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투입된 아파트 보수공사 하자, 처리에 ‘하세월’

주민-관리소 주장 엇갈려

엄태권 기자 / 2024년 0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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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공사 하자 문제가 발생한 용강동 A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지난 20일 모습.

본보에서 보도(제1638호)한 용강동의 A 아파트 지하주차장 보수공사 하자 발생에 대한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채 주민들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공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주민들은 경주시에 보조금 환수 조치를 포함한 당장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발주처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인 만큼 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후속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 위원장과 관리소장 불신임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 관리사무소에 제출했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불신임 동의서를 받고 있어 보수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들뜬 지하주차장을 긁어낸 폐기물이 곳곳에 쌓여있다.


노후아파트 지원 보조금, 관리·감독은 입주자대표회의 ‘몫’

경주시 예산을 지원받아 지하주차장 보수공사를 진행한 A 아파트 주민들은 공사 완료 후 1개월도 지나지 않아 하자가 발생해 부실공사 의혹을 경주시에 제기하며, 공사 보조금 환수 등을 포함한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주시는 이 아파트의 보수공사는 공사 계획과 입찰을 통한 업체 선정 등 모든 과정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했기에 발주처인 대표자회의에서 재시공이나 공사비 환수 등을 결정해야 시에서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관급공사는 발주처가 경주시로서 공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시에서 직접 문제 해결을 하지만 A 아파트 보수공사는 발주처가 입주자대표회의인 보조금 사업이기에 대표회의의 결정에 따라 모든 행정처리를 할 수 있다”면서 “공사 감리와 같은 관리·감독 의무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공업체에 연락해 10월부터 하자 보수를 진행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경주시의 입장에 주민들은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

주민들은 “세금이 투입된 노후아파트 보수공사가 부실로 판명됐는데 관련 서류에 문제가 없기에 보조금 집행 또한 문제가 없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처사”라며 “후속 처리에 대한 결정을 주민들에게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불신임 신청했지만 아직 처리 안돼

경주시에서 입주자대표회의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에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 위원장과 관리소장에 대한 불신임 동의서를 관리사무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지난 7월 30일 불신임건에 대해 전체 130세대 중 90세대의 동의서를 받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A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불신임이 제출되면 즉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아파트 관리소장이 불신임 대상에 포함돼 처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불신임 동의서를 제출한 주민은 “불신임 동의서가 제출되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위원장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관리소장이 본인도 불신임 대상이기에 서류 접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위원장 선거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법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지만 그동안 주민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함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불신임 동의서 다시 접수

주민들의 불신임 동의서 처리에 대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제출된 불신임 동의서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명의 주민이 불신임 사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입주민들을 만나 서명을 받았다 것. 또한 지하주차장 공사는 부실공사가 아닌 일부분에서 발생한 하자는 보수할 것이며,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은 없다고도 주장했다.

A 아파트 관리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위원장과 관리소장 불신임 동의서는 주민 1명이 사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반강제로 동의를 받은 것”이라면서 “현재 관리사무소에서 정식 불신임 동의서를 비치해 서명을 8월 31일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하주차장 하자 보수는 습기가 제거된 11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주민의 말과 달리 크게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 또한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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