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경주최부자, 한주식 회장의 경주고 방문과 남다른 특강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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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분보다 실리를 중심으로 지산그룹을 키운 한주식 회장의 경주고 특강 모습

"여러분은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하는데 그러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서 거기서 두각을 드러내세요. 대학교 원서 낼 때도 자기가 좋아하고 흥미 있는 학과를 찾으세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자산규모 최소 2조원 이상인 지산그룹 한주식 회장이었기에 학생들의 반응이 진지했다.

현대판 경주최부자, 매년 20억원 이상의 자선을 펼쳐온 한주식 회장이 모교인 경주고 괘정관에서 특강을 열었다. 수시로 훌륭한 동문 선배들을 초청해 특강을 여는 경주고에서 이번 특강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학교의 창학 이념인 근검(勤儉), 교학(敎學), 의휼(義恤)의 총체적 실천자인 한주식 회장이 초대되었기 때문이다.



의사, 변호사 되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과를 택해 두각 드러내라... 경주고 후배들 위한 진심 특강

한주식 회장의 근검은 그를 가깝게 지켜본 사람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검소하고 담백하다. 오죽하면 회사 근처 구두 수선방에서 구두를 고쳐서 신을 정도다. 명품은 입지 않고 명품을 사용하지 않지만 좋은 사람이 입는 옷과 인품 훌륭한 사람이 쓰는 제품이 명품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산다.

교학 부분에서는 더 눈길을 끈다. 한주식 회장은 자신의 강연에서도 말했듯 다른 사람의 책이나 글을 인용하지 않고 자신이 느끼고 깨달은 것을 두고 사람들을 응대한다. 딱 한 사람 예외가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이다.

한주식 회장은 정주영 회장을 마음의 선배로 여기고 특히 ‘옥스퍼드 대학교 동문’이라 자랑하고 다닌다. 옥스퍼드를 방문한 것을 동문으로 귀결시킨 위트다. 한주식 회장은 자신의 전공인 부동산 형질 변경이나 법률 자문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다. 국토부에서 지금까지 고문으로 모신다. 오죽하면 김&장 등 국내 굴지의 변호사들이 한주식 회장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여서 ‘돌파리 변호사’라는 별호까지 붙었다.

의휼은 한주식 회장의 삶 그 자체다. 지금까지 한주식 회장의 은덕을 입은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의 장애인, 여성, 노인단체는 수도 없이 많다. 경기도 1호 가족 아너소사이어티, 경기도 1호 가족 레드크로스피플 등은 한주식 회장의 자선과 기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일 뿐, 지금까지 공식·비공식을 합해 200억원 이상의 나눔을 실현한 대한민국 최고의 자선사업가이다.

한주식 회장은 강의 내내 자신의 인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하며 수시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웃음 속에 소중한 교훈을 감추어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 강연후 한주식 회장을 둘러싼 경주고 학생들

그 교훈은 ‘다르게 생각하는 자세’와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는 삶의 자세였다. 한주식 회장은 학교명이 들려준 ‘경고’에 대한 에피소드도 그중 하나다. 경주고가 ‘경고’로 불리던 것을 자연스럽게 ‘경기고’와 ‘경북고’, ‘경남고’의 경고로 이어가며 젊은 시절 독서실 자리를 얻거나 부산대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얻어 공부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특히 200년 전 경주의 위상을 설명하며 여러 경고 중 경주고의 경고가 가장 의미 있는 ‘경고’임을 일깨웠다.

한주식 회장은 나눔에 대한 각별한 실천의 계기를 감동적으로 들려주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 장질부사(장티푸스)로 죽음에 이르렀는데 거적에 싸인 채 땅에 묻힐 시간을 기다리던 중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때 되살아난 후 ‘앞으로의 생은 남을 돕는 일에 바치기로 했다’는 뜻을 세우게 되었음을 역설했다.

한주식 회장은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면서 한겨울에 보리를 심어 잔디를 대신해 미군 건설관계자들의 눈에 띈 지혜, 젊은 시절 배삯을 내지 않고 배를 탔다가 뒤늦게 빨리 결정하지 못해 후회한 이야기를 통해 무슨 일이건 남들과 달리 생각하고 빨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달했다. 서울대 수의과 대학을 진학하려 했다가 떨어진 후 재수시절 중학교 입시학원과 독서실을 차린 결과, 대학 다니면서 이미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고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이유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한주식 회장은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인물들 중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보다 중퇴한 사람들이 많다”며 학교 다니는 것보다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것이 훨씬 중요함을 강조했다.

한주식 회장은 또 젊은 시절 바다에 뜬 채 버려진 나무를 처리하기 위해 숯 공장에 나무를 가져가라 했고 숯이 만들어지자 이것을 삼립빵에 공급해 수익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한주식 회장 자신은 거간 노릇만 했을 뿐 정작 나무를 치우고 숯을 굽고 빵 공장에 공급하는 과정은 해당분야 사업체들이 다 알아서 해 준 것이 바로 아이디어를 통한 사업이었음을 설명하며 생각을 남들과 다르게 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산그룹의 주력사업인 냉동창고를 처음 시작할 때 아이디어 하나로 넓은 부지를 마련한 사례를 들려주며 대한민국 냉동창고 산업의 신화를 일으킨 경험담, 기발한 아이디어로 분명하게 수익이 남는 일을 수주하며 박리다매라는 사회의 관행을 과감히 뛰어넘어 ‘후리다매(厚利多賣)’ 전략으로 기업을 키운 점을 소개해 감탄을 자아냈다.

↑↑ 경주고에 1천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한 한주식 회장

한주식 회장은 자기 나름의 2080비유를 들며 세상은 20%도 아닌 2%의 사람들이 나머지 98%의 사람들보다 많은 자산을 가지고 산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도 남들이 안 하는 공부를 하고 대학도 자신이 정말 흥미를 가지고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또 흔히 말하는 9~6 생활패턴을 과감히 고쳐서 6~9패턴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말해 모든 생활을 오전 6시에 시작해 오후 9시에 마치도록 실천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남들보다 아침에 3시간 밤에 3시간 더 활동하게 되고 이 시간에 아침에는 예습, 저에는 복습해 남들보다 좋은 실력을 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주식 회장은 남다른 직원 관리법도 알려주며 웃음을 자아냈다. 지산그룹 신입사원들이 10킬로미터를 1시간 이내에 뛰게 하는 의무조항을 가지고 있다는 점, 모든 직원들이 담배를 피우면 회사에서 퇴직금도 없이 퇴출하는 엄격한 룰, 음식에 설탕과 소금을 넣으면 사직시키는 점 등을 들어 지산그룹의 독특한 건강관리법을 설명했다.


↑↑ 감사패를 받는 한주식 회장. 죄로부터 박영훈 경주고 교장, 한주식 회장, 이태형 재단이사장, 박진홍 경주중 교장jpg


죽어 천당 가기보다 살아서 천국 만드는 것이 소원, 경주는 특별한 나눔의 전통, 후배들도 따라야

마지막으로 한주식 회장은 나눔에 대해 설명하면서 “나는 종교가 없으므로 죽어서 천당에 갈 생각이 없다. 대신 살아서 천당을 만들고 싶어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다”면서 특히 경주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아너소사이어티를 보유한 도시이며 ‘사랑의 열매’ 재단 로비가 경주최부자댁 이미지로 꾸며진 점을 소개하며 경주의 남다른 나눔 전통을 일깨웠다. 나아가 학생들도 사회에 나가면 나눔을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한주식 회장의 강연이 끝난 후 이태형 재단이사장은 감사패와 함께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지금까지와 다른 특별한 강연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치하했다. 한주식 회장은 이날 경주고에 1000만원 장학금과 전교생과 전 교직원에 해당하는 숫자의 선물 세트를 기증했다. 특히 앞으로는 모교에 더 많은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며 ‘공부 잘하는 학생들보다 가정이 어려운 학생을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한주식 회장이 강연에 들어가기 전, 이태형 재단이사장과 박영훈 경주고 교장 등 학교 관계자들과 경주고 창립자인 수봉 선생 동상과 학도병 충혼탑 등에 헌화하고 배례하는 사이 괘정관 쪽에서 학생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걸출하게 성공한 대선배를 맞는 후배들의 예행연습이지 싶었다. 한주식 회장이 입장하자 예의 그 힘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런데 강연이 끝나고 나자 더 큰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것은 예행연습에 없던 것이었다. 급기야 학생들은 강당 밖으로 나와 한주식 회장을 둘러쌌다. 한주식 회장은 후배들에 둘러싸여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격려했다. 이전의 다른 강연에서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한주식 회장의 울림 있는 강연이 학생들에게 가 닿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주식 회장의 이번 경주고 방문과 강연은 경주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의 출발로 보인다. 지난 2023년 12월, 경주중고서울동창회로부터 제1회 봉사대상을 받은 것도 모교에 대한 한주식 회장의 관심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주식 회장의 자부심과 나눔 정신의 출발이 경주고와 경주최부자임을 스스로 인정해온 한주식 회장이다. 그래서 오히려 늦은 한주식 회장의 모교 방문이고 그래서 더욱 반갑고 의미 깊은 특강이었다. 우리시대 경주최부자 한주식 회장의 모교 경주고 사랑은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다.

참, 잊어버릴 뻔했다. 이번 한주식 회장의 특강 제목이 「돌팔이의 ‘걸림돌을 디딤돌로’」였다. 거대그룹을 이끄는 한주식 회장의 남다름이 돋보이는 파격적인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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