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갤러리에 꽃핀 경주 예술의 꽃

김정자, 오동훈, 이상수 작가 서울 초대전

박근영 기자 / 2023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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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 화백의 작품  inner mind 23-046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청담동 갤러리 PICI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공간 접기’로 주목 받는 김정자 화백과 경주로 돌아와 버블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온 오동훈 작가, 역시 경주로 돌아와 소조와 회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 활동을 전개하는 이상수 작가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번 전시는 경주아트페어에 참석한 갤러리 PICI 강신덕 관장이 이들 3인의 작품에 매료돼 특별히 초대해 이뤄졌다. 강신덕 관장은 올해 들어 매월 지역의 주요 작가들을 초대해 전시회를 열어왔는데 12월에는 예술의 고향 경주 작가들을 초대해 전시회를 가지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 오동훈 작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3작가. 왼쪽부터 오동훈, 김정자, 이상수 작가


김정자 화백,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내 마음의 공간여행’ 돋보여

이번 전시회에 김정자 화백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기법의 그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공간접기를 보다 다각도로 시도해 그림이 주는 입체감을 높였고 감상의 포인트도 훨씬 다각도로 발전시켰다.

김정자 화백은 “‘내 마음의 공간 여행’이라는 주제 아래 꽃과 자연, 언덕과 하늘을 마음 가는 대로 배치하고 이전의 접는 것에 벗어나 구부리거나 접어서 튀어나오게 하는 등의 작법을 통해 대중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김정자 화백의 작품들

김 화백은 “이번 전시회에 새 작품을 들고 나오기 위해 오래전부터 작품을 구상했는데 보름여 기간을 남겨놓고는 매일 밤 10시까지 작품에 매달렸고 마지막에는 새벽 3시까지 작업한 끝에 겨우 전시 시기에 맞출 수 있었다”고 회고하며 “새로운 작품을 그릴 때마다 열정을 쏟아붓는 시간이 행복하고 또 그런 열정을 통해 이다음 작품까지 머리에 떠오르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며 작가로서의 행복감을 드러냈다.

김정자 화백의 새로운 구상은 작품이 사람을 빨아들이듯 집중시키는 매력이 독보적이다. 공간접기가 다소 단순하고 소극적인 변화라면 공간여행은 파격적이고 적극적이다. 김정자 화백의 또 다른 용감한 도전이 돋보인다.


↑↑ 역동성이 물씬 느껴지는 오동훈 작가의 작품.


오동훈 작가, 버블 작품 역동성의 비결은 커넥터의 절묘한 선택

‘버블 독’으로 자신을 각인해 온 오동훈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구상작업을 하며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작품 자체에 대해 몇 번의 변화가 있었다. 볼(버블) 작품은 그중 가장 아끼는 변화였고 앞으로도 오래 이끌어갈 작품 테마다”고 소개했다.

볼을 택한 것에 대해서는 “대학원 들어가면서 스틸 스테인레스를 만났고 용접하는 재미에 푹 빠지면서 흙을 이용한 작업을 잠시 내려놓고 스틸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전제한 후 “스테인레스를 만지다 보니 여러 가지 용접도 하게 되고 판 작업도 하면서 스틸의 특성을 파악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볼을 다뤘던 것은 아니지만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사람 형상이라든가 동물의 형상을 반추상적인 느낌으로 만들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 오동훈 작가 작품 전시 모습

“제 작품에는 특정 동물이 됐든 사람이 됐든 기존 생명체의 모습들이 볼을 통해 둥글둥글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이것은 나이가 들고 시간이 갈수록 뾰족하고 날카롭게 표현하기 보다 순화되고 부드럽고 둥근 느낌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볼을 다루며 볼과 볼 사이의 연결 커넥터들인데 이 커넥터들의 활용을 통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동훈 작가의 작품에서는 볼의 원만한 느낌과 달리 전체적으로 굉장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그게 바로 커넥터들의 절묘한 활용에서 얻은 역동성이라는 점에 새삼 놀라게 된다.


↑↑ 이상수 작가의 연작 작품들.


이상수 작가, 대척점 자유롭게 구사하는 의외의 선인장 작품

언어더(Another) 경주, 비사이드(Beside) 경주 등 전시를 통해 또 다른 경주의 매력을 그리는가 하면 조소와 회화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에게 각각의 특별한 즐거움을 전해온 이상수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자신의 대표적인 소재 중 하나인 ‘선인장’ 연작을 들고 왔다.

“제가 길다란 품종의 선인장을 키웠는데 어느 날 이 선인장이 남자 성기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 순간 선인장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 용어 중에 ‘세렌디피티(Serendidity)’, ‘뜻밖의 우연으로부터 얻은 좋은 작품’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경우였죠. 그 다음 이 선인장으로 어떤 모순점 있는 내용을 찾겠다는 생각에 가시와 대척점에 있는 요소들을 찾다 보니 의자, 풍선, 강아지 같은 작품들이 떠올랐습니다. 편안해야 할 의자에 가시가 박혀 있다면... 충격적이지요!!”

↑↑ 뽀족한 선인장 가시를 대척점 삼아 뭉툭하게 형상화한 이상수 작가의 선인장 작품

그러고 보니 이번 작품에도 풍선의 이미지와 강아지의 이미지가 다 보인다. 그런가 하면 한 작품에서는 선인장의 뽀족한 가시들을 뭉툭하게 표현한 점도 눈에 띈다. 똑 같은 선인장을 놓고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파격이 재미있다.

우리나라 미술의 정통을 배우고 서울에서 충분히 역량을 펼칠 법하지만 경주에 정착한지 올해로 10년째인 이상수 작가다. 그런 이 작가는 그 이전부터 하동 성박물관, 보문 테마파크 등에 적극적으로 관계하며 자연스럽게 경주에 정착했다. 이제는 고향에서 색다른 고향을 발견하고 작품으로 기록하는 작업의 즐거움에 흠씬 빠져 산다. 그가 그리는 계림 숲과 반월성, 월정교는 경주의 다양한 기록을 간직한 미술품으로 남을 것이다.
이미 3인 모두 자신들만의 특별한 개성으로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이름을 알려온 만큼 청담동 갤러리에서 좀 더 깊이 있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경주를 떠나 서울에서 배우고 활동하다 다시 경주로 돌아가 마음껏 미술혼을 불태우는 작가들이기에 함께 손잡고 온 서울 나들이가 더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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