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란 초대개인전_박선유 작가

경주 원도심 등 과거 추억의 배경 위주 작품 제작

오선아 기자 / 2023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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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다, 30F.


정적인 배경과 동적인 주체 다른 재료로 표현

황리단길이 주목받기 이전, 경주에서 가장 활기찼던 경주 중심상가. 한 번의 외출로도 동일한 얼굴을 두세 번씩 목격할 수 있는 정도로, 경주 시민들이 가장 자주 찾던 장소였지만, 현재는 텅 빈 상가들이 두드러지게 됐다.

변화는 불가피하나, 우리는 여전히 그 지역에서 생활의 흔적을 그리며 존재하고 있다. 정적인 배경 ‘고도의 풍경’과 동적인 주체 ‘경주 시민들’을 각각 다른 재료를 활용해 표현함으로써, 작가는 경주의 모습을 순수하게 담아내고 있다.

‘뽀글이’ 캐릭터로 잘 알려진 작가 박선유의 초대 개인전이 갤러리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20여점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그대로 전달한다. 작가는 ‘지나간다’ 작품에 대해 훌쩍 떠나고 싶은 모습을 표현했다고 했다.

↑↑ 지나간다, 20F.

“배경은 1990~2000년대 초반 경주의 지리를 설명할 때 대표적 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신한은행 네거리지만 당시엔 조흥은행 네거리로 불렸죠. 맞은편엔 영국제과가 있고 지금과는 다른 서점이 있어 풍경은 다르지만 추억을 떠올리기에 좋은 이정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 보이는 고도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현하고자 했다는 작가는 가능한 관광지 외 경주 원도심과 그 밖의 장소들을 배경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모습이 적절히 섞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인 것.

“작년 동아시아문화도시 프로젝트로 참여하게 된 벳부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 느꼈던 점을 경주에 대입해 보았습니다. 당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벳부의 원도심이나 숙소 근처 건물들을 그리고 지도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을 전시해 관람객들과 소통했을 때 보다 친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후 인구소멸 등 비슷한 문제에 당착한 경주에 돌아가서 전시에 적용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공감하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됐으면 합니다”

↑↑ 지나간다, 30F.

장기적인 창작의 고비를 겪으며 작품 완성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다는 작가는 준비 과정에서의 수많은 고민과 실패를 고백했다. 100퍼센트의 완성도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게 됐다는 그녀.

“지구 속 모든 생명체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주도 마찮가지입니다.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포인트입니다. 특별하지 않아 보이지만 그 자체로 소중한, 그리고 하나의 역사, 예술이 되는 것. 우리의 삶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일상에 가까운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고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라는 작가. 그녀는 앞으로 그림책 작업과 지속적인 전시 등 새해에는 그동안 미뤘던 계획을 하나씩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 ‘뽀글이’. 이전보다 더 성숙해진 뽀글이의 행보를 기다리며, 그 안에 담긴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 지나간다, 20F.

박선유 작가는 15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지난해 일본 오이타현에서 열린 ‘아티스트 레지던시 @ 벳부(yu)-Far East Conversations’에 참여했으며, 울산아트페어 (울산/울산컨벤션센터, 2022), 신나는 메타버스 여행(해든뮤지엄/인천, 2021), 경주의 봄을 그리다 (솔거미술관/경주, 2020), 상상만화방 (충무아트센터/서울, 2018) 등 100여회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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