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시민들 니즈가 담겨있어야

경주와 황성공원
지역의 정체성, 시민들의 욕구 반드시 수용

오선아 기자 / 2023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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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마케팅과 도서관에서 필요한 전략들이라는 주제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빌라그레이스의 이상길 대표, 독립서점 ‘어서어서’의 양상규 대표, 그리고 경주시의회의 정성룡 의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상길 대표는 복합문화도서관의 핵심 콘셉트에 대해 자연, 책, 인간 간의 소통이라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양상규 대표는 도서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데 있어, 시민들의 요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체 혹은 기관에 위탁 운영을 제안했다. 그리고 정성룡 시의원은 도서관의 외관보다는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데 주안점을 둬야된다며, 시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빌라그레이스 이상길 대표.

이상길 대표,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은 자연·책·사람과의 Community에 초점

건축가이자 문화기획자로써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 건립사업은 무척이나 반갑고 유독 관심이 많이 가는 사업 중에 하나라는 이상길 대표는 복합문화도서관에 대해 ‘일반 관공서와는 다르게 책을 매개로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상길 대표는 “경주는 ‘도서관’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타도시에 비해 많이 뒤떨어지는 것 같다. 80년도 후반에 준공돼 공간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관광도시라는 특성 또한 작용되는 것 같다. 도시에 산재한 문화유산, 박물관, HICO, EXPO, 보문관광단지, 황리단길 등 수많은 랜드마크, 상징적 건축물에 밀려 큰 의미를 갖는 것이 힘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라는 아쉬움마저 든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랜드마크가 즐비한 경주에서 복합문화도서관이 갖춰야할 의미와 전략에 대해서 이상길 대표는 ‘복합’이라는 단어에 모든 것을 얼버무리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합’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건축법에서 정의하는 건축물의 용도 구분에서 하나 이상의 용도가 결합돼 여러 가지 용도가 함께 존재하는 건축물의 경우를 말하는 데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라면서 “‘도서관’이라는 용도의 건물과 이외의 어떤 용도가 만났을 때에 가장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장 오랜 시간에 걸쳐서 도출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카페, 식당, 휴식공간 등은 도서관이 아니어도 도시 곳곳에 즐비하다는 그는 “커피를 파는 작은 독립서점에서부터 휴게공간을 잘 꾸며놓은 대형서점까지 책과 커피, 휴게, 음식은 이미 그 경계가 많이 허물어져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용도와 경계가 허물어져 있는 현대사회에서 도서관이 갖는 의미와 상징성에 대한 고민은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오랜 시간 숙고해야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관공서에서부터 개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건축가들은 설계의 과정에서 ‘컨셉’이라는 것을 도출해낸다. 건축물이 갖는 의미, 그것이 위치한 장소, 건축주 또는 이용자(사용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해 다양하고 기발한 컨셉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컨셉’에서 시작해 건축물의 이름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상길 대표는 복합문화도서관의 주요 컨셉에 △자연과의 Community, 책과의 Community, 사람과의 Community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성공원 내에 자리하게 될 도서관은 숲, 자연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황성공원 내에 위치하면 당연한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들판에 자란 청보리도 마케팅 콘텐츠가 되는 시대이다. 억지스레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좋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도서관 건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서관, 책. 본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저것 많은 의견을 수렴한 멀티플렉스 같은 도서관을 지향하기 보다는 도서관 본연의 의미, 본질에 충실한 공간을 고민하는 것도 컨셉이 될 수 있으며, 본질에 충실한 것이 이용자에게 더 와 닿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도서관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은 학습과 문화교류의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며,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위해 모든 서비스(카페, 베이커리 등)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운영 프로그램)를 구축해야 한다. 결국 그것이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확고히 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독립서점 어서어서 양상규 대표.

양상규 대표, 시민 니즈 잘 파악할 수 있는 단체·기관 위탁운영 고려

현재 황리단길에서 경주 독립서점 ‘어서어서’를 운영하고 있는 양상규 대표는 취향 큐레이션으로 책을 처방해주고 마음을 낫게하는 마케팅으로 SNS에서 주목을 이끌고 있다.

그는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 건립에 대해 경주가 아니라도 볼 수 있는 건축물로 건립되는 것보다 경주라는 도시와 잘 어울리는 도서관이 건립되길 바랐다.

양상규 대표는 “아라비카 커피와 스타벅스 등 대기업이 잘하는 것이 바로 그 지역에 녹아드는 것이다. 교토에 있는 스타벅스가 교토에 있는 건물을 살리면서 짓고, 경주의 스타벅스도 경주의 느낌을 살리면서 짓는다. 이와 같이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은 황성공원과 경주, 그 공간의 정체성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을 가면 지역의 츠타야 서점들은 꼭 들른다는 그는 독특한 분위기로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다양한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양상규 대표는 “일본에는 1400여곳 이상의 츠타야 서점이 있으며, 서점의 최고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분은 공간을 만들어서 공간을 파는 사람이다. 건물도 잘 짓고, 콘텐츠 잘 만들어서 지자체와 협업도 많이 하고 있다. 울산지역에도 플라톤 아카데미가 기획하고, SK가 조성해 진행하고 있는 독서문화공간 ‘지관서가’가 지난 2021년 울산대공원 1호점을 시작으로 시내 곳곳에 조성이 되며, 방문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크고 대단한 건축보다 경주 곳곳의 시민들이 부담없이 찾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민들의 니즈를 잘 파악할 수 있는 단체나 기관에 위탁운영을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은 단순히 외관적인 아름다움으로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는 없다는 양 대표는 독서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제공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커뮤니티 형성에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도서관 운영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지역사회의 자부심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주에도 아라비카 커피와 같이 독특한 매장을 입점시키면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게 될 것이다. 더불어 유명작가 초대강연. 인문학 특강 등의 다양한 행사를 주최해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도서관을 방문하고자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관광객들의 유치하기 위해서 도서관이 지역 내 다른 관광지보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해야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그는 “지역 도서관 건립은 단순히 책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지역 사회의 발전과 문화의 확산을 위한 핵심 요소로서, 보다 전문적인 계획과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성공적인 도서관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주시의회 정성룡 의원

정성룡 시의원, 시민의 필요와 욕구 충족시키는 공간돼야

정성룡 시의원은 경주시복합문화도서관에 건립에 대해 현재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이용하는 장소를 넘어서, 학습과 문화를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 기본계획 수립 연구 최종보고회가 지난 8월에 개최됐다. 이에 정성룡 의원은 “최종 보고회가 최종 시안이 아니다. 정부의 승인을 얻기 위한 보고회라 보면 된다. 지금도 시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역에 대한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 경주시와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도서관을 먼저 토론이나 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그것을 기반으로 용역이 진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룡 의원은 또한 도서관의 외형보다는 시민들의 활용성과 접근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서관은 경주의 랜드마크가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시민들이 이용하기 용이한 공간이 돼야 한다”면서 “요즘 수도권 지역이나 도심 쪽에는 노키즈존이 많다. 아이 키우는 사람이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상황은 옳지 않다. 복합문화도서관은 소음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학습을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서는 방음시설을 충분히 갖춘 별도의 학습공간이 갖춰줘야 한다”면서 이러한 공간 활용은 도서관 운영에 대한 적자를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세금혜택을 누리는 것이라는 시각을 강조했다.

경주시는 앞으로 도서관 건축을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국내외 공모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할 계획이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의 외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공모에 앞서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단순히 도서관으로서의 기능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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