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신청 다음으로…

실적 및 시간·예산 부족
실패경험 바탕으로 2026년 도전준비 철저히 해야

엄태권 기자 / 2024년 0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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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이하 창의도시) 국내도시 가입 도전을 올해는 포기하고 2026년 다시 도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판단했고, 민간 위원들과 소통 후 연기를 결정하게 됐다는 것.
이러한 경주시의 결정에 전문가들은 2026년에는 꼭 선정될 수 있도록 빠르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창의도시 가입에 대한 경주시의 의지 확인과 장기적인 계획은 당장 지금부터라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창의도시에 가입하면 유네스코 로고의 공식 사용, 세계 창의도시들과 교류협력, 국제 홍보 기회 확대를 통한 도시 브랜드 향상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12개 도시가 국제도시로 가입했으며, 경주시도 국제도시 가입을 위한 국내도시 선정을 준비해 왔다.



창의도시 준비 2년 종착지는 신청 연기

경주시는 2019년 9월 창의도시 예비회원도시에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로 첫 가입했다. 이후 2022년 3월 주낙영 시장은 창의도시 가입 도전을 지시했고 이후 2년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방문, 관계자 회의, 분야선정위원회 개최, 민관추진단 발대식 등 선정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2024년 5월 말 가입 신청 마감을 앞두고 현실적인 한계로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 창의도시 국내도시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 조건인 5년간의 실적이 없고, 같은 분야에 강력한 경쟁도시인 청주시가 올해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특히 청주시는 2019년 국내도시 선정에 실패한 후 2021년에는 도전하지 않았고 올해 야심차게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경주시 입장에서 경쟁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또한 문화도시 도전 및 탈락, APEC 정상회의 유치 총력 등 시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으로 인해 인적·물적 자원 및 시간도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도전하려고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민간 전문가 등과 많은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진행해온 실적 부재, 청주시의 도전 등 현실적으로 선정이 힘들다는 결과에 이르렀다”면서 “2026년에 국내도시 선정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신청 포기, 입장은 ‘분분’

경주시는 2026년 창의도시 국내도시 선정을 위한 기본적인 계획은 어느 정도 그려놨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개관 예정인 ‘금속공예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예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

공예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6년 국내도시 선정을 위한 일정 수준의 실적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시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신청 포기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나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민관추진단 발대식 때만 해도 2024년 가입 신청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는데 신청기간이 다돼서야 돌연 취소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발대식 당시 경주시가 신라문화제, 경주도자기축제, 공예인 청년가업승계지원 제도 등 프로그램을 비롯해 경주 민속공예촌, 신라금속공예관, 국립경주박물관 등의 인프라만으로도 지정 요건과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반면 실패한 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내도시에 신청해 탈락한다면 오히려 추진 원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인데, 2026년 창의도시 가입 도전을 위해서 예산과 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창의도시 가입을 준비하며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면서 “준비하고 있는 여러 계획을 통해 2026년 가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2026년 도전 성공을 위한 제언도

민관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해온 한국유네스코 경주협회 김상민 회장은 이번 경주시의 창의도시 도전 포기에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성공을 위해서는 확실한 의지와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1년 6개월의 시간이 짧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참여 독려를 비롯해 예산확보, 민간단체와의 협업, 선택과 집중을 통한 명확한 방향성 설정 등 너무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의 실패를 바탕으로 창의도시의 성공적인 가입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을 제언했다.

김상민 회장은 먼저 지방정부 구성원 교육, 조례 제정, 전담조직 구성, 예산 확보, 관련 기관·단체와의 지속적인 교류, 축제·교육·생산·판매 등 기본적인 플랫폼 구축을 통해 확실한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실패사례를 철저히 분석한 오답노트를 작성해 2026년에는 꼭 선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창의도시 자체가 미래 먹거리 산업인 만큼 시민운동을 통한 추진동력 확보를 제안했다. 형식적인 추진위원회를 지양하고 전주시와 청주시의 사례를 참고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

그는 “현재 경주시민의 대다수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대해 모른다”면서 “경주시가 정말 경주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경주시민에게 창의도시에 대해 대대적으로 알리고 참여를 독려해 진정한 의미의 민·관 협력을 이끌어 낸 후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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