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근무한 전 보건소장?’ ‘임용 탈락자?’ ‘아니면 내부 승진?’

보건소장 누가 될까?
공무원노조, 전 보건소장 재임용 반대 목소리
논란 일자 전 보건소장, 응모에서 자진 철회

이필혁 기자 / 2023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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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보건소장 공모에 16년간 재임했던 전 보건소장 지원으로 논란이 일자 자진해서 철회했다.

경주시는 오는 12월 공석이 되는 경주시보건소장 채용을 위해 지난 17일까지 공개모집했다. 
공개모집 결과 전 보건소장 A씨와 지난 보건소장 채용에 탈락했던 의사 B씨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보건소장 A씨는 16년간 경주시보건소장으로 재직하다 명예퇴직했었다. 이후 김천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최근에는 경주시가 민간 위탁하고 있는 경주시립노인전문병원에 당직의사로 재직 중이다.

A씨가 보건소장에 지원하자 보건직 공무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언행 문제와 함께 내부 승진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

보건소 관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갑자기 명예퇴직한 전 소장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외부 인사로 보건소장이 임용된다면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보건직 공무원들의 승진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전 보건소장이 보건소장 채용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무원노조도 반발하는 분위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주시지부(이하 공무원노조)는 지난 28일 전 보건소장 지원에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공무원노조는 보건소장 임용시험 공고에 전 보건소장 지원 소문에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전 보건소장은 인사권자인 시장과 인사를 무시하고 본인 의견에 반하는 직원은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승진에 배제하고 폭언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보건소장 자리가 또다시 한 사람의 왕국이 돼서는 안 되며 직장에서 존중받으며 일할 권리가 있다”면서 “갑질과 전횡의 온상인 인물이 임용될 경우 경주시 청렴도가 과거로 회귀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보건소장 채용 때마다 난항

경주시는 그동안 의사 면허를 가진 보건소장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데는 불안한 직위와 업무량, 조직체계 융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보수도 큰 원인이었다.

보건소장 연봉 상한액이 9000여만원 수준 이지만 실제 의사들이 보건소장에 채용되면 의사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대부분 연봉 하한액인 6000여만원을 받는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 평균 연봉보다 현저히 낮은 연봉을 받으며 근무하려는 의사를 찾기 어렵다”면서 “의사 채용이 어렵다면 내부 승진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건소장 채용도 보건 직렬 국장급 승진은 보건소장이 유일한 상황에서 외부 인사가 보건소장으로 채용되면 승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기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란 일자 공모 응모 자진 철회

경주시보건소장 채용 관련해 논란이 일자 전 보건소장 A씨는 응모를 자진 철회했다.

경주시는 지난 29일 전 보건소장 A씨 채용 신청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A씨가 채용 서류 반환을 청구해 채용 신청이 취소됐다”면서 “특별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자진해서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 씨가 사퇴하면서 보건소장 채용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예정이다.

보건소장 지원자가 2명 미만일 경우 재공고 후 보건소장 후보자를 다시 뽑아야 한다.

경주시 관계자는 “보건소장 채용이 쉽지 않다”면서 “현재 보건소 내 내부 승진 대상자도 없는 상황으로 당분간 보건소장 공석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내 외부 의료인 채용 2곳?

한편 공무원노조는 현재 도내 22개 지자체 가운데 외부 의료인을 보건소장으로 채용한 곳은 구미시보건소와 포항북구보건소 두 곳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 의료인을 보건소장으로 채용한 곳은 포항북구보건소가 유일했다. 구미시의 경우 내부 직원을 개방형으로 공모해 채용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의사 채용이 어려워 개방형 공모를 통해 선산보건지소에서 소장으로 근무한 내부 직원이 채용됐다”고 말했다.

포항북구보건소는 도내 유일하게 의사면허증을 가진 보건소장이다. 북구보건지소는 정규직공무원으로 임용된 보건소장이 24년째 근무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보건소장은 정규직 공무원으로 정년이 60세로 정해져 있다”면서 “현 보건소장이 퇴직하면 새로운 의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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