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낀’으로 문학판에 끼어든 그녀
동리목월문예창작대 주인석씨 ‘김유정 문예작품 공모’ 대상
황명강 기자 / 2008년 0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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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신문 |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강원일보사와 김유정문학촌이 주관한 김유정 100주년 문예작품 공모에서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주인석씨가 대학일반부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연구반에 적을 두고 수필 수업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진 주인석씨는 ‘끼어 있다’는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선명하게 이미지화 시킨 작품 ‘낀’으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현상과 진술, 깨달음이 적절하게 배치된 당선작 일부를 소개한다.
‘끼인 것은 애처롭다. 틈새에 박혀 꼼짝도 못하고, 무리 가운데 섞여 표시도 안 나며, 어떤 일에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관여하는 것이 끼인 것의 운명이다. 끼인 것치고 대우 받는 것은 거의 없다. 생물에서 무생물까지 끼인 것은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 초개다. 구석구석 낀 먼지가 그렇고, 백로 무리 속에 든 두루미의 처지가 그렇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 약방 감초 같은 이가 그렇다.
뭔가 단단히 끼여 서랍이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서랍도 상자라 마구잡이로 물건을 쑤셔 넣기만 했더니, 도대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랍과 나는 손잡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미간을 치켜 올리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다.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던 줄다리기였는데, 서랍이 약간의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들여다보니 어지럽혀진 물건들이 서랍의 갈비뼈처럼 진을 치고 있고, 삼각자 꼭지가 서랍의 윗부분에 팔씨름하듯 걸려 있다. 조금 강하게 잡아당기니 휘어짐이 느껴졌고, 계속 당기면 부러질 것 같았다. (이하 중략)’
황명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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