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나보고’, ‘날개가 없어도’
두 권의 동시집 출간한 경주문협 허동인 시인
황명강 기자 / 2008년 09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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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신문 |
‘환하고 밝게 살려거든/ 둥근 마음 가지라 합니다./ 둥근 마음 가지려거든/ 환하고 밝게 살아라 합니다.(시 ‘보름달이 나보고’ 전문).
버려진 유리 조각/ 깨어진 사금파리들도/ 반짝!/ 빛을 낼 때가 있네./ 해님 바라보고 있다가/ 사람 눈과 마주칠 때/ “바로 이때다!” 하고/ 자기를 알리는 것./ 기회를 맞이한/ 이들처럼,/ 나에게도 반짝!/ 빛나는 게 있었으면,/ 여럿 속에 섞여 있어도/ “그놈, 참 착하군!”/ “그놈, 참 영특하군!”/ 남들이 먼저 알아보게.(시, ‘빛나는 게 있었으면’ 전문).
문득 날아온 가을 편지 같은 두 권의 시집(그루출판사)을 받았다. 동시 작가로 널리 알려진 허동인 시인의 시편들이 무더운 여름 걸어온 우리 마음을 맑게 닦아 줄듯해 두 편을 먼저 골라 보았다. 웬일인가. 시집 두 권을 한꺼번에 내는 일은 흔치 않은데 말이다.
허동인 선생의 시는 맑고 정결해 어린이 뿐만아니라 세상을 향한 깨우침의 언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아득히 승화된 달관의 경지를 넘나들고 있다.
위에 소개한 짧은 시 ‘보름달이 나보고’만 하더라도 전문을 외워서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둥글고 환해지겠는가. 신호등 같고 백로 한 마리 같은 120편의 시를 꼼꼼히 챙겨 읽다가 작가 허동인 선생을 떠올린다. 지난 해 생의 반려자를 먼저 보내시고 아파하던 선생께서 오늘 위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다니 망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작가를 아끼는 모든 이들의 소망이 닿는다면 하늘은 그분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실 거라고 반드시 믿는다.
독자들은 마음을 모아 이다음 시집을 기다릴 것이다. 시인은 책머리에 “평생 동안 창작해 온 나의 문학작품을 스스로 마무리 정리해 두는 일, 그게 급선무라고 생각되었다. 하느님 아버지시여, 오늘날 저의 건강을 이만큼이라도 유지시켜 주신데 대하여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하여 나의 이 제10동시집이 마지막이 아니라, 뒤이어 제11, 제12동시집의 발간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문인에게 있어 작품은 생명보다 우선함을 아프게 읽을 수 있다. 선생의 소망처럼 제13시집의 발간을 기대하면서 그동안 걸어온 길들을 잠시 소개하기로 한다.
허동인 선생은 1941년 일본 가와사키에서 태어나 고향 감포에서 자랐다. 1960년 안동사범학교 졸업 후 교단에서 후학들을 길렀으며 지난 2000년 경주공업고등학교를 끝으로 40년 교단생활을 퇴직했다. 1963년 공보부 제정 제2회 신인문학상,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동시에 당선, 활발한 문단 활동을 시작해 ‘경북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경주시문화상’, ‘경상북도문화’, ‘한정동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우리 지역에서의 문화예술계 참여도 적극적이어서 한국문협경주지부 지부장(2,000년~2,001년)을 지냈고 동시집으로는 ’조약돌 형제‘(1975년)외 9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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