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경주최부자들, 한주식 회장과 3268명 아너소사이어티

세상과의 조화를 원한 최부자댁

박근영 기자 / 2023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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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너소사이어티 라운지 앞에서 인사말 하는 한주식 회장.

경주최부자가 가치있게 조명되는 이유는 매우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눔과 상생정신이 대를 이어 꿋꿋하게 전해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경주최부자의 정신적 지주인 최진립 장군으로부터 따져도 12대, 실제로 부를 이룬 최국선 공으로부터 따지면 10대를 이어오며 나눔을 실천해 옴으로써 모름지기 대한민국 나눔문화의 정수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주최부자 정신을 전면에 내세워 현대의 나눔문화를 이끄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곳이 바로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로(정동)에 자리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회장 김병준)다.

↑↑ 경주최부자댁 재현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한주식 회장과 황인식 사랑의 열매 사무총장(좌)


아너소사이어티 라운지에 동창회 연 한주식 회장 ‘친근한 동문들에게 나눔 정신 알리기 위해!’

놀라운 것은 이 사랑의 열매 총본부인 중앙회 1층 로비에 경주최부자댁 사랑채가 재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경주최부자댁 사랑채에 걸린 둔차(鈍次), 대우(大愚), 용암우택 등의 현판 글씨까지 뚜렷하게 나와 있다. 사랑의 열매가 우리나라 나눔문화의 저변을 관통하는 정신으로 경주최부자의 정신을 모토로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사랑의 열매 2층 아너소사이어티 라운지에서 지난 24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경주 사방초 서울 동창회 모임이 열린 것이다. 아너소사이어티 라운지는 말 그대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1억 이상 고액 기부자들)에 한해 공개되는 특별한 곳인데 경주 사방초 동창회가 열린 것에는 또 다른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날 행사는 사랑의 열매 중요 후원자인 지산그룹 한주식 회장의 부탁으로 열린 행사였다. 한주식 회장은 사랑의 열매 940호 아너소사이어티이며 가족인 공봉애 여사, 아들인 한재승 씨, 딸인 한재현 씨 등 가족 모두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등재된 ‘경기도 1호 가족 아너소사이어티’다. 특히 한 회장은 지난 5월에는 경기 사랑의열매에 10억원을 기부, 15번째 ‘한국형기부자맞춤기금’ 가입자가 되는 등 지금까지 사랑의 열매에만 20억원 넘는 기부를 한 최대의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

 한주식 회장은 자신이 오랜 기간 교유해 온 가장 친근하고 편안한 고향 동문들에게 나눔 정신과 상생 문화를 전하고 싶다는 뜻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사방초 동창들은 아너소사이어티 라운지에서 아너소사이어티에 대한 소개와 의미를 들은 후 나눔과 관련한 한주식 회장의 인사말을 들은 후 실제 행사는 근처 참치집으로 옮겨 진행했다.

↑↑ 아너소사이어티 라운지에서 포즈를 취한 사방초등학교 동문들

한주식 회장은 이날 행사 전부터 로비에 마련된 경주최부자 댁 사랑채를 언급하며 사랑의 열매가 경주최부자댁 정신을 모토로 삼은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주식 회장은 그 자신이 어릴 때부터 경주최부자댁의 나눔정신을 자주 들어 알게 모르게 자신의 나눔 정신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회고한 바 있으며, 2020년 7월에는 가족들과 집안사람 20여명을 이끌고 경주최부자댁을 방문해 최부자 정신을 기린 바 있다.

이날 동창회에서 한주식 회장은 “나는 종교가 없어 천국 가는 것을 믿지 않는다. 대신 살아서 천국을 만들고 싶은데 그 방법이 나눔이다”며 자신의 나눔철학을 강조한 후 “내가 부자로 성공한 이유가 평소에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꾸준히 도운 것이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돌아온 덕분이었다”며 부를 이룬 이유를 설명했다. 

한주식 회장은 ‘나눔이나 후원은 어떤 목적이나 일이 있어 하는 것이 아니고 평소에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라 강조해 동문들의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한편 이런 한주식 회장의 뜻을 알고 흔쾌히 아너소사이어티 라운지를 열어 준 또 한 명의 경주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 바로 이 사랑의 열매 실무를 총괄하는 경주 출신의 황인식 사무총장이다. 

황인식 사무총장은 “평소 경주 선배님이신 한주식 회장의 나눔 정신을 깊이 흠모해 그 정신을 함께 키워나가고 싶던 중 마침 ‘아너소사이어티 라운지에서 동창회를 하면 또 다른 아너소사이어티가 탄생할 것이다’는 한주식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기꺼이 라운지를 열었다”며 이번 행사의 의미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 한주식 회장과 오랜 친분을 나누어 온 사랑의 열매 ‘김병준 회장’의 각별한 배려도 전달하며 이날 행사가 소중한 인연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 백당나무 열매로 형상화 한 '사랑의 열매'


경주출신 복지 전문가 황인식 사무총장, 사랑의 열매 총괄하며 공직자로 보람 느껴

황인식 사무총장은 경주 내남면 출신으로 워싱턴대 대학원 사회복지과, 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로 1998년 공직을 시작해 서울 서초구 생활복지국장,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장을 거친 복지 전문가로 서울시 기획조정실 경영기획관, 행정국장과 대변인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22년 10월부터 사랑의 열매 사무총장으로 활동한 황 사무총장은 복지와 관련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한 자신이 사랑의 열매에 근무하며 나눔정신을 실천하는 뜻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 사회에 올바른 나눔문화를 이끄는 것이 매우 큰 보람이라 소개했다.

이날 사방초 동문들은 라운지에 빼곡이 표시된 아너소사이어티 이름들을 살펴보면서 ‘나도 아너소사이어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아너소사이어티 명단은 현재 3268번까지 등록되어 있었다. 1998년 이후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가 3268명이나 된다는 말이다. 사방초 동문들은 특히 아너소사이어티 명판 가운데 돋아난 ‘사랑의 열매’ 엠블럼을 어루만지면 그 사람도 아너소사이어티가 된다는 사무국 직원의 말을 듣고는 앞다투어 엠블럼을 어루만지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건물에 들어서면서부터 경주최부자의 정신을 만나 현대판 경주최부자로 꾸준히 입지를 쌓아가는 한주식 회장과 함께 3268명, 우리시대 나눔을 실천한 또 다른 경주최부자들의 이름에 둘러싸인 사방초 동문들은 이 행사에 참여하는 자체로 나눔에 대한 마음을 쌓아가는 분위기였다. 이런 뜻 깊은 동창회가 전국 초중고 동창회를 통털어 처음으로 사방초등학교에서 시작된 것은 경주최부자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한주식 회장과 황인식 사무총장이란 특별한 경주 사람이 랑데부한 결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편 ‘사랑의 열매’는 우리나라 나눔문화의 중대한 한 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설립된 이후 전문적인 모금 및 배분을 통해 나눔문화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민간복지기관으로 나눔에 관한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응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랑의 열매’ 자체는 1970년 초부터 수재의연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할 때 보건복지부 산하 ‘이웃돕기추진운동본부’에서 사용해 왔다. 사랑의 열매 형태는 우리나라 야산에 자생하고 있는 산열매를 형상화 한 것이었지만 2003년 2월 산림청에서 ‘백당나무’를 이달의 나무로 선정하며 사랑의 열매와 닮은 점을 착안해 본격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랑의 나무에 달린 세 개의 열매는 나와 가족, 이웃을 각각 상징하며 나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벽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는 정동의 중앙회를 중심으로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를 비롯한 광역시, 경기도를 비롯한 각 도, 세종시 등 모두 17개 지부를 두고 운영되며 ‘착한 나눔’을 기초로 한 기부문화를 이끄는 것을 핵심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나눔 관련 지원 사업, 착한 가게 운영 등 지속가능한 나눔 정착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한편 3268명의 아너소사이어티 중 경주는 모두 20명으로 경북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도자들의 높은 도덕적 책무를 강조한 신라와 12대의 대를 이어 나눔을 실천해 온 경주최부자 정신이 면면히 깃든 경주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우연이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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