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건의 미술칼럼 <16> ●

영혼의 교감-장 프랑소와 밀레를 경외함

경주신문 기자 / 2008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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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괭이를 짚고 휴식하는 농부
ⓒ 경주신문

1988년 9월, 유명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밀레와 반 고흐전’이라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약 40년간의 출생 차이를 둔 두 거장의 작품을 함께 진열한 전시회인데 열정의 화가 고흐가 극히 조용한 농촌화가 밀레의 작품을 모사한 것을 같이 보여주는 이색적인 기획의 전시회였다.

100일이 넘는 전시기간동안 엄청난 인파로 들끓어 급기야 미술관 노동조합이 파업을 결정한 사건도 있었다. 이유는 관객들이 너무 오래 기다려 지치게 되고 이로 인해 전시장의 인파를 관리하는데 따른 과중한 업무때문이었다.

미술관에 들어가서도 이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보통 2-3시간을 꼬박 서서 기다려야하는 까닭에 미술관에서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주말을 피하고 미리 예약을 해달라는 호소문까지 내게 된 것이다.

반 고흐에게 있어 밀레의 영향은 고흐가 밀레를 ‘정신적 아버지’로 간주할 만큼 단순한 예술적 영향관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밀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다. 또 그렇게 자라면서 스스로 농민화가 되길 바라며 농부와 농민의 생활을 그려내는 일에 열중했다. 특히 그는 ‘씨뿌리는 사람’에서 농부의 고귀함을 표현했는데 고흐는 여기에서 숭고한 영혼을 교감하게 된다.

고흐가 밀레의 그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875년 밀레가 사망하면서 열렸던 한 유작 경매전시회에서 였다. 이때 고흐는 밀레의 작품세계에서 신선한 예술적 충격과 종교적인 성스러운 영혼의 깊이를 느끼게 된 것이다. 이로하여 그는 밀레의 작품사진과 판화를 모으기 시작하면서 농부들을 주제로 데생연습을 하며 밀레의 인간상에 충실한 모사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그는 밀레의 예술적인 측면을 넘어 정신적인 면에서 더 큰 마음의 움직임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고흐는 밀레가 구현한 경건한 종교적 정신성에 깊이 몰입하고 어떤 가식도 없이 오직 가난한 농민들의 진실된 삶의 표현에 이르게 된다.

오늘의 미술은 영혼적으로 극히 건조하다. 말초적인 감각의 물질적 표현이나 극히 장식적인 조형의 구성으로 인간의 눈을 유혹하기에 이르렀다. 그림속에서의 사색은 이미 떠나있고 서정적인 시상이나 휴머니즘은 제거된지 오래이다. 이럴때 일수록 고전의 명화에서 솟아나는 영혼을 교감해 본다는 것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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