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무엇을 해도 된다!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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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갑식
영국 Fashion
Food 21 대표
음식 칼럼리스트
기억을 되돌리면,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다. 마치 절대왕정 시대의 군주가 무색할 만큼 한 사람이 모든 것들을 결정하고 그 사람의 이미지가 오로지 당의 얼굴이 되었던 시절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부끄러운 말이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ㅇㅇ지역은 지팡이도 당선된다’라는 자조섞인 말도 있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이고, 뭘 해도 될 수 있었던, 정말 이루기가 그지없이 쉽던 시절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아, 참 쉽구나. 이런 일들이 이렇게도 쉽게 되는구나!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정치를 소환한 이유는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정치를 좋아하고 정치에 대해서는 한두 마디 소주잔 안주로 올려놓는 ‘이야기 문화’ 정도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고 편하게 의미를 전달하고자 화두를 그렇게 연 것이다. ‘정말로 쉽다’ 혹은 ‘뭘 해도 된다’ 혹은 ‘누가 나서도 된다’ 이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부정적인 정치와 달리 긍정적인 면에서 지금 한국 문화가 바로 그렇다. ‘KOREA’라는 국력이 이렇게 막강했던 적이 결코 없었다. 누가 잘 나서가 아니고 우리 국민 모두 지금까지 결집된 역량을 보여준 결과들이 국제사회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중에서 한국의 ‘문화상품’은 정말로 막강하다. 지난해 아내와 함께 한국 영화제에 초청받아 다녀왔다. 런던 시내에서도 정중앙에 있는 레스트 스퀘어 ‘ODEON’ 영화관에서 아시아 영화제가 있었다. 영화제를 주관하는 지인분이 초정장을 보내 오셨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죄다 여기서 시사회를 하는 곳이다. 까마득히 오래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런던에서 본 이래,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수많은 한국의 영화들이 런던에서 상영되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를 유럽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웨스트 필드’ 상영관에서 볼 수 있었다. K-FILM의 현주소는 대충 이렇다. 오징어 게임 덕분에 짜장면을 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K-POP은 달리 이야기하지 않아도 여러 독자분들이 다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 춤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이다. 사실 나는 다소 올드 세대이다. 다행히 전공이 음식문화이다보니 젊은이들의 문화와 현재의 대중문화를 이해하는 촉과 감각 그리고 폭넓은 시각을 갖추었기에 그들의 문화에 들어갈 수도 있고 좀 노력하면 몰입할 수도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또래의 젊은 문화’는 다소 노력이 필요한 숙제 같다. 그런데 런던과 유럽의 K-POP은 한국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막강하고 대중적이고 인기 높다. K-POP이라는 타이틀을 걸면 삽시간에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한국 사람인 나도 모르는 춤들을 이 파란 눈의 노랑머리 유럽 젊은이들이 몸으로 받아들인다.

K-FOOD는 어떤가. 한 마디로 인기 상종가이다. 자동차로 치면 지방도를 달리던 차가 고속도로에 올라온 격이다. 울퉁불퉁 불편하게 힘들게 몰고 온 자동차가 고속도로 올라왔으니 그 기분이 어떻겠나 말이다. 겨우 2단 기어로 천천히 엉금엉금 지나온 길을 변속기어 넣고 시원하게 질주할 일만 남은 것이다. 이제 서두에서 이야기한 말을 여기서 하고 싶다. ‘무엇을 해도 된다’. 비빔밥, 갈비, 파전, 삼겹살은 이제 어제의 이야기이다. 김밥도 되고, 라면도 되고, 떡볶이도 되고, 설렁탕도 된다. 사실 안 되는 것이 없다.

 포장마차가 런던에 있다. 콘독은 인기 폭발이다. 김치찌게 김치전은 누구나 다 안다. 불과 어제 필자의 회사 김치 제품을 구매하는 중년의 영국 아주머니를 숍에서 딱 마주쳤다. 딸이 내 회사 김치를 사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금 이 현상이 런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조용히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황남빵도 될 것이고 교촌 김밥도 될 것이고 찰보리빵도 될 것이다’라고 말이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필자의 고향 생각 주파수는 비껴가질 않아서일까. 황남빵이 런던에서, 찰보리빵이 파리에서, 교촌 김밥이 로마에서 활개 치고 팔리고 먹히고 장사가 되면 좋겠다. 더구나 경주라는 나의 고향은 한국의 대표적 역사 문화 도시가 아니던가. KOREA, GYEONGJU 그리고 고향의 음식들이 나란히 유럽에서 승승장구하는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조만간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때도 참 좋다. 무엇이든 안되는 것이 없는 그때가 바로 지금 이때다. 다가온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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