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시인, 50년 문학적 여정 담은 시선집 출간

‘피아노를 치는 열 개의 바다’

오선아 기자 / 2024년 08월 22일
공유 / URL복사

1974년 1월, 문예지 심상지의 첫 호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 김성춘 시인이 5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는 시선집 ‘피아노를 치는 열 개의 바다’를 최근 출간했다. 박목월 선생이 창간한 심상지는 당시 한국 시단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는 매체로, 김성춘 시인은 ‘바하를 들으며’를 포함한 4편의 시로 등단하며 박목월 선생과의 소중한 기억을 회상했다.

그 시기에 문학 잡지가 많지 않았던 터라 신인상 후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던 시점에서 울산 출신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는 당시 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인정하며 자신의 운이 좋았다고했다.

“등단 당시 저는 울산 학성고에서 음악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아내인 강순아 동화 작가도 주요 언론사의 신춘문예에 당선돼 울산문인협회에서 ‘축하 문학의 밤’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그때 박목월 선생님께서도 직접 축하하기 위해 울산까지 방문하셨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가 쓴 시 ‘바하를 들으며’는 바흐의 음악을 눈 내리는 풍경, 촛불, 마태수난곡의 신성한 분위기와 연결해 죽음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당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울산에 살면서 중앙 문단과의 교류가 부족했고, 음악 교사로서의 일에 집중하다 보니 문학 활동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더 적극적으로 문학 활동을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지금도 종종 합니다”

지금까지 열네권의 시집을 발표한 김성춘 시인은 총 850여편의 작품 중에서 ‘방어진 시편’, ‘방어진 가는 길’, ‘달과 아버지’, ‘물소리 천사’, ‘온유’, ‘길 위의 피아노’, ‘들오리 기차’ 등 7개의 주제로 170여편을 선별해 시선집으로 엮었다.


그의 시는 소년기에 만난 부산의 바다와 젊은 시절 울산 방어진에서 경험한 일상 속의 바다, 그리고 경주 곳곳의 유적들에 투영된 바다 등 유난히 바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특히 많다.

“바다는 우리 삶의 은유입니다. 침묵 속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바다는 우리의 삶과 깊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시선집에 수록된 시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에 대해 시인은 ‘천사’를 꼽았다.

“‘천사’라는 작품은 저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음악을 하는 손녀, 온유에 대한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음악, 온유, 천사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울음은 언제나 뜨겁고 슬픔보다 깊다’, ‘별의 몸은 부서지지 않고 반짝인다’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문학은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천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제 상상의 음악이 천사의 역할을 하며, 음악을 노래하는 손녀는 저에게 천사의 상징입니다. 이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것이 바로 ‘천사’라는 작품입니다”

현재 열다섯번째이자 마지막 시집을 준비 중이라는 시인.

“경주는 거리마다 시가 넘쳐나는 도시입니다. 향가, 삼국유사, 황룡사, 첨성대 등 다양한 것에서 시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앞으로는 신라 시대의 역사적 인물들의 이미지를 새롭게 접근해 시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동리목월문창대학에서 교수로 20년간 재직한 시인은 많은 제자들을 배출했으며,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험난한 세파 속에서도 나를 시와 인생의 길로 이끌어주신 큰 스승 박목월 선생님, 박남수 선생님, 김종길 선생님을 만난 것은 제 인생의 축복이자 큰 행운입니다. 또한, 시와 함께 평생을 문학적 향취 속에서 동고동락해온 사실은 저에게 기적 같은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박목월 선생님의 제자로서, 선생님의 세계를 따라 치열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창작하고 싶습니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