사용량을 줄여 친환경적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가배향주 내부 테이블과 장식장들 일부는 버려진 목재와 가구를 활용해 재탄생시켰다. 절약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

김정렬 씨는 환경을 위한 삶이란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는 것으로 가배향주는 계속해서 쓰레기를 줄이는 행동 실천에 힘쓰겠다고도 전했다.

↑↑ 폐가구, 폐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

“가배향주만의 커피향을 만들고자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습니다. 물론 기계로 만드는 것 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조금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죠. 또한 적은 양일지는 몰라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아 전기의 사용량도 줄어 나름대로 친환경적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가배향주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할 계획입니다”


↑↑ 폐가구, 폐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


친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 지원 필요성도

경주 대표 관광지로 탈바꿈한 황리단길 일대의 무분별한 쓰레기를 보며, 가배향주의 친환경적 운영을 결심했다는 김정렬 씨. 

그는 최근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렇게 인식의 변화에 흐름에 제도권의 지원이 이뤄져 확산에 더 큰 힘이 되길 희망하기도 했다.

↑↑ 폐가구, 폐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

“최근 제로웨이스트, 친환경 등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확실히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이해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 카페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한다는 사실에 공감을 많이 표해 주시기도 하죠. 이렇게 친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을 때 제도권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펼친다면 그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생분해 비닐과 같은 친환경 소재는 일반 소재와 2~3배 이상 가격차이로 인해 사용을 하고 싶어도 선뜻 구매할 수 없는 곳이 많습니다. 조금의 지원이라도 가능하다면 비싸더라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곳이 분명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가배향주는 친숙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입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기도 하구요. 친환경적인 실천이 모든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작은 부분이지만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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