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일탈? 시스템 부재?

2023동리목월문학상 취소
내부 관리 감독 시스템 부족으로 문학상 폐지 위기

오선아 기자 / 2023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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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리목월문학관 외부전경.

전국 최고 상금과 권위를 지닌 동리목월문학상이 제대로 된 내부 관리·감독 시스템 없이 허술하게 운영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동리목월문학상 취소와 소송 등이 이어지며 향후 문학상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동리목월기념사업회는 지난 7일 동리목월문학상 운영위원회를 열고 동리목월문학상 올해 수상자 확정과 시상식 개최를 부결했다. 이번 결정은 동리목월 기념사업회 A 회장이 공식절차인 운영위원회의 개최 없이 독단적으로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작품공모 및 수상자 선정으로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동리목월문학상 운영 규정을 살펴보면 기념사업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경주시 문화관광국장, 한국수력원자력 홍보부장, 한국문인협회경주지부장, 동리목월 유족대표, 목월포럼 회장, 동리기념사업회 회장,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장 등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문학상 선정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가 무시된 것이다.



상금 미지급 소송까지

동리목월문학상 취소는 절차를 무시한 운영과 함께 지난해 수상자 상금 미지급 관련 소송도 영향을 미쳤다.

동리목월사업회는 지난해 동리문학상 수상자 김훈 씨에게 상금 사용처 관련된 협약서를 제안했지만 수상자가 이를 거부하자 시상금 지급을 미뤄왔다. 그러다 김훈 씨가 사업회를 상대로 상금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와 소송비용까지 청구해 소송을 제기하자 지난 7월 뒤늦게 상금을 지급했다. 

기념사업회 A 회장은 “상금이 작가 작업에만 쓰일 수 있도록 일종의 안전 장치였다”며 항변했다. 하지만 최근 소송결과 300여만원의 이자와 일부 소송비용을 지급하도록 판결이 내려지며 사업회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기념사업회 이사회는 이번 사태를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상황을 정리한 후 시상식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당초 12월 1일로 예정돼 있던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작 시상식은 공식적으로 연기됐으며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수상작 역시 무효화 된 것이다.

올해 동리문학상에는 윤순례 소설가의 연작소설집 ‘여름 손님’이, 목월문학상에는 조창환 시인의 시집 ‘건들거리네’가 각각 수상작으로 선정됐었다.



허술하게 관리된 기념사업회

동리목월문학문학상 선정의 절차 문제와 함께 운영 문제점도 지적되며 전반적인 시스템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지난 회기 감사에서 회계 관련 문제점이 드러나 보완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감사에서 회계 관련된 문제가 지적됐고 보완 요구가 있었지만 결국 보완되지 않았다”면서 “일련의 사태를 보면 단순히 A 회장의 독단적 행보 이전에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문학상 폐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리목월문학상 취소 사태로 문학상을 후원하는 한수원은 시상금 후원을 중단했다. 한수원 측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신뢰가 회복될 경우 문학상 후원을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문인 B 씨는 “이번 일로 동리와 목월 선생의 명예가 훼손됐고 경주시와 상금을 지원하는 한수원의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수행해 온 운영 방식을 재검토하고 적극적인 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리목월문학상이 다시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서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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